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2] 03. 공간과 입체 프로젝트 1
공간과 입체 프로젝트 1
6학년 2학기 수학 3단원 배움 이야기 (1)
수학 6학년 2학기 '공간과 입체' 단원은, 쌓기나무의 개수를 파악하는 세 가지 방법을 배운 후 다양하게 쌓아보는 활동으로 진행됩니다.
이 단원의 진행에서 가장 불만인 부분은, '방법'을 배운다는 것입니다.
쌓기나무의 개수를 알아내는 방법은 굳이 배우고 익혀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걸 모른다고 수학적 사고력이 제한되지도 않으며, 이걸 모르는 것이 이후 수학을 배우는데 걸림돌이 되지도 않습니다. 그저 쌓인 쌓기나무 더미를 보면서 어떻게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가 관찰하고 설명할 수 있으면 되며, 그것을 굳이 방법으로 설명하거나 안내할 필요는 없습니다.
수학적 사고를 위하여 정말 필요한 것은 관찰하여 생각하고 설명하는 경험입니다. 물론 정확한 설명으로 이어져야겠지만, 이 때문에 관찰하여 생각하고 설명하는 경험을 도외시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입니다. 수학은 방법을 연습하는 학문도 교과도 아닙니다.
그래서 과감하게 교과용 도서를 던져버리고 프로젝트 활동으로 재구성 하였습니다. 그 첫 세 시간은, 쌓기나무 더미의 개수를 파악하는 세 가지 방법을 배우기 전, 세 가지 활동을 통해 이를 관찰하여 생각하고 설명하는 것으로 배움 과정을 바꾸었습니다. 경험하는 것으로 바꾸었습니다.
1차시. 교실 배움. 나의 라 보카
첫 시간 배움을 시작하기 전에, 쌓기나무 블록을 나누어 준 후 자유롭게 쌓아보는 활동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쌓고 싶은 모양을 자유롭게.
공간감은, 공간을 많이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 가장 기초가 되어야 합니다. 더 많은 시간 주고 싶지만... 구조화된 활동도 준비되어 있으니 일단은 여기까지.
그런 다음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라 보카 La Boca'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명한 지구 area 입니다.
<출처 http://egloos.zum.com/enatubosi/v/1892517>
색색이 알록달록 아름다운 사각의 조각들로 꾸며진 라 보카. 이를 모티브로 한 보드게임인 '라 보카'도 여기저기 많이 소개되기도 하였습니다. 저희 학급에도 한 카피 있는.
이번 시간의 배움은, 나의 '라 보카'를 만들어 보는 활동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물론 '라 보카' 보드게임과는 상관 없이, 모티브만 가지고 왔습니다. 쌓기나무 블록을 받은 후, 3×3의 밑바닥 위에 꼭 라 보카의 모습처럼 내가 살아갈 집을 블록으로 쌓아보기.
더 보기좋은 활동을 만들려면 쌓기나무 블록을 색칠한 후 이를 쌓아야겠지요. 그러나 이와 같이 활동하면 분명히 본말이 전도되는 수업이 되어버립니다. 블록을 색칠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그래서 색칠된 쌓기나무 블록을 생각하는대로 골라간 후 이를 쌓아도 괜찮은데, 아무래도 코로나 비접촉 시국이라 어쩔 수 없이 이와 같이 좀 '밋밋하게'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쌓은 다음, 자신이 살아갈 집을 각 층별로 디자인해 보도록 하였습니다. 아래는 각각 여자 어린이 하나와 남자 어린이 하나의 제출물.
이 정도까지는 수학 외적 활동을 용인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어쨌든, 어린이들은 자신의 집을 상상해보면서 얻는 정서적인 안정감도 있으니까요. 실제 이 날 배움 후기로 '내 집을 설계해서 살고 싶다'고 쓴 어린이도 있었습니다.
우리 교과용 도서에서는 층별 쌓기나무의 모양을 토대로 쌓기나무의 개수를 파악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데, 이를 위와 같이 바꾸어 활동하여 보았습니다.
얘들아, 쌓기나무의 개수를 알려면 층별로 개수가 몇 개인지 파악하면 된단다, 와 같이 가르쳐준 후 문제 풀이를 시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활동을 설계·실행한 것입니다. 방법을 알려주고 문제를 풀게 하는 것보다, 방법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활동을 통하여 경험한 후 어린이들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는 경험을 제공해주고자 하는게 이와 같은 활동 재구성의 목표입니다.
스스로 찾아내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는 방법을 안내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두드리지만, 스스로 찾아볼 기회도 주지 않은 채 방법부터 제시하는 것은 수학적 사고를 추동할 수 없습니다. 더 나아가, 위와 같은 활동은 선행학습을 통해 방법을 배운 어린이들이 비구조화된 문제 상황을 통해서 이를 되새김질하는 경험을 제공해주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만약 스스로 발견해 낼 수 없다면, 교사의 안내로 발견하는 놀라움을 얻을 수도 있겠지요.
결국, 그저 배운 방법을 지루하게 반복하는 수학 시간을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 고민을 활동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이후 두 가지 방법도, 마찬가지로 방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스스로 발견하거나 깨달아 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다음 시간에 두 번째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2차시. 교실 배움. 나의 미니빌
지난 시간에는 공간과 입체 단원의 첫 시간으로 쌓기나무 블록을 자신의 집으로 쌓은 후 각 층마다 구조도를 그려 보았습니다. 쌓기나무 입체의 각 층을 파악하는 것으로 쌓기나무의 전체 개수를 구할 수 있음을, 활동 속에서 스스로 발견할 가능성 또는 알고 있는 방법이 가진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기회로써 배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나의 미니빌' 활동을 경험하였습니다. 미니빌 보드게임은 기본 건물에서의 생산 활동을 통해 돈을 모으고 새로운 건물을 마을에 갖추며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며 마침내 우리 마을에 최신 시설 - 방송국, 쇼핑센터 등 - 을 누가 먼저 갖추느냐를 겨루는 보드게임입니다.
이와 같은 테마 속에서, 어린이들은 이면지로 길을 만들고 자신의 마을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물을 생각하여 쌓기나무 블록으로 쌓아 보았습니다.
각 건물의 이름과 용도를 생각한 후, 그 중 하나를 골라 소개하는 글과 함께 앞/옆/위에서 본 모습을 표현해보도록 하였습니다.
쌓기나무의 앞/옆/위에서 본 모습을 통해 입체도형의 양상을 파악할 수 있음을 어린이들은 활동을 통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래 어린이의 배움 표현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교육 없이 공교육에서만 배우는 어린이에게, 재미있지만 왜 배우는지 모르는 어린이에게, '이 활동을 통해 우리는 무얼 배울 수 있을까?'라고 물어볼 수 있다는 것이 교실 배움 중에 가장 즐거운 순간입니다. 마찬가지로, 이미 배운 어린이들에게도, '이 활동을 너가 이미 배운 것으로 설명해 보아라'라고 물을 수 있다는 사실도.
3차시. 교실 배움. 나의 루미스
이번 시간에는 공간과 입체 세 번째 시간으로 지난 시간 활동하며 소개해 보았던 내 마을의 주요 건축물을 다른 방식으로 소개하는 활동을 수행했습니다.
그 전에 보드게임 '루미스'를 함께 놀이하였습니다.
루미스 보드게임은 매해 어린이들에게 소개해주는 보드게임입니다. 열 한 조각의 입체 블록을 사용하여 정해진 공간 안을 채워나가는 보드게임으로, 모든 어린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자신의 블록을 모두 사용한 후, '위에서 보았을 때 보이는 자신의 블록 색 개수'로 점수를 얻게 됩니다.
예컨대, 어린이들은 위 사진의 바닥면 위에 규칙에 맞게 - 위 바닥은 8층까지 쌓을 수 있는 바닥면입니다 - 자기 색의 입체 블록을 쌓습니다. 블록을 쌓는 규칙은 아래와 같습니다.
- 첫 입체 블록을 놓을 때는 앞선 플레이어가 놓은 블록에 '면이 닿게' 놓는다.
- 두 번째 입체 블록을 놓을 때 부터는 자신이 놓았던 블록에 '면이 닿게' 놓는다.
이와 같이 쌓은 후, 모두가 더 이상 블록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아래와 같이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점수를 계산합니다.
위를 보면 전체 스무 조각 중에,
- 파랑 9
- 노랑 4
- 초록 4
- 빨강 3
이 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개수가 점수가 됩니다. 전체 맵의 종류가 4가지이므로, 각각의 맵 규칙에 맞게 네 번 게임을 한 후, 마지막으로 플레이어 합의 하에 맵을 하나 더 골라서 마지막 게임을 하고 전체 점수를 합하게 됩니다.
물론 그렇게 다섯 번 게임할 필요는 없고, 어린이들에게 가르쳐 줄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시간 날 때마다 짧게 한 맵 씩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놀이 방법입니다.
작년까지는 1학기 '교실에서의 보드게임' 프로그램으로 창의적 체험활동 자율활동 시간에 함께 놀이하였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공간과 입체 프로젝트 아래 넣어 같이 놀이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놀이한 후, 어린이들에게 문제를 제시하였습니다,
지난 시간 '나의 미니빌' - 내 마을의 건축물 중 소개하고 싶은 건축물을 그 위/앞/옆모습과 함께 소개하기 - 로 소개하였던 건물에 대해, 위에서 본 모습 만으로 그 쌓은 모습을 어떻게 나타낼 수 있을까?
우리 교과용 도서에서는 위에서 본 모습을 기본으로 그 구역에 쌓인 층수를 블록 공간에 수로 써서 나타내는 방법을 알려준 후 문제를 풀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희 교실에서는 열린 질문 형식으로 어린이들에게 문제 상황을 제시하였습니다.
선행학습을 한 어린이 중에 문제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표현한 어린이들도 있었고, 그런 어린이 중에 뭘 해야할지 몰라 어려워 하는 어린이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배우지 않은 어린이들 중에서 나타내기 위해 고민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위 어린이가 작성한 방식으로 우리 교과용 도서에서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위 어린이는 담임 교사의 안내를 받아 집에서 혼자 수학 공부하고 있습니다. 스스로도 잘 이해하여 상황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위 어린이 두 명은 학원에서 배우지만, 미리 배운 것을 교실에서의 문제 상황과 연결하여 생각할 수 없습니다. 아직 괜찮습니다. 우리 교실은 문제 상황을 통해 어떤 원리로 접근할지 스스로 탐색해 볼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고, 만약 탐색에 실패하면 그 때 문제 상황과 원리를 연결하여 배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배움을 중층의 것으로 구성하여,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래 어린이들은 선행학습 없이 교실에서의 배움이 전부인 어린이들입니다. 그래서 생각들이 다채롭습니다.
위 어린이는 설명을 하였는데, 이렇게 설명한 어린이들에게 가급적이면 그림(도형)으로 설명을 표현할 수 있도록 다시 안내하였습니다. 장면만 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수학이라는 언어만을 활용해서 누구나 다 알아볼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으면 좋습니다.
위 어린이들은 명암으로 높이를 표현하였습니다. 방법으로 접근하고 문제를 연습시키는 방식의 수업은 이런 아이디어를 생산하게 할 수 없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이런 기회를 주는 배움의 수업이 필요합니다.
위 어린이의 표현도 괜찮습니다. 도형 안에 또 다른 도형으로 표시한다는 것이, 이를 수로 표시하는 것의 전단계입니다. 도형의 개수가 많아져 더 이상 표시할 수 없을 때 비로소 수로 추상화한다고 생각할 때, 이전 단계를 거친 이런 탐구는 어린이의 수학 여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시간부터는 이 세 가지 비구조화된 활동을 토대로 배움을 구조화 할 수 있는 활동을 해 볼 계획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