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World] 12. 추상전략 보드게임
12. 추상전략 보드게임
추상전략 보드게임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보드게임은 바둑 GO 입니다. 바둑이 보드게임이라고? 물론, 바둑은 바둑입니다. 그러나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분들 중에는, 바둑도 게임판 위에서 이루어지는 게임 중 하나이니, 굳이 여긴다면 보드게임으로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이죠. 실은 그렇습니다. 바둑은 고래로부터 독자적으로 형성되어 전래된 놀이이기에 보드게임 카테고리로 포섭한다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지는 분들도 계실 것이고, 저는 충분히 그런 거부감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는, 바둑이 그만큼 훌륭한 게임이기 때문에 보드게임도 그런 훌륭한 놀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에서 그렇게 포섭하는 것이 아닐까, 저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보드게임은 대부분 테마를 가지고 있습니다. 러브레터는 공주님에게 사랑의 편지를 바치려는 사랑꾼의 이야기이고, 달무티는 불공평한 인생의 올무를 벗어내려는 처절한 몸부림의 이야기라면, 추상전략 보드게임은 그런 무언가의 이야기가 희박한 보드게임인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혹은 미니빌처럼 무언가를 사고, 돈을 벌고 하는 여러가지 기능을 가진 카드 구성물이 있다거나, 딕싯 같은 카드를 고르고 섞고 놓고 선택하는 일련의 절차가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은 보드게임들을 추상전략 보드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많은 선생님들께서 그렇게 생각하십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추상전략 보드게임이 가능한가? 저는 가능하다고 보고 있고, 실제로 저희 학급의 아이들은 추상전략 보드게임을 곧잘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입니다.
Ricochet Robot 리코셰 로봇
이 보드게임에 대해서는 이전 연재물인 '[보드게임 World] 7. 언플러그드 SW 보드게임'에서 간단하게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리코셰 로봇은 테마를 가지고는 있습니다. 시대를 알 수 없는 언젠가, 우주를 배회하는 로봇 무리들. 이들에게는 하나의 목표가 주어지고, 목표를 달성하면 된다. 별 것 아닌, 굳이 테마를 설명하지 않고 바로 보드게임 방법 안내로 들어가도 상관없는 그런 보드게임, 이런 보드게임을 추상전략 보드게임이라고 통칭한다고 보셔도 좋겠습니다.
이 보드게임의 구성물은 조립이 가능한 게임판 네 개와 모래시계, 움직일 수 있는 로봇 다섯 개와 로봇 받침대, 그리고 목표토큰 열 일곱 개가 있습니다. Ricochet Robots의 룰은 어렵지 않습니다. 우선 한 플레이어가 뒤집어져있는 목적 원형 토큰 중 하나를 뽑아 목적지 무늬가 보이게 뒤집어서 게임판 가운데 게임판 고정 플라스틱 위에 올려둡니다.
게임판 가운데 놓은 후에 뒤집는 것과 동시에 게임이 시작됩니다.
위 상황은 초록색 로봇을 표시된 곳으로 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로봇을 보낸다는 것은, 로봇이 이동하여 목표 토큰이 표시된 게임판 위 장소로 가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로봇의 이동은 아래와 같은 규칙으로 이루어집니다.
1) 로봇은 직진만 합니다. 직진은 게임판의 가로 세로 방향으로만 움직인다는 것을 말합니다. 대각선 방향으로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로봇은 요래요래 움직입니다
2)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 로봇이 멈추는 것은 장애물을 만날 때입니다. 게임판에 표시된 벽이 장애물 역할을 하구요. 다른 로봇들도 장애물 역할을 합니다. 그렇게 장애물을 만나면 장애물의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됩니다.
초록색 로봇은 네 방향 중 한 쪽을 골라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움직이는 것이 횟수 한 번
그래서 로봇을 가장 최소의 횟수 만큼 움직여서 목표 지점에 보내는지를 겨루는 것이 이 보드게임의 목표입니다. 가장 최소의 횟수를 제시한 플레이어가 목표 토큰을 하나 획득하고 가장 많은 목표 토큰을 획득한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이미 머리가 지끈지끈 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래서, 과연 아이들이 이걸 할 수 있겠냐고 생각하시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곧잘 합니다. 선생님이 몇 번 제대로 된 시범만 보여주면, 아이들은 이제 스스로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합니다. 그리고 잘 합니다.
원래는 17개의 목표 토큰이 다 떨어질 때까지 게임을 진행하는데, 보통 쉬는 시간에 플레이하니까, 그냥 되는대로 플레이합니다. 10분 동안 서너개의 토큰을 가지고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가 됩니다.
목표 토큰이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면 다른 토큰으로 바꾸어도 됩니다. 그래서 로봇이 이리저리 움직이면 다음에 같은 목표 토큰이 나왔을 때 상황이 달라지니까 게임을 계속 진행할 수 있습니다.
로봇 받침대가 필요한 이유는, 아이들이 횟수를 입증할 때, 간혹가다 틀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횟수를 찾을 때는 머리로만 하지만, 횟수를 입증할 때에는 직접 로봇을 움직이면서 모두에게 보여줍니다. 그렇게 막 움직이다가, 얼래, 왜 안되지? 이러면 큰일이죠. 이러면 다시 로봇을 원래의 위치로 옮겨놔야하는데, 로봇 받침대는 그렇게 원래 로봇이 있던 자리를 표시합니다. 그러니 횟수를 입증할 때 받침대는 두고 로봇만 움직여서 입증합니다. 그렇게 입증에 성공하면 로봇은 움직인 위치에 그대로 두고, 받침대를 가져와 로봇 아래에 둡니다. 로봇이 움직여서 위치가 바뀐 상태로, 이제 새로운 목표 토큰을 열고 새로운 라운드를 진행합니다.
(10) 장점: 머 리쓰는 게임이어서 재밌음. 단점: 어려움.
(08) 머리를 이용하는 것인데 성공하면 뿌듯해서
(08) 생각을 오랫동안 할 수 있어서 좋다.
(00) 어렵기만 하고 재미도 없다.
(10) 두뇌 풀가동이 재밌음.
(04) 지루하고 너무 어렵다.
(10) 나의 보드게임 2순위로 머리를 쓰는 거여서 재미있다. 다른 친구들도 좋아한다.
(07) 재미있다. 너무 어려웠지만 많이 하면 쉬워진다.
(09) 초반에는 어렵지만 점점 재밌다.
(10) 이 게임은 머리쓰는 게임이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게임이다. 그리고 별로 질리지 않아서 좋다.
(08) 기대는 안했지만 머리싸움이 치열한 게임. 이것도 애들이 안하는 게임.
호불호가 꽤 갈리죠?
(10) 머리를 적당히 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10) 최고임
(09) 머리쓰는 게임이 좋았다.
(05) 하다가 막히면 기분이 아쉽고 하다가 다른 사람이 먼저하면 좀 기분이 나빠서 별로다.
(02) 별로
(10) 내가 매우 좋아하는 게임이다 벽에 닿으면 멈추어서 가로, 세로로만 움직이는 게임으로 최소한을 움직여서 목적지까지 도달시키는데 생각하여 하는 게임이어서 내가 좋아한다.
(04) 나한테는 어렵다 ㅠㅠ
2015년도의 아이들은 급격하게 점수가 하락... 5.5/10 정도의 평가를 해 주었습니다. 여자 아이들 평가가 낮네요.
(07) 복잡하지만 많은 생각을 요구한다.
(00) 머리쓰는게 어렵고 복잡
(06) 머리를 쓰는 건 힘들지만 경쟁력을 확 올려주는 게임
(07) 이동하는 방법과 숫자를 가장 빨리 적게 말할 때 좋음.
(08) 머리를 써야하지만 많이하면 익숙해져서 빨리빨리 진행하니까 좋다.
(05) Ricochet Robot은 머리를 쓰는 보드게임이어서 힘들었는데 계속 하다보면 재미있어진다.
(02) 너무 어렵다.
(04) 머리 아픈 게임
(09) 정말 재밌고 중독성이 있다! 하지만 처음에는 어렵다...
(06) 재미있다. 그런데 가끔 머리 아프도록 어려울 때가 있다.
(06) 생각 외로 별로임, 머리가 너무 아픔.
2016년도의 아이들은 6.9/10 정도의 평가를 해 주었습니다.
(08) 머리쓰는 게임
(08) 머리쓰는 게임이라서 꽤 재밌다.
(10) 간단하지만 어려워서 좋다.
(06) 머리아파yo!
(03) 재밌지만... 너무 머리가 아프다...
(08) 머리를 많이 써서 힘들긴 하지만 진짜 재밌다.
(10) 로봇으로 벽을 만나면서 직선으로 가다가 꺾어지면서 도착지까지 가는 게임
(09) 머리를 써야 잘 할 수 있는 게임. 너무 재미있다.
(00) 리코체는 여자가 하기는 조금 어려운 게임이다.
(05) 두뇌가 좋아지긴 한데 머리가 어질...
(04) 지겨움
교실에서 한 번 쯤 시도해 볼 만한 보드게임이지 않을까요?
세트 Set
세트 보드게임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더 지니어스'에서 '결!합!'이라는 게임으로 소개된 바 있는 보드게임입니다.
카드 더미를 잘 섞고, 위와 같이 카드를 배열하면 됩니다. 카드에 표시되는 정보는 모두 네 가지입니다.
1) 도형의 모양: 도형은 세 가지 종류의 모양 중 하나입니다. 물결 모양, 다이아몬드 모양, 넙적 타원 모양
2) 도형의 무늬: 도형 내부는 세 가지 종류의 무늬 중 하나를 가집니다. 꽉찬 무늬, 실금 무늬, 무늬 없음
3) 도형의 색깔: 도형은 세 가지 색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보라, 빨강, 초록
4) 도형의 개수: 각 카드마다 도형은 하나, 두 개, 세 개, 도합 세 종류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이 카드를 보고 위 네 가지 정보가 모두 같거나, 모두 다른 카드 세 장을 골라냅니다. 그 골라낸 세 장이 바로 '세트'입니다. 예컨대,
위 표시한 세 장은 세트입니다. 왜냐하면,
1) 세 장의 모양은 모두 다르고(물결, 넙적 타원, 다이아몬드),
2) 세 장의 무늬는 모두 다르며(무늬 없음, 꽉찬 무늬, 실금 무늬),
3) 세 장의 색깔도 모두 다르며(빨강, 초록, 보라),
4) 세 장의 무늬 개수도 모두 다르기 때문입니다. (두 개, 세 개, 한 개)
이렇게 세 장이 포함하고 있는 요소가 모두 다르거나, 모두 같을 때, 이 세 장은 세트를 이루게 됩니다. 플레이어는 세트를 찾으면 조용히 이 세 장을 한 번에 손가락을 짚고, 카드를 가지고 가면 됩니다. 가장 많이 카드를 먹은 플레이어가 이기겠지요.
만약 잘못 짚으면 먹어 간 카드 한 장을 벌칙으로 제출합니다. 그러면 자신의 점수가 감점이 되겠지요.
위 카드에서 다른 세트가 있는지 찾아볼까요?
요 세 장도 세트입니다.
1) 세 장의 모양은 모두 같고(다이아몬드),
2) 세 장의 무늬는 모두 다르며(무늬 없음, 꽉찬 무늬, 실금 무늬),
3) 세 장의 색깔은 모두 다르며(빨강, 초록, 보라),
4) 세 장의 무늬 개수는 모두 같기 때문입니다. (한 개)
먼저 세트를 찾는 사람이 카드를 가지고 가기 때문에, 자신이 찾은 세트에 포함된 카드를 누군가 가지고 가 버리면 다시 세트를 찾아야 하겠지요.
카드 세 장이 빠지면 카드 더미에서 세 장을 더 채워 12장을 항상 유지합니다. 그런데 12장에서 오랜 시간 세트를 찾아내지 못하면 카드 세 장을 추가하여 15장으로 게임을 합니다. 그러다가 누가 세트를 찾아서 12장이 되면 계속 12장으로 게임을 진행하구요.
흔히 추상전략 보드게임이라고 하는 보드게임들은 이렇게 간략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테마도 별다른 것이 없구요. 그래서 보드게임을 배우거나 알려줄 때 조금 딱딱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배우면 쉽게들 해 냅니다.
인쉬 Yinsh
이 보드게임은 바둑이나 장기, 체스 같은 게임을 지향하는 보드게임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GIPF Project 라고 하여 Kris Burm이라는 보드게임 디자이너가 만들어 낸 8가지의 보드게임 중 하나인데, 많은 보드게이머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저희 반에도 제 보드게임 한 카피를 가져다 두어, 몇 사람이 하릴없이 놀고 있을 때 규칙을 알려주고 플레이하게 합니다.
이 보드게임은 2인 전용 보드게임입니다.
요런 게임판 위에 돌아가면서 자신의 색깔 링을 하나씩 올려 놓습니다. 시작 플레이어부터 차례대로, 자신의 링을 선을 따라 직선으로 옮깁니다. 그런데 링을 옮길 때, 색깔 토큰을 하나씩 링이 있던 자리에 두고 링을 옮깁니다. 이렇게 색깔 토큰이 게임판 위에 차곡차곡 놓이기 시작하는데, 만약 놓인 색깔 토큰 위를 검정 링이든 하양 링이든 링이 뛰어 넘을 때, 색깔 토큰이 뒤집히면서 색깔이 바뀝니다. 링은 선을 따라 직선으로 움직일 때 토큰을 뛰어 넘어갈 수 있고, 그렇게 뛰어 넘어갈 때마다 색깔 토큰이 뒤집힌다는 말입니다. 자기 색깔의 링이 남의 색깔의 색깔 토큰을 뒤집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링이든, 넘으면 뒤집힙니다.
링이 링을 넘어서 이동할 수는 없고, 링이 움직이는 직선을 가로막고 있다면 그것을 넘어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렇게 색깔 토큰을 놓으면서 링을 이동시키다가, 자신의 색깔 토큰 다섯 개가 연이어 한 줄로 연결되게 되면 1점을 얻습니다. 그러면 자신의 링을 하나 빼서 게임판의 자신의 자리 쪽에 표시된 링 놓는 곳에 놓습니다. 연이어 한 줄로 놓여진 자신의 색깔 토큰 다섯 개도 빼내어 색깔 토큰 더미로 가지고 옵니다.
자신의 링 세 개를 먼저 빼내는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승리하는, 2인 전용 보드게임입니다.
아이들도 그렇게 싫어하지 않았고, 아무래도 호승심에 불타는 어린이들은 서로 이기려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교실에 하나쯤 있으면 좋은 2인 전용 보드게임입니다. 얼마 전까지는 구하기 어려웠는데, 얼마 전부터 새롭게 생산되어 나오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구하기 쉬우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에 이 시리즈의 보드게임을 세 개 구했습니다. 인쉬 Yinsh 말고도 퓡트 Punct 도 있는데, 예전에 해 보았을 때 아이들이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륀크 LYNGT는 새로 나온 시리즈이자 완결판 격의 보드게임이라 하나 구매했습니다.
앞서 소개했던 루미스 보드게임도 조금 더 넓게 보면 3차원 입체 추상전략 보드게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래도 블록 형태의 보드게임으로 분류하면 소개하기 편할 듯 싶어 그 쪽으로 넣어 보았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