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온작품읽기] 지엠오 아이
2015 개정 교육과정 국어과의 특징 중 주목할만한 것은 '한 학기 한 작품 읽기', 즉 온작품읽기가 과목 내 단원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물론 교과용 도서는 배움 구성에 있어 정형화된 틀을 제공하고 있지만, 교사가 성취기준에 맞추어 재구성한다면 충분히 의미있는 배움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지엠오 아이]는 첨단 테크놀로지의 외피를 둘렀지만, 실상은 아이의 밝음이 어른의 잃어버린 인간미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그 부분이 독서 내내 아쉬웠습니다. 실은 이런 클리셰는 차고 넘치게 책 속에서, 영화 같은 매체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냉혹하고 이기적이며 자기중심적인 한 사람이 덤벙거리고 제대로 할 줄 아는 것 없으며 그저 세상 물정 모르고 살아가는 한 사람의 빈 자리를 느끼는 이야기. 이 동화에서는 나무라는 아이가 정 회장이라는 어른을 원래의 자리(!)로 돌려놓는, 어찌보면 진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진부할지라도 아이들의 마음에 따뜻하게 다가설 수 있다면 다행이겠지만, 이 동화는 묘한 대립항을 가지고 있습니다. 냉혈한인 정 회장은 첨단 테크놀로지의 최전선에 선 사업가입니다. 그리고 그 반대항에는 지킬타운으로 형상화 된 자연친화적인 세계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방향에는 어린아이같은 순수함을 가진 어린아이, 나무가 정 회장과 맞은 편에 서 있습니다.
정 회장이 냉혈함과 테크놀로지를 한 몸에 품고 있다면, 냉혈함의 저 쪽 편에는 나무가, 테크놀로지의 또 다른 편에는 정 회장의 아들과 함께 지킬타운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면서 자꾸 착시 현상이 벌어집니다. 아이들은 심정적으로 나무에게 공감하여 나무를 응원하고 안타까와하면서 정 회장의 변모를 응원하는데, 그것이 테크놀로지에 대한 정 회장의 태도 또한 변모하기를 심정적으로 강제당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플롯이 계속 묘하게 병치되는 것입니다. 정 회장의 아들이 아버지에 맞서는 것은, 어머니의 죽음을 어찌보면 보살피지 못한 아버지의 인간미 없음 때문일 것인데, 아들이 반대하는 유전자 조작과 계속 오버랩되면서 독자에게 자꾸 착시현상을 불러 일으키는 것입니다. 정 회장이 나무를 통해 인간미를 가지면서 자신의 증손자에게 문을 열고자 하는 그것과, 테크놀로지에 반대하며 자연 친화적으로 사는 것이 계속 겹쳐 보이도록.
물론, 저 개인적으로도 인간의 삶이 조금 더 불편함을 갖게 되더라도, 자연 친화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원하고 바라기는 합니다. 그러나, 자연 친화적인 삶이 인간미 넘치는 삶과 같은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책의 흐름은, 독서하는 내내 무언가 묘한 불편함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뭐, 다르게 보자면, 첨단 테크놀로지에 의해 '만들어진' 지엠오 아이, 나무가 겪는 어려움을 보면서 정 회장이 테크놀로지를 비판적으로 보게 되었다, 라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보기에는 정 회장 자신이 테크놀로지에 아주 경도된 인물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정 회장은 자신이 살고 있는 타워프리돔에서 유일하게 유전자 조작 없이 자연 친화적으로 가꾸어지는 야채를 먹는 '채식주의자'이며, 번거롭더라도 현관문을 열 때 목소리 인식을 꼭 시키는 아날로그 형의 삶을 군데군데에서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이 소설은 첨단 테크놀로지를 겉껍데기에 두른, 한 냉혈한을 인간미 있게 만들어가는 진부함이 있는 동화입니다.
그러나 이는 어른의 시각일 뿐,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감동이 있었을 듯 합니다. 글을 비교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너무 궁금해서 물어 보았습니다.
지난 번에 읽었던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 더 좋니, 아니면 이 [지엠오 아이]가 더 좋니?
아이들의 의견은 언뜻 보아 반반이었던 듯 싶습니다. 교사에게 보이는 빈틈은, 그만큼 지내오면서 겪었던 클리셰의 향연 덕택에 느끼는 진부함일 뿐, 아직 아이들의 독서 경험이나 인생 경험은 그런 것을 추상화하여 받아낼 정도로 오래진 않았지요. 아마 조금씩 독서 이력 - 혹은 드라마 이력 - 을 쌓아가면서 기시감을 줄곧 느끼게 되겠지만, 그 원형이 [지엠오 아이] 정도라면 뭐, 나쁜 원형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한 독서 활동은 아래 질문에 답하는 것이었습니다.
독서 후 든 전체적인 생각·느낌
공부를 위해 읽는 책과, 책을 위해 책을 읽는 것은 분명히 구분됩니다. 그런데 문학 작품을 벌써부터 공부를 위하여 읽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점점 더 강하게 가지게 됩니다. 교과용 도서에서는 아이들이 글의 내용을 잘 파악했는지 묻는 질문을 독후에 계속 넣고 있습니다. 수능이, 시험이 그런 것을 묻더라도, 지금은 굳이 그렇게까지 책을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교육용 보드게임이 재미 하나도 없듯이, 공부를 위한 독서 또한 재미있을리가 없습니다. 책은 책 자체를 목적으로 읽으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물어볼 것은 하나 뿐입니다. 책 한 번 다 읽고 나니 무슨 생각이 들어? 어떤 느낌이 들어? 왜 그런 생각이,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오늘 독서는 세 차시 동안에 이루어지고, 한 차시 동안에는 모든 학생들이 이 질문에 답을 하는 시간으로 구성하였습니다. 모든 학생들의 독후 감상을 아동 스스로의 목소리로 말해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독후 활동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 차시(총 120분)의 독서 시간동안, 가장 빨리 읽은 아이 - 이전에 이 책을 읽어보았던 아이 - 는 40분 정도에 독서를 마쳤습니다. 전체적으로는 26명 중 16명이 최소한 한 번은 다 읽었으며, 10명 정도는 다 읽지는 못하였습니다. 항상 그게 아쉽습니다. 독서 시간을 더 넉넉하게 주고 싶은데... 다 읽은 아이들이 도통 가만히 있지를 못하네요. 그렇다고 빨리 읽은 아이들에게 자유시간 같은 것을 준다면 그것도 독서에의 몰입을 방해할 뿐이겠지요.
그래서 빨리 읽은 아이들이 한 번 정도 더 읽어볼 수 있는 질문을 하나 제시하였습니다.
다시 읽으면서 인상적인 대사(화)·장면·사건·인물 등을 쓰고, 그 까닭 써 보기
교사의 독서 방식을 아이들과 공유한 것입니다. 저는 처음 읽는 책은 따로 메모하거나 밑줄 긋거나 하이라이트하지 않고, 그저 읽습니다. 그렇게 다 읽은 책, 다시 서가에 돌려두고 다른 책에 천착하다가 문득, 다시 생각날 때 꺼내어들면서 펜과 메모지도 같이 꺼내어듭니다. 비문학 제재글은 보통 밑줄치고, 문학 제재글은 메모를 하게 됩니다.
다시 읽어야겠다는 것, 이 책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자신에게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에게일 수도 있고, 혹은 작가에게일 수도 있고. 굳이 대화일 필요나 사건일 필요는 없지만, 아이들 수준에서 - 어른들에게도 - 그게 가장 쉬운 접근 방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모두의 발표를 들었는데 담임 교사가 아이들의 발표를 듣다가 몇몇 발표에 자신의 생각을 거드는 바람에 시간이 조금 오버하였습니다. 결국 다음 시간을 약간 넘어가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이 질문에 대한 몇몇 아이들의 답도 함께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독서 속도가 더 빠른 아이들을 위해서, 두 번까지 다 읽은 아이들을 위한 다른 질문을 또 하나 준비하였습니다.
미래 사회에 등장할 것이라고 작가가 상상한(제시한) 신기술 찾아보기
이야기 2장에서 유전자 조작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견해 정리하기
이야기의 주된 흐름은 '냉혈한의 인간미 회복기'이지만, 이 책의 외피를 두르고 있는 유전자 조작과 테크놀로지 이야기는 따로 살펴볼만 합니다.
특히 책의 2장에 나오는 정 회장의 직원들이 제시하는 테크놀로지의 발전에 대한 생각과 유전자 조작에 대한 생각들은 정리하여 읽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 기술 발전에 따른 부작용·저항은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지만, 결국 기술이 사회에 자리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바, 유전자 조작에 대한 많은 우려나 문제들도 점차로 기술이 사회에 녹아들면서 해결될 것이다.
- 유전자 조작 식품에 대한 부작용이나 안전성 문제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면적으로 기술을 확산시키는 것은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 충분히 고민하고 책임지려는 태도를 다 하는 것이 중요하다.
- 기업은 이윤을 목적으로 움직이며, 선택은 고객의 몫이며 책임 또한 선택의 몫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전에 선택한 고객의 책임을 도외시할 수는 없다.
-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간의 삶이 편리해지고 있지만, 그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신경쓰는 것도 중요하다.
독서가 빠른 아이들은, 책을 가볍게 휙휙 넘기면서, 혹은 책의 특정 부분에서 제기하는 생각의 끈을 잡게 해 보는 질문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활동의 편차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발표는 따로 듣지 않았지만, 배움일지에 적어보게 하였고, 교사가 개별적으로 피드백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활동을 위한 독서를 그리 선호하는 편이 아니지만, 위의 두 질문을 토대로, 가령 유전자 조작에 대한 토론을 한다던지 - 다만 위에서 언급한대로, 이 책은 유전자 조작을 인간미의 반대항에 놓아버림으로써 아이들로 하여금 선뜻 손 내밀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균형잡힌 토론의 제재글은 될 수 없겠지요 -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미래 사회의 모습을 토대로 글쓰기·그리기를 해 볼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네 차시에 약간의 시간을 더하여, [지엠오 아이] 읽기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