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 06. 누구를 구할 것인가
6학년 2학기 국어 1, 5, 8단원을 묶어서 '작품 안팎의 생각 만나기' 주제로 재구성하였습니다. 총 38차시에 걸쳐, 다양한 제재글을 읽으며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배우는 가운데, 19차시부터 긴 글 읽기를 시도합니다. 이를 위해 사용한 책은 [누구를 구할 것인가] 입니다.
[누구를 구할 것인가]는 트롤리 딜레마를 구체적 상황에 얹어 가상의 재판 과정을 통해 생각해 보도록 구성된 책입니다. 제프니 존스라는 인물이, 트롤리 딜레마의 상황에서 선로 변환기 레버를 쥐고 있는 인물입니다. 제프니 존스는, 브레이크가 고장나 미친 듯이 달려가는 전차가 선로 위에서 자신의 일에 몰두하느라 긴급하게 닥친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다섯 사람의 인부를 덮치는 위기에 대해, 다른 방향의 선로에서 일하고 있는 한 사람의 인부 쪽으로 전차의 방향을 바꿈으로써 다섯 사람의 죽음 대신 한 사람의 죽음으로 상황을 바꿉니다. 제프니 존스는 이러한 행위로 인해 기소되었고, 대배심의 평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책은 제프니 존스가 유죄인지 무죄인지를 다투는 상황이 그려지고 있고, 배심원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 이들의 입장은 위 딜레마를 둘러싼 다양한 철학적 상황에 터하고 있습니다 - 자신의 판단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아래의 질문인,
▣ 주어진 사건에 대해 (중요한 점이 드러나도록) 간단히 정리하세요.
▣ 핵심 사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에 대해 정리하세요.
▣ 여러 사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근거에 대해 정리하세요.
▣ 배심원이 내린 판단 중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유와 함께 정리하세요.
를 제시하였습니다.
트롤리 딜레마를 판단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주장은, '다섯 사람이 죽는 것보다 한 사람이 죽는 게 낫다'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생각은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입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모토로 잘 알려진. 그러나 쉬운 선택처럼 보이는 위 상황을 고민하게 만드는 다른 상황이 따릅니다.
한 의사가 있습니다. 이 의사는 제각각 신체적 어려움을 가지고 죽음만 기다리고 있는 다섯 사람의 주치의입니다. 자신의 환자들을 안타깝게 여기던 의사는, 어느 날 자신의 병원에 찾아온, 가벼운 질환을 가진 신체 건강한 환자를 보고는, 이 환자의 몸에서 여러 신체 기관을 이식하면 자신의 환자들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후 이 환자의 몸에서 신체 기관을 적출하여 자신의 환자 다섯에게 이식하여 새로운 생을 선사합니다. 이런 비인간적인 행위가 어떻게 가능한가! 그러나, 아마 벤담이라면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다섯 사람대신 한 사람인데?'
공리주의는 위 달라보이는 두 상황을 각기 다른 것으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어쨌든, 한 사람이 죽는 대신 다섯 사람이 살았으니까, 더 많은 이들이 더 행복하게 된 것이니까요. 비슷하게 아래와 같은 상황도 나옵니다. 전차길 위 육교에서 전차를 바라보던 한 사람은, 전차가 비정상적인 질주를 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이를 의아해하던 이 사람은, 전차가 향하는 선로 쪽을 바라보다가 깜짝 놀라게 됩니다. 선로를 수선하는 다섯 사람의 인부는, 미친듯이 달려오는 전차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채 자신의 일에만 몰두하고 있고, 육교 위 이 사람은 이대로 두면 결국 전차가 다섯 사람을 덮치고 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때, 육교에는 한 사람이 더 있었고, 마침 이 사람은 전차길 바로 위 방향에서 전차가 다가오고 있는 반대 방향을 바라보며 망중한에 빠져 있었습니다. 육중한 몸을 가진 이 사람이 전차길 위에서 전차를 막아선다면 다섯 사람이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이 사람은 다른 한 사람을 육교 아래로 밀어 '한 사람 대신 다섯 사람을 살리고자' 합니다.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는 위 세 가지 상황만으로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누구를 구할 것인가]에는 또 다른 상황 하나를 소개합니다. 전차에 타고 있던 한 사람은 전차가 비정상적인 질주를 하고 있는 것을 의아해하면서 기관실로 향합니다. 그런데 아뿔사! 기관실에 간 이 사람은 기관사가 갑작스런 죽음에 이른 것을 보게 되고 얼떨결에 조종간을 잡게 됩니다. 그리고 맞닥뜨린 갈림길. 한 쪽 철로에서는 다섯 사람의 인부가 전차의 질주를 보지 못한 채 그 위에서 작업에 몰두하고 있고, 다른 쪽 철로에서는 한 사람의 인부가 마찬가지로 자신의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사람은 조종간을 다섯 사람 쪽이 아닌 한 사람 쪽의 경로로 틀게 됩니다.
이 책에서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이중 결과의 원리'를 판단의 기저에 둘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좋은 결과를 위해 의도가 나쁜 행위를 한다면 그것은 선한 행동이라 할 수 없다는 이 생각은, 결국 위의 행위들에 대해 '행위는 직접적인가', '새로운 위험을 야기하였는가', '죽음을 의도하였는가'를 물을 수 있고, 이를 통해 행위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주장에 대해 칸트는 조금 다른 생각을 들려줍니다.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라는 칸트의 생각은, 어떤 경우에도 인간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제프니 존스가 다섯 사람을 살리기 위해 선로 변환기의 레버를 당긴 행위는, 다른 한 사람의 삶이 다섯 사람의 삶을 위한 수단이 된 것이므로 그 자체로 옳은 행동이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제프니 존스는 '신처럼 행동할 권리가 없다'는 것은 이 책에서 말하는 기소의 이유입니다.
이 책이 훌륭한 것은, 다양한 행위의 기저에 자리잡은 생각들을 근거로, 다양한 주장들을 펼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배심원의 판정 형식을 띄고 제시하는 일곱 가지 정도의 주장은 저자가 공들여 작성한 생각들이라 볼 수 있고, 어린이들은 이러한 주장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으로, 생각과 판단에 대한 짐을 조금은 가볍게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자신의 판단을 직접 내리도록 하였는데, 이번 시간에는 어린이들이 이러한 주장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하였고, 이는 어린이들이 조금 더 쉽고 재미나게 주어진 상황을 둘러싼 다양한 관점들에 접근하여 이를 근거로 토의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두 시간은 글을 읽고 질문에 대한 생각을 쓰는 시간을 가졌고, 한 시간은 자신의 판단을 발표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조금 이르게 글 읽고 생각 쓰기를 마친 어린이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어린이들은 보통 꼼꼼하게 읽지 않고 성근 생각을 간단하게 표현한 경우들이 많습니다. 보통의 경우, 다른 글을 읽으면서 다른 어린이들의 읽고 쓰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도록 하는데, 이번 시간에는 꼼꼼하게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확고하게 펼치는 어린이가 그 중에 있어, 쉼터에 함께 가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 보도록 하였습니다. 그 곳에서, 어린이들간 (나름) 치열한 생각의 교류들이 벌어졌습니다. 어떤 어린이가 자신의 생각을 펼치면, 듣고 있던 다른 어린이는 책을 통해 얻은 근거들을 바탕으로 반론을 펼치기도 하고, 앞선 배움에서 근거를 가지고 와서 -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 - 반박하기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논쟁 수업에 나름의 해답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제와 상황 뿐만 아니라, 예시가 될 수 있는 다양한 결정들까지 함께 제시함으로써, 어린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백지 상태에서 만드는 부담을 줄이면서도 다른 결정들에 대해 반론을 떠올리며 자신의 생각을 강화할 수 있는 방식이라면 충분한 토의와 토론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린이들과 상황의 기저에 자리잡은 생각들에 대해 알아보았고, 저자가 제시한 일곱 가지 정도의 주장 중에 자신이 동의하는 입장을 발표해 보도록 하였습니다. 각자가 저자의 주장을 자기 나름대로 소화한 후 다른 주장들과도 연결하여 나름의 주장을 구축하였고, 이를 즐겁게 들으면서 정리해 볼 수 있었습니다.
▣ 주어진 사건에 대해 (중요한 점이 드러나도록) 간단히 정리하세요.
▣ 핵심 사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에 대해 정리하세요.
▣ 여러 사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근거에 대해 정리하세요.
▣ 배심원이 내린 판단 중에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유와 함께 정리하세요.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