왜, 03
그런데, 올해의 배움을 준비하면서, 첫 질문을 바꾸었습니다. 6학년 네 개 단원에서 배우는 도형 영역 전체가 '입체'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우선 '입체는 무엇인가?'라는 질문부터 제시해 보았습니다.
3차원, 3D 같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평면으로 둘러싸인, 같은 이야기도 나와서 '그럼 평면은 무엇인가' 같은 이야기도 할 수 있었습니다.
입체는 공간을 차지하는 도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공간을 차지하는 우리 일상의 구체물을 알아보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어떻게 개념을 추상화하는지 경험하기 위해서입니다.
어린이들이 말했던 것 중에, '책', '지우개', '보드게임 상자'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고깔모양 모자'를 추가한 후, 이 네 물체를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은 무엇이 있을까라고 물었습니다.
두어명의 어린이 정도가 '입...체?' 같은 이야기를 한 후 나머지 어린이들은 이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주억거렸습니다.
이어, 고깔모양 모자 대신 '빌딩'을 넣어 다시 물었습니다. 입체라는 답 뿐만 아니라, 기둥 모양 물체, 정육면체 같은 대답이 나왔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어린이들은 다양한 구체물을 통해 도형의 세계를 경험합니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지나면서 수학의 언어로 추상화된 개념을 바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어린이들에게, '책과 지우개와 보드게임 상자와 빌딩이 어떻게 직육면체/사각기둥으로 추상화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들은 도형이 가진 특징과 구성요소를 자연스럽게 말하게 됩니다. 왜 이 구체물은 사각기둥인가. 이에 대해 대답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추상화의 사고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 나가면서, 'A4 용지는 평면인가?', '2/3차원 세계에서는 다른 사물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정확한 길이를 측정할 수 있는가?' 같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이 세상에 완전한 '정육면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정확하게 6cm의 변을 이루는 정사각형을 작도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모양을 보면서 '저건 정육면체'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 속에 정육면체의 개념이 이미 자리잡고 있으면서 구체물을 추상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체인 A4 종이를 보면서 - A4 종이는 높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 우리가 평면적 사고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교과용 도서 집필자들의 고충을 알 것 같지만, 각기둥이 무엇이고, 각기둥의 특징이 무엇이며, 각기둥의 구성요소가 무엇이며, 각기둥의 높이를 어떻게 측정하는지 차근차근 알려주는 것은, 그저 한 글자 더 알기 위한 수준 이상을 넘어갈 수 없습니다.
물론, 어느 수준에서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인정하게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6학년에서 구조화한 입체의 특징이나 구성요소가 과연 선지식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영속적인 특징을 가진 지식인지를 생각해본다면... 그렇게 안내하는 것보다는 구체물을 추상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구조화하도록 하는 것이 수학적인 사고를 위해서라도 더 의미있는 진행이 될 것입니다.
구조화 된 지식을 확인하기 위해, '119각기둥/127각뿔에 대해 설명하기' 같은 질문을 제공합니다. 올해의 어린이들이 구체물을 추상화하는 과정 - 책, 지우개, 보드게임 상자, 빌딩 같은 사물을 담는 주머니의 이름을 '정육면체'라고 한다면, 너희가 5학년 때까지 배운 주머니의 이름을 한 번 자유롭게 말해보자 - 에서 상위 요소와 하위 요소 간 관계를 포섭해 갈 수 있도록 길잡이 - 삼각형, 사각형, 육각형, ···, 다각형 - 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었는데, 이는 어린이들이 도형의 특징과 구성요소를 자연스럽게 일반화/추상화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를 119각기둥/127각뿔과 같은 구체물로 확인해 갈 수 있습니다.
각기둥의 전개도는 조금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개도를 배우는 이유를, '3차원 도형을 2차원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3차원 도형을 해체하여 2차원적으로 나타내어 그 구성요소와 특징을 인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안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입체를 2차원 상에서 인식합니다. 2차원의 세계라면 모든 사물을 1차원적으로 인식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따라서 4차원의 세계를 사는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는 우리를 온전한 3차원으로 인식할 수 있겠지요. 어쨌든.
겨냥도는 3차원'처럼' 보이도록 착시를 일으키는 2차원 상에서의 표현입니다. 우리는 도형을 배우는 모든 단계에서 2차원을 3차원인 양 가르치는 한계를 겪고 있습니다. 결국, 전개도 같은 방식이 필요하긴 합니다.
그 과정에서 3차원이 가진 특징과 요소를 그대로 2차원으로 옮기는 것에 너무 몰두하기도 합니다. 사실 그럴 이유까지는 없는데... 조금 더 편하게, 입체를 평면으로 접어보고 만들어 보면서 어떻게 3차원을 2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을지 경험해 보는 것으로도 의미있는 배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초등 6학년에서의 도형 영역은, 조금 더 만져보고 만들어보고 조작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운영하면 좋을 듯 합니다. 어린이의 인지 발달 수준에서는, 사실 이런 과정이 훨씬 더 필요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