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학급운영] 6. 치밀한 계획, 운영은 융통성있게
교육과정은 1년간 학급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명시적인 계획을 표시한 것입니다. 6학년 교사는 약 190일에 걸쳐서, 총 1088시간동안 학생들과 교실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물론, 쉬는 시간도 있고 점심 시간도 있으며, 때로는 방과후에도 학생들과 보내는 시간이 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교사와 학생의 생활은 수업 시간에 이루어지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과정을 학급 교육과정에 싣게 됩니다.
교사에게 주어진 1088시간은, 열 가지의 교과로 채워집니다. 국어 204시간, 도덕 34시간, 사회 102시간... 그리고 이 시간을 조금 더 쉽게 채워갈 수 있도록 과목 별로 교과용 도서를 편찬합니다. 교사에게는 교사용 지도서도 줍니다. 교사는 시간을 정하고 짜임새를 이루어 교과(용 도)서를 학생들과 수업합니다.
교과용 도서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문서를 토대로 합니다. 학급 교육과정이 교실에서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운영할지를 표시한 문서라면,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배움의 목표를 위하여 학생들이 해당 학년에서 도달해야 할 성취수준을 제시하며 이에 대한 교수-학습 방법과 평가 방향을 큰 틀에서 안내하는 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토대로 교육부에서는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드는데 저희는 이것을 교과용 도서라고 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교과서로 불리우면서 우월적이며 심지어는 독보적인 존재로 여겨지기까지 하지만.
초등학교에서는 국어/도덕/사회/수학/과학 다섯 과목은 국정 교과서를 편찬하여 학교 일선에 제공하고 있고, 음악/미술/체육/영어/실과는 검정 교과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절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교과용 도서는 우리나라 교육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성취수준 실현 도구입니다. 그리고 유일한 도구도, 가장 효과적인 도구도 아닙니다. 이 지점에서 교사가 가진 교육과정 운영 전문가로써의 위치와 역할이 최근 강조되고 있습니다.
교과용 도서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대표적인 도구이지만, 이는 또한 평균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다양한 환경에 놓여 있으면서, 다양한 성장 과정을 가진,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는, 대신 두루두루 사용 용도를 정하기 편하게 평균을 지향하는 도구로 계획되었기 때문에, 이를 적용하는 시점에서 교사는 도구로써의 교과용 도서의 효율성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혹은 교사 개인이 가진 교육관과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도구의 변형 및 개선을 고민할 필요도 있습니다. 따라서 요 근래 학교 현장에서는 교과용 도서를 있는 그대로 실행하는 수업에서 벗어나, 교사의 재량에 따라 재구성하여 사용하기도 하고 아예 교사의 전문성을 토대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새롭게 편성하여 운영하기도 하며, 필요에 따라 여러 교과의 성취수준을 융합하여 운영하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교육과정 재구성입니다.
특히 6학년 교실에서 교육과정 재구성의 필요성이 더 크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초등학교 6학년 부분을 분석하여보면 과목별로 중복된 부분이 여럿 보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혹은, 융합하여 운영할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찾아낼 수 있습니다. 또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범위 내에서 교사가 가진 교육철학에 기반하여 조금 더 배워가고 싶은 부분을 발견합니다. 결국, 초등학교 6학년 교실에서 교육과정 재구성 운영은 점점 필수인 부분이 될 것이며, 이 지점에서 교사의 교육과정 전문가로써의 역량을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교육과정의 치밀한 구성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물론 굳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지 않더라도, 교과용 도서를 사용하여 수업하더라도, 교육과정의 치밀한 계획의 중요성이 줄어들진 않습니다.
많은 교사들이, 1년 동안의 전반적인 운영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 쫓겨서 학급 운영과 학생 배움을 근근히 해 나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저도, 학기를 진행하면서 그렇게 하루 찾아 간신히 한 시간 때우고 마는 모습으로 지내는 과목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종합적인 교육과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교실에서 어떤 활동을 해야할지, 이 활동은 어느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활동인지, 도달한 수준은 전반적으로 무엇을 목적으로 한 것인지, 이러한 준비를 매 시간마다 교사용 지도서를 토대로 수업 직전에 부랴부랴 준비하기에 급급하다면 결국 그 영향은 1년 간의 학급 운영 전반에 미치게 되고 피해는 우리 아이들이 받게 됩니다.
따라서 교사는 학년을 시작하기 전, 다가오는 1년간의 학급 운영 계획을 치밀하게 구성해야 합니다. 교과용 도서를 도구로 학생들과 1년을 수업하더라도, 교사가 가진 교육철학이 어떻게 교육과정 내에서 구현되게 할 것이며,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어떻게 성취하도록 도울 것이며, 학급의 전반적인 방향은 구체적인 운영과 어떻게 서로 협응하게 할 것인지 계획을 통해 구상하고 예상하여야 합니다.
사실 굉장히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러한 준비를 해나가려면 학년이 종료하는 시점부터 길게는 1달 반, 짧게는 2주간에 걸쳐 준비하여야 하는데, 한 학년동안 수업 시간의 배움 내용을 미리 살펴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 겨울방학 동안에도 미리 준비하는 편인데, 1년을 한 번에 그리는 일은 쉽지 않음을 항상 느낍니다. 특히 올해처럼 교육과정이 바뀌는 첫 시작을 준비할 때는 말입니다. 이러다가 새로운 학년을 시작하기라도 하면 더더욱 쉽지 않습니다. 수업 이외에도 교사가 학급 운영을 위하여 해야 하는 일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과제 검사도 있고, 상시 평가도 시행해야하며, 여러 활동이나 자료의 입력 작업, 대회 운영의 집계, 동학년 운영 회의... 요즘 저는 학년 초 이런저런 학생 관련 자료를 수합하고, 학부모 관련 자료를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이게 지나가면 곧 대회, 현장체험학습, 예비교사 현장실습, 졸업앨범 등등등. 뭐...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어려움이 교사의 치밀한 학급 교육과정 계획의 수립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어렵겠지만, 교사는 1년간 자신과 함께 지낼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더 잘 돕기 위해서라도 치밀하게 학급 교육과정을 수립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교사의 1년 준비가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고 고민한다면 말입니다. 물론, 우연하게 찾아오는 행복한 경험도 있습니다. 우리는 개떡같이 했는데, 아이들은 1년을 너무 행복해하면서 추억하는 모습도 간혹 보니까요. 그러나 잘 계획된 1년은, 아이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 확률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부모가 될 필요까지는 아닙니다. 그저, 1년을 미리, 조금 더 총체적으로, 체계적으로, 일관성있게, 밑그림 그려가는 것은, 또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리 힘든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발달과 성장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즐거울 수 있다면... 이러한 즐거움의 시간이 아이들의 발달과 성장에 알게모르게 미칠 영향에 대한 것은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분명할 것입니다.
이렇게 꼼꼼하고 치밀하게 교육과정을 수립하지만, 실제 운영의 순간에는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육과정을 실현하는 주체가 누군가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교사가 교과서를 가르치던 것이 배움이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배움의 주체는 학생이고, 학생이어야 합니다. 학생 스스로 자신이 배울 것을 골라 배워나가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그리고 이제 배울 공간과 기회도 많습니다. 인터넷 공간에 얼마나 많은 배움의 기회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배우려고 하면 자신이 좋아하고 궁금해하고 도전하고 싶은 것을 얼마든지 배워나갈 수 있습니다. 배움의 기회가 늘어가는 현재 시대에, 교사의 교육철학 만으로 학생의 배움을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다만, 아직은 발달과 성장을 해나가는 시기라, 아이들은 아직 시야가 좁고 앎도 넓거나 깊지 않으며 조금 더 두루두루 경험해 나갈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사의 교육과정 계획은 어찌보면 배움의 주체가 되어야 하지만 아직은 조금 더 넓고 깊게 보는 경험을 가져 나가야 하는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선택지입니다. 무턱대고 맨땅에 헤딩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교육철학에 맞게 준비하되 학생과의 소통과 공유를 통해서 이를 누려나가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교사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합니다.
즉, 융통성은 아무 것도 없는 가운데 발휘할 수는 없습니다. 융통성은 '자유시간'이 아닙니다. 저는 매년 아이들과 '자유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갖습니다. 교사가 자유시간을 주기를 간절히 원하는 아이들. 그러나 막상 주어진 자유시간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우리 뭐하지?' '우리 뭐하면서 이 시간을 보낼까' '우리 뭔가 하자. 시간이 가잖아' 등등의 말만 하다가 그냥 무료하게 자유시간을 흘려보내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선생님은 자유시간을 주고 싶지 않다. 차라리 너희에게 선택지를 주고 그것을 함께 해 나가다가 너희가 원하고 바라는 것을 덧붙여서 해나가는 방식이 너희에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게 더 나은 자유시간이 아닐까?' 아이들은 쉽게 수긍합니다. 자신들도 '자유시간'이 주는 모호함을 경험해 보았기 때문입니다. 교사가 교육과정을 융통성있게 운영한다는 미명 하에, 아무 준비도 없이 아이들에게 '자유시간'을 주는 것은, 아이들로 하여금 아무런 의미도 없는 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것에 다름 없습니다. 잘 준비된 선택지를 바탕으로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보태어 아이들의 힘으로 선택지를 융통성있게 변형하며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교육과정을 치밀하게 준비하여야 할 또 다른 이유가 될 것입니다.
교육과정에 대한 교사의 명확한 운영 방향이 있어야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도 더 커집니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나눕니다. 하나를 가르치기 위해 교사는 하나 이상을 알아야 한다. 초등학교 수준의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교사는 초등학교 수준의 지식만을 알고 있으면 안됩니다. 적어도 그 이상의 지식을 알고 있어야, 단순한 지식 전달자의 위치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교육과정의 운영도 그렇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하자고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명확한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운영의 묘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충분히 만족시키면서도,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방향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학교 현장은 교사와 학생이 만들어가는 공간이지만, 그 기준은 분명히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입니다. 융통성은, 교사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그를 바탕으로 학급 교육과정을 세심하게 수립한 이후에 발휘될 때, 그 효과가 더 클 것입니다.
계획은 바꾸라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급 교육과정을 학년 초에 수립하지만, 교사 사이에서는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처음의 백지 상태를 차근차근히 채워가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본적인 틀 아래에서 교사와 학생(학부모)이 소통과 공감을 통하여 학생의 발달과 성장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발달과 성장의 결정적 시기를 보내는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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