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온작품읽기] 불량한 자전거 여행
위기 가정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호진이는 사이가 좋지 않는 부부 사이의 외아들입니다. 흘러가는 이야기를 통해 짐작하건대, 아빠는 가족을 위한답시고 회사에 충성하다가 그만 회사에 잡아먹혀버린 아빠고, 엄마는 아빠와 시원하게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던 도중에 쌓여가는 감정의 골을 메우지 못하는 - 이것은 아빠도 마찬가지이지만 - 상태로 직장이라는 도피처를 찾아 떠난 엄마입니다.
결국 벌어진 상처를 서로 감싸매는 노력하기를 멈춰버린 채, 엄마와 아빠는 끊임없는 감정 싸움에 서로를 소진시키고, 호진이는 그 사이에서 자신도 가족임을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결국 부모의 '이혼'이라는 목소리에 단호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저희 반 아이들은 용기라 하였습니다. 부모의 이혼 소식에 집을 나서 삼촌에게로 향하는 그 모습을 용기라고 평가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용기라는 단어보다 절박함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고 싶습니다. 그 나이 또래에 비슷한 경험을 가진 저는, 그 때 참 절박한 마음이었습니다. 흐르는 침묵 속에 오고가는 얼음장같은 감정들을 견디기 어려워 어쩔 줄 몰라했던 그런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뜰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호진이같이 갈 곳이 있었으면, 하필이면 엄마도 아빠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삼촌같은 도피처가 있었다면, 저도 갔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때는 항상 독서실에를 갔습니다. 그곳이 도피처였기에. 용기는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부모의 갈등에 자녀가 택하는 모든 행동은 다 절박함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호진이에게서 그런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찾아간 호진이의 삼촌은,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하는 팀을 이끄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중학교 2학년 때, 형의 물건에 부러움과 간절함의 마음을 담은 손을 아버지가 용납했다면, 삼촌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삼촌의 형 - 호진이의 아빠임에 분명한 - 은 모든 것을 다 누리고 있었고, 삼촌은 형이 누리는 모든 것을 누릴 수 없었습니다. 형이 너무나도 부러웠던 그 마음을, 아버지는 이해하지 못했고, 삼촌도 이해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부모로부터 박탈당한 삼촌은, 부모로부터 배제당할 위기에 처한 호진이의 마음을 더 잘 이해했을 것입니다. 아니, 처음부터 자세한 사연은 알지 못했더라도, 아마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에서 광주까지 온 호진이의 행동을 보고는 짐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연은 사연을 알아보는 법.
그리고 그 자전거 전국일주에 호진이도 함께 합니다. 처음에는 관망자로, 우연찮게 팀메이트로, 중간부터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아이들이 가장 인상깊게 꼽았던 장면 중 하나로, 가지산을 오르는 장면을 꼽았습니다. 저는 자전거로도, 자동차로도 올라보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이야깃속 끝간데 모를 그 오르막에 아마도 함께 공감하였는지도 모릅니다. 자전거를 탄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라면 아마 더 쉽게 공감을 이루었을 것입니다. 자전거로 언덕 오르기는 쉽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산자락을 자전거로 쉴새없이 오른다라... 하필이면 가지산 초입에서 희정의 자전거를 호진이가 타게 되면서 아이들은 호진이의 마음에 함께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아이들도 인상깊게 꼽았던 장면으로, 여행 말미의 캠프 파이어 장면이 있습니다. 저마다의 사연을 불꽃너머 아련히 보이는 일행을 넘겨다보며 나누는 장면. 누군가는 순수하게 자전거 타기를 목표로 이 전국일주에 참석하였지만, 누군가는 자전거로 여행하는 생애 마지막 여행을 예감하며 전국일주에 참석하기도 하였습니다. 자전거 일주를 하지 않으면 유학을 보내주지 않겠다는 아빠의 엄포에 마지못해 참석한 사람부터, 삶에 찌들고 술에 찌들어 버린 채 일터를 잃어버리고 마지막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이 일주에 참석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꼭, 끝없이 인생의 페달을 밟아대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누군가는 높은 산과 거친 길을 한치의 흔들림없이 꿋꿋하게 전진해가는 한 편, 다른 누군가는 힘들다고 소리지르고 때로는 넘어지기도 하며 어떨 때는 못 가겠다고 주저앉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 모닥불 아에 앉아 자신의 여행과 자신의 삶을 반추하는 그 모습이야말로, 실은 그것이 인생의 모습이 아니겠습니까.
호진이도 그 가운데에서, 페달을 밟으면서 아마도 자신의 삶이라는 긴 여정을 꿋꿋하게 완주하기로 마음 먹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호진이는 엄마의 수화기 너머 심경토로에 자신의 역할을 자각하게 됩니다. 너희들 두 남자들 때문에 내 속이 탄다. 호진이는 모든게 부모의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기는 그저 부모의 불화와 갈등에 피해자일 뿐. 그래서 그 부모에게 자식의 상실이라는 충격요법을 주고 싶었던 것이겠지요. 그러나 엄마의 말을 듣고 나서, 자기 자신도 가족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이 있음을 자각하게 됩니다. 부모를 화해시키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으로서 다른 가족들이 자신에게 바라고 원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나누면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결국 그것을 못한 자신의 모습을 아쉬워하며, 호진이는 가족의 일원으로서 가족을 위해 하나의 계획을 세웁니다.
6학년 2학기 2단원 이야기를 간추려요 단원을 위한 온작품으로 [불량한 자전거 여행]을 골랐습니다.
3~5교시 세 시간에 걸쳐 함께 읽었으며, 6교시에는 이야기를 읽은 후 네 가지 질문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 책을 읽으면서, 책 읽은 후 든 생각 또는 느낌
2. 가장 인상에 남은 이야깃 속 사건, 그 까닭
3. 인물 한 사람(의 말, 행동, 생각)에 대해 쓰기
4. 책 속 이야기와 내 삶 속 경험 연결짓기
모든 답은 배움일지에 적도록 하였고, 한 시간 동안 아이들의 발표를 두루두루 들었습니다. 1번에 답하다가도 자연스럽게 2번에 답하고 3, 4번에 답하면서 한 시간 동안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었습니다.
스물 여섯 명이 함께 읽었는데, 대략 9~10명 정도가 미처 다 못 읽었습니다. 책은 하루 대여해서 다음 날 오전까지 읽고 제출하도록 하였습니다. 시간을 조금 더 주고 싶었지만, 다 읽은 아이들이 너무 오래 기다리는 상황도 좋지 않아서 함께 이야기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 시간에는 요약하여 간추리기 활동을 하였습니다.
이전 [우주호텔] 읽고 했던 것처럼, 기억에 남는 사건들을 이야기해보도록 하였습니다. 그렇게 이야기 나온 사건들을 글의 구조로 연결지으면 이야기 요약이 됨을 또 한 번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불량한 자전거 여행]은 이야기의 구조가 명확한 글은 아닙니다. 발단 부분은 확실하지만, 클라이막스가 병렬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구조라, 엄밀하게 소설 구조로 나눌 수 없습니다. 그래서 2단원 제재글보다는 다른 제재글로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됩니다.
이후 독서감상글 제재글로도 사용하였습니다.
아이들의 독후 평은 꽤 좋았습니다. 2편이 얼마 전에 나왔다는 이야기를 어디에서 찾아보았는지, 부모님 졸라 구입해서 읽은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자전거 여행을 가고 싶다는 아이들도 있었고, 그래서 요즘 국도에서 자전거 타면 자동차 운전자들이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는 바람에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해줘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하였습니다.
6학년 수준의 아이들이 읽고 함께 이야기 나누기에 적절한 책이었다고 생각하며, 다만 사용할 성취기준을 바꾸어 보기 위해 조금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