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수학] 1. 수학하는 이유
수학은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학문(과목)이다.
6학년 1학기 수학 첫 시간 수업의 아이디어는 수학자 아브라함 발드의 일화를 토대로 하였습니다. [틀리지 않는 법 - 수학적 사고의 힘] 서문에 보면,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비행기의 생환율을 높이기 위하여 비행기 특정 부위를 철판으로 보완하기로 하고 과연 어느 부분에 철판을 덧대야할지 논의하였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미군은 돌아온 비행기에 남아있는 총알 자국의 수를 기체의 몸통, 연료계, 엔진 부위, 기타 나머지, 총 네 부분으로 나누어 조사하였습니다. 기타 나머지 부분에 맞은 총알 자국이 기준 면적 당 1.8개로 가장 많았고, 단일 부위로는 비행기 몸통 부위에서 가장 많은 총알 자국인 1.73개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연료계에서는 1.55개, 그리고 엔진 부위에서 가장 적은 총알 자국인 1.11개를 찾아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가지고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들이라면 어느 부분을 철판으로 보강하겠는가?
가장 먼저 나왔던 답은 기타 나머지 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발표한 어린이는, 총알 자국이 가장 많았던 부분이 나머지 부분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는 답을 했습니다.
그 다음 나온 답은 엔진 부위였습니다. 자기 생각에 엔진은 중요한 부분이니까 보완해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럼 선생님이 제시한 데이터를 토대로 한 답은 아니고, 그냥 너의 상식에 기초한 대답이네?'.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그렇다고 말하였습니다.
그 다음 나온 답은 몸통 부위였습니다. 그 어린이는, 데이터 상으로는 기타 나머지 부분이 가장 많은 총알 세례를 받았지만 그것은 기타 나머지 부분을 다 모은 것이라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는 없고, 단일 부분으로는 몸통 부분에서 가장 많은 총알 자국을 발견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답을 했습니다.
그런 다음, 손을 들어 보았습니다.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니?
손들지 않은 친구 둘을 빼고, 스물 다섯 명의 어린이 중 가장 많이 손을 든 부분은 몸통 부위였습니다. 근소하게 나머지 부분이 그 뒤를 이었고, 의견에는 없었지만 연료계 부위가 두 명, 엔진 부위가 한 명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미 장성들의 의견도 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몸통 부위를 철판으로 보강하기로 결정하였고, 이 결정에 대해 수학자들의 자문을 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브라함 발드는 '사라진 총알 구멍들은 어디에 있을까'에 주목한 대답을 하였다고 합니다.
왜 엔진 부위의 총알 자국 수가 가장 적을까? 왜냐하면 바로 그 부분이 가장 치명적인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돌아온 비행기는 어쨌든 살아남은 비행기입니다. 살아남은 비행기의 총알 자국은, 견딜만한 것이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엔진 부위에 총알을 맞으면,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증거가 된다는 말입니다. 아브라함 발드는 '동체 부위가 아니라 엔진 부위를 보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수학은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과목(학문)이 아닙니다. 수학은 주어진 데이터를 어떻게 이해하여 이를 해석하고 활용해야하는가를 안내하고 연습시켜주며 사용해보도록 하는 과목(학문)입니다.
그런데, 너무 많은 이들이 학생들로 하여금 '무진장 느리고 버그투성이인 마이크로소프트 엑셀이 되도록 훈련시키는([틀리지 않는 법], p78)' 일에 과도하게 몰두하도록 채근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연산력은 저학년 때 완성해야 한다며 의미도 없고 별 가치도 없으며 단지 느릿느릿한 - 게다가 틀리기까지 하는 - 계산기 노릇이나 하도록 우리 아이들을 억지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수학이 재미없을 수 밖에요.
게다가, 종종 '수학은 잘하게 되면 재미있어지는 과목이야'라고 말하는 목소리도 만나게 됩니다. 실은 제가 그런 목소리를 내고 다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잘하게 될 때까지는 별 재미를 못 느끼는 과목을, 다가오지도 않을 미래를 담보로 억지로 하게 하는 것에 대해 과연 어린이들이 달가와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봅니다.
수학은 재미있는 과목입니다. 그 자체로 재미있고 즐거우며 명확함에서 오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과목입니다.
1년 내내 이런 수업을 준비하고 아이들과 누릴 수 있을까에 대한 자신감은... 없습니다. 저는 국어 수업도, 사회와 과학 수업도, 그리고 음, 미, 체, 창체까지 준비해야 하는 초등학교 교사니까요. 그러나 적어도, 아이들에게 다가오지 않을 미래를 담보로, 의미도 가치도 없는 계산기 노릇을 하도록 하는 일은 하지 않을 요량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수업, 함께 주어진 상황을 논의하고 해석하며 아이들이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수업을 위해서 노력해야겠다라고 생각한 첫 시간이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