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와 정치
민주주의가 무엇이길래 평범한 사람들이
민주화 과정에서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참여했는가
를 알아보기 위한 첫 단계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를 알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진짜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는지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이라고 알려진 이 명제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인간이 사회적이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이 질문에 대답해가면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찾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들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인간은 의사소통한다.
인간은 협력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문화를 만든다.
인간은 집단을 이룬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은 공동체를 이루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다.
그런데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는 반드시 의견 충돌이 발생하고 갈등이 생겨납니다. 또는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 상황들이 생겨납니다. 따라서 갈등과 문제 상황에 연이어, 이것들을 해결할 방법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실현되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과연 인류는 최초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였을까? 아이들이 쉽게 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조금 더 구체적인 상황을 말해줍니다. 부족민들이 모여 사냥을 간다. 옆구리에 창을 하나씩 꼬나 쥐고, 공룡(물론 공룡일리는 없습니다. 진화론 상으로는 인류와 공룡의 역사는 어마어마한 시간적 격차가 있기 때문입니다.)을 잡으러 간다. 누군가 자신의 창을 높이 들어 공룡의 눈깔을 향해 던진다. 우와아아아와아! 다른 사람들보다 키가 한 뼘은 더 큰 그 인간. 공룡을 잡은 후 그 고기를 분배할 때 가장 많은 고기를 얻게 된다. 그가 세운 공 때문에, 혹은 그의 월등한 신체 조건 때문에라도, 그가 가장 많이 가진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 묻는다. 우리, 다음 사냥은 언제 나가? 그러면서 최초로 창을 휘두른 사람을 쳐다본다. 그가 나가야, 우리도 나갈 수 있다.
최초의 갈등 국면에서 아마 가장 큰 목소리를 낸 사람은, 힘이 가장 센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이야기해 준 후에 다시 묻습니다. 갈등과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누구의 영향력이 가장 컸을까? 역시 아이들은 머뭇머뭇거립니다. 다음 상황도 말해줍니다. 사냥에서 가장 큰 공을 세웠던 그가, 가장 많은 전리품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바. 그래서 며칠 동안 잘 포식한 후, 먹을 것이 떨어진 다음에도 최초의 창잡이는 여전히 먹을 것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사람들은 그에게 가서 묻는다. 언제 다시 사냥을 나갈 생각이에요? 혹시 사냥을 나갈 생각이 없다면... 가지고 있는 음식을 조금 나누어 받을 수 있을까요? 결국 힘은 부를 낳습니다. 힘과 부. 이것이 모이면 권력이 되고 추종자를 모으게 되겠지요. 정치 체제가 생겨나는 계기입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정치의 의미를 거쳐 정치 체제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2009 개정 교육과정에 기반한 교과용 도서에서는 정치에 대해,
"갈등이나 대립을 조정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공동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활동"
이라고 말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는 정치 체제로 왕정과 귀족정 등 소수에 의한 정치 체제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즉, 부와 힘, 권력과 추종자들에 의한 정치 체제가 인류의 역사에서 주로 사용되어 온 방법입니다.
그러다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는 방식이 여러 사람들에 의해 제안됩니다. 1688년의 명예혁명과 뒤이은 권리장전(1689)이 왕정을 의회정으로 변화시킨 것이라면,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은 왕정을 민주정의 방향으로 이동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이런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어려우니 넘어가면서, 질문을 제시하였습니다. 너희들이라면 학급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선생님 혼자서 묻지도 않고 단독으로 결정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너희들도 교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가고자 하는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결국 다수의 사람들이 문제 해결과 갈등 조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함께 인정하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이 모든 시민(국민)이 직접적으로 혹은 간접적으로 문제 해결 및 갈등과 대립의 조정에 참여하는 정치 체제를 우리는 민주주의 정치 체제, 일명 민주정이라고 말합니다.
민주정의 가장 원시적인 형태는 고대 그리스의 폴리스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직접 민주주의는 폴리스의 아고라에 모든 성인 남자들이 모여 폴리스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해결한 것에서 그 기원을 찾습니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에서도 불가능했지만, 지금도 모두가 모여서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현대의 민주주의를 '대의 민주주의'라고 말합니다. 시민들이 정치 체제를 위한 대표자를 선정하여 그에게 시민이 가진 문제 해결 권리 및 갈등 조정 권리를 그 대표에게 위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의 민주주의 하에서 뽑힌 대표가 자신이 위임받은 권리를 남용하여 나라를 비민주적인 모습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역사에서 반복되는 장면입니다. 나찌 독일의 지도자였던 히틀러가 선거라는 절차에 의해 민주적인 방법으로 선출된 대표라는 사실을 보면, 대의 민주주의 하에서의 대표는 언제라도 왕처럼 굴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독재는 민주주의가 반드시 막아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민주주의의 정신을 지키고 권력을 위임받은 대표에게 맞서, 시민(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천명하는 문서가 바로 헌법입니다. 따라서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정신은 바로 '입헌 민주주의', 즉 헌법에 입각하여 시민(국민)이 나라의 주권자임을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즉 누군가 대표로 나랏일을 맡아서 하게 되었을 때, 그들이 시민(국민)에게 함부로 굴지 않도록 권력을 제한하는 일을 헌법은 담당하게 됩니다. 그래서 헌법이 시민의 기본권 보장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한 때 '법치주의'라는 말이 이상하게 쓰인 적이 있습니다. 법치주의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이념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손으로 뽑은 대표자에게 하는 말입니다. 법치주의는, 정부와 정부의 대표자가 법을 뛰어넘어 함부로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을 막고, 정부의 행정 행위가 헌법과 법률에 의거하여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수호하도록 작용해야 한다는, 정부와 대표자들을 기속하는 이념입니다. 그런데, 한 때 어떤 정부에서는, 국민이 법을 잘 지켜야 한다, 는 의미로 오용하여 사용하기도 했었지요. 헌법 이하 모든 법률은 시민의 기본권을 수호하고 보장하는 것을 더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노무현 대통령 님의 10주기를 맞이하여 대통령 님께서 하셨던 말씀을 다시 한 번 되새겨봅니다. 민주주의는 보장된 시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자신이 가진 힘을 오남용하는 권력에 맞서는 것을 시민의 당연한 권리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시민(국민)이 주권자라는 명백한 증거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 평범한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정신과 이념이 훼손되는 것에 맞서, 모든 시민이 바로 국가와 권력의 주인임을 확인하고 이를 수호하려고 나섰던 것입니다. 어떤 권력도 시민의 위에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알고 살아내며 배우고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이제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해 알았다면, 민주적인 정치가 이루어지기 위하여 반드시 보장해야 할 시민(국민)의 기본적인 권리가 무엇이 있는지 헌법을 통해 알아보아야 합니다. 다음 시간에...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