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World] 6. 손으로, 몸으로 하는 보드게임
쉽게 알려주면서도 아이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보드게임. 손으로, 몸으로 하는 보드게임의 종류를 덱스터리티 Dexterity 종류의 보드게임이라고 합니다. 학교에서는 긴 벽돌 모양의 나무 조각을 쌓아 빼는 젠가 보드게임이나, 원숭이를 매달아 둔 막대기를 빼는 텀블링 몽키 보드게임이 많이 쓰이는데, 이런 보드게임보다 훨씬 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보드게임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코코너츠 Coconuts
덱스터리티 종류의 보드게임으로 제가 교실에서 고른 보드게임은 코코너츠 보드게임입니다. 그 이유는, 값싸기 때문입니다. 2만원 조금 넘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이런 보드게임이 흔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손과 몸을 사용하는 보드게임들은 요 밑에서 안내하겠지만 가격이... 정말 만만찮습니다. 코코너츠 정도라면, 정말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으면서도 아이들의 만족도도 나쁘지 않은 보드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저학년 아이들이 쉽게 접근하면서 호응도도 높은 보드게임이며, 고학년들 사이에서도 꽤 즐겁게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보드게임입니다.
이 종류의 보드게임이 다 그렇지만, 규칙은 간단합니다. 동봉된 원숭이 미니어처를 사용해서 코코넛을 발사하여 게임 공간 가운데 쌓여있는 컵에 넣으면서 컵을 자기에게 가지고 오면 됩니다. 빨강 컵에 넣으면 한 번 더 한다든지, 다른 플레이어의 컵에 넣으면 컵을 빼앗아 온다든지, 특수 카드를 사용해서 게임을 조금 더 다양하게 만든다든지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마침 오늘, 창의적 체험활동 자율활동으로 창의보드게임활동 세 번째 시간에 이 보드게임을 사용하였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즐겁게 깔깔낄낄하하호호하면서 사용하였는지 모릅니다. 게임을 마친 후 아이들이 선생님 앞에 두고 '아까 게임하는데요, 누구누구가 이러저러해서...' 라고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는 상황은, 그만큼 아이들이 즐겁고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는 말이 됩니다.
물론 모든 보드게임들이 다 그런데다가, 특히 이 종류의 보드게임들에 아이들이 더 쉽게 흥미를 떨어뜨리긴 하지만, 교실에 두면 틈틈히 찾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재미난 보드게임입니다.
게임에서 사용하는 코코넛은 럭비공처럼 통통 튀는지라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5천원 정도에 따로 코코넛 알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저도 따로 한 봉지 사서 가끔 한 번 씩 분실을 확인하며 채워넣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학년 초에 아이들에게 보드게임에 대한 안내를 할 때, 보드게임에 분실물이 생기면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을 안내하고 잃어버리지 않도록 이야기하면 아이들이 조금 더 조심해서 다룹니다. 특히 선생님이 같이 게임하는 가운데 게임 구성물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를 몸소 자주 보여주면 아이들은 선생님의 것이라고 생각해서 더 조심스럽게 사용합니다. 청소할 때 떨어져있는 구성물이 있으면 선생님에게 가져다 주기도 합니다.
루핑루이 Loopin' Louie
지난 글에서 이에 대해 두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서 주로 쓰지 않았던 이유는 생각보다 확 밋밋하게 받아들이던 아이들에 대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실은 저도 몇 번 해 보긴 했지만 그렇게 크게 즐겁게 한 기억이 없습니다. 일단 건전지로 작동하는, 어찌보면 완구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거니와, 조금 익숙해지면 상황이 뻔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작년에 보드게임을 살 기회가 우연찮게 주어졌고, 그렇게 가져다 둔 보드게임에 아이들이 너무나도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작년 아이들의 평가.
게임은 가운데 모터로 작동하는 비행기가 원형을 그리며 뱅글뱅글 도는 가운데 진행됩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거치대에 올려진 동전을 비행기가 쳐 내지 못하도록 손잡이를 이용해 비행기를 띄우면서, 조금 더 띄워서 다른 아이들의 거치대를 공격할 수 있도록 비행기를 쳐 올리기도 합니다. 그런 가운데 벌어지는 의외의 상황이 아이들을 열광하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비행기가 뱅글뱅글 돌면서 올 때 툭툭 쳐 올리는 손맛까지.
코코너츠만큼 저렴한 2만원대 초반에 구매하여 아이들이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는,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어울리는 보드게임이라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텀블링 다이스 Tumblin' Dice
덱스터리티 종류의 보드게임 중에서 제가 가장 먼저 사용했던 보드게임은 텀블링 다이스 보드게임입니다.
출처: 보드피아 http://boardpia.co.kr 사이트
9만 8천원짜리 보드게임. 4명이 해도 되고, 2명 4팀씩 8명이 해도 되고, 2명 3팀씩 여섯 명이 해도 되는, 어쨌든 하나의 팀은 같은 색깔 주사위 네 개를 가지고 있다가 자기 차례가 되었을 때 주사위를 굴려서 게임판 위에 주사위를 머물게 하는 보드게임입니다. 머문 주사위 눈과 머문 게임판 위의 수를 곱하여 나오는 수가 점수가 되는, 실제로는 남의 주사위를 쳐내기 바쁜 그런 보드게임입니다. 비싼 알까기 보드게임.
이 게임의 재미는, 당연히 다른 사람의 주사위를 맞추어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면밀하게 재고 조심스레 힘조절 하여 굴렸을 때는 잘 안 되는데, 요상하게 굴린 주사위가 남의 주사위를 툭 쳐 내면서 그 자리에 자신의 주사위가 가서 설 때, 게임의 재미가 확 올라가는 것입니다.
손과 몸을 쓰는 이런 종류의 보드게임들은, 그런데 리액션이 약간은 과장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 이제 굴려볼까? 누구걸 맞춰볼까~ 주사위에 콧기름을 바르고, 슥삭슥삭, 이제 굴린다, 긴장타라~ 으챠! 으랏차차차차챠차차! 쇼맨십을 가진 사람이 너무 과하지 않게 추임새 넣어가면서 게임에 참여하고, 모두가 리액션 해 가면서 즐겨주면 게임의 재미가 배가됩니다. 아이들은, 그런걸 잘 못하죠. 자기 차례 되면 그냥 주사위 놓고 결과도 안보고 뒤돌아서 휙. 취향인것이죠. 그런 아이들에게는 이런 보드게임 말고, 다른 보드게임이 필요합니다.
저희 아이들은 신나게 사용하였습니다. 들어있는 주사위가 약간 모나있다보니 금새 나무 게임판에 주사위가 찍힌 자국이... 그리고 아이들 흥미가 너무 금새 식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끝가지 좋아할 줄 알았는데... 제 생각에는 아마 이 보드게임은 한 번 하려면 조립도 해야하고 주사위도 나눠 가져야하고, 하겠다는 아이들이 많으면 편도 나누어야 하는데, 쉬는 시간 10분 동안에는 애매한 보드게임이라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잘 사용하다가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여유가 된다면 교실에 하나쯤 상시 비치해두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보드게입니다.
피치카 Pitch Car
고급 알까기 보드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냥 까는 것이 아니라, 까면서 경주를 벌이는 보드게임입니다.
나무로 된 트랙이 있고, 고무로 된 펜스가 있고, 나무로 된 경주용 자동차가 있습니다. 출발선에서 시작하여, 아이들은 자신의 차례에 자신의 자동차 마커를 손가락을으로 깝니다. 다른 사람의 차를 맞출 수도 있고, 펜스를 맞출 수도 있지만, 어쨌든 트랙 바깥으로 나가지만 않으면 됩니다. 만약 나가게 되면, 출발점에서 다시 시작.
그래서 이 자동차 경주도 결국은 다른 플레이어를 까서 내보내는 재미가 즐겁습니다. 그러다가 직선 트랙에서 잘 까는 바람에 쭈욱 달려갈 수 있다면, 오오~ 레이싱 좀 몰아봤는데~ 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겠지요. 간혹 경주 진행 중에 펜스가 빠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그 상태로 경주는 지속됩니다. 변수를 만들면서.
피치카 보드게임은 기본판이 있고, 확장이 다섯 가지나 더 있습니다. 각 확장을 통해서 경주로에 점프대를 만들 수도 있고, 교차로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피치카는 모든 세트를 다 사면 물경 30만원 가까이 돈이 든다는 것. 저는 기본판을 10만원 돈 주고 사서 가지고 있었더랬습니다.
어느 정도 하다보면 보드게임 구매 비용에 제 돈이 들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차라리 하릴없이 방황하면서 교실과 복도를 어슬렁거리는 것보다는, 이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 돈 들여 보드게임 사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보는 것이죠. 다만.
피치카 보드게임은 비용 대비 효용이 코코너츠 보드게임보다 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돈으로 피치카는 한 개인데, 코코너츠는 다섯 개. 그래서 교실에 코코너츠를 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비용을 좀 지불할 수 있다면, 이런저런 구색을 갖추어두고 싶고, 피치카 보드게임은 그 중 가장 있어 보이는 보드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크로키놀 Crokinole
이 보드게임이야말로 정말 알까기입니다. 다른 분들은 까롬과 혼동하시기도 하는데... 알까는 보드게임입니다.
16만원 주고 구매해서, 지금도 집에 가지고 있지만, 플레이는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보드게임이려면... 교실 한 쪽에 상시로 설치가 되어 있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근무하는 학교는 너무 작고, 항상 펼쳐 놓기는 어려우니, 뭐 어쩔 수 없죠. 그냥 개점 휴업 중입니다.
자기 차례가 되면 자기 나무알을 깝니다. 게임판 한 가운데 구멍에 쏙 들어가면 20점, 게임판 가장 안쪽 공간은 15점, 그 바깥쪽 공간은 10점, 제일 바깥쪽 공간은 5점. 그런데 반드시 상대방 나무알에 맞도록 까야 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나무알은 쳐내면서, 우리 편의 나무알은 점수를 얻을 수 있도록 안쪽으로 밀어 넣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됩니다.
게임을 즐겁게 하려면 게임판 위의 나무에 왁스칠도 해 주어야 합니다. 왁스칠 반짝반짝 해주면 나무알 깠을 때 스르르륵 미끄러져 가는 모습이 아주 훌륭합니다! 이쯤되면 제가 상전인지 보드게임이 상전인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되죠. (쿨럭쿨럭)
그래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니까, 재미있어하니까, 자꾸 이런저런 보드게임을 구해보고 아이들과 같이 놀아보게 되는 듯 합니다. 그게 또 제 재미이기도 하구요. :D
텀블링 몽키 Tumblin' Monkey 와 젠가 Jenga
텀블링 몽키는 많은 교실에 구비되어 있는 스테디셀러입니다. 게임 방법은 간단합니다. 야자수 모양의 통에, 분홍/주황/초록의 막대를 규칙에 따라 꽂고 야자수 통 위로 원숭이를 부어 넣으면 됩니다. 꼬리가 둥그렇게 말려있는 원숭이는 막대기에 걸립니다.
차례대로, 주사위를 굴리고, 주사위에 표시된 색깔의 막대를 제일 위 층의 막대부터 뽑습니다. 막대기를 뽑았을 때, 야자수 통 아래로 떨어지는 원숭이가 벌점이 됩니다. 벌점을 가장 적게 먹은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처음에 부어 넣은 원숭이는 제일 윗칸에 꼽은 막대기 때문에 위에 쌓여 있습니다. 이 원숭이들은 막대기가 뽑혀 나가면서 천천히 아래 쪽으로 쏟아지는데, 보통은 둥그렇게 말려있는 꼬리 부분이 떨어지면서 막대기에 걸립니다. 재미있는 상황은, 주사위를 굴렸을 때 뽑아야하는 막대기가 결정되는데, 이 막대기에 원숭이가 매달려 있을 때입니다. 막대기를 조심조심 빼내면서 이 원숭이가 제발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다른 막대기에 다시 걸리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 상황에서 아이들은 흥미진진함을 느낍니다.
젠가도 꽤 비싼 가격임에도 교실마다 없는 곳이 없는 듯 합니다. 길쭉한 직육각형 나무 블록을 쌓아놓고, 돌아가면서 블록을 하나씩 빼어내어 위쪽으로 계속 쌓아올라가는 보드게임입니다. 누군가가 쌓여있는 블록들을 쓰러뜨리면 지게 되지요.
처음에 교실에 꽤 많은 젠가가 유행했던 것은 아마도, 보드게임이 교실에 소개되기 시작한 초기에는 손과 몸을 사용하는 보드게임이 많이 소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가운데 젠가가 여러 외국 드라마에서 종종 소개되었고, 그 덕택에 친숙함을 얻어 교실에 많이 들어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은 만 원 안쪽으로 구매할 수 있는 카피 제품도 많긴 한데... 굳이 교실에서 이 보드게임까지 소개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다다익선이라지만, 과유불급이기도 합니다. 너무 많으면, 너무 적은 것과 상태가 같으니까요.
블링블링 젬스톤과 스틱스택
제가 구매한 것은 아니고, 작년에 동학년에서 함께 구매한 보드게임입니다. 그래서 제 계획에는 없었는데... 아이들이 의외로 즐거워 하더군요.
블링블링 젬스톤은 보석을 끼운 돌을 쌓아두면 됩니다. 자기 차례에 돌을 톡톡 두 번 두드려서 떨어지는 보석이 점수가 됩니다. 돌이 떨어지면 마이너스 10점. 젠가 보드게임을 조금 더 다채롭게 구성한 보드게임입니다. 올해는 작년 쓰던 것을 적정한 시점에서 꺼내 놓으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틱스택도 젬스톤과 함께 구매한 보드게임인데... 균형잡기 보드게임 중에 저렴하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아이들은 정말 재미있게 꽤 오래도록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자기 스틱의 색깔과 같은 색깔의 스틱 위에 쌓으면(스택) 됩니다. 끝. 떨어지거나, 쓰러지면 벌점. 뭐. 그렇습니다.
쌓기 종류 보드게임이나 알까기 종류 보드게임 말고도 이렇게 균형 잡는 보드게임도 의외로 많습니다. 그런데 스틱스택은 저렴하면서도 게임 방법도 간단하고 구성물도 많지 않아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보드게임이 되어 줄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 교사, 학부모 - 아이들이 이 정도의 보드게임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쉽게 단정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아이들은 쉽게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가끔 있습니다. 지능의 차이라고 손쉽게 판단하여 버리는데, 오히려 스타일의 차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어떤 아이들이 있냐하면, 주욱 설명을 듣다가 어디에선가 막히면 그 부분을 신경쓰느라 설명을 제대로 이어듣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은 막상 보드게임을 시작하면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하다가 막히는 바로 그 지점에서 보드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어 버립니다. 다행인 것은 학년이 끝나갈 때 쯤 되어서 본격적으로 재미를 알고 따라오는 경우들도 꽤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아이들의 플레이를 바로 옆에서 지켜보아주면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을 바로바로 알려준다면, 그 아이도 처음부터 다른 아이들처럼 재미를 알고 경험할 수 있겠지요.
그런 아이들에게, 손으로, 몸으로 하는 보드게임은, 보드게임의 즐거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조금 더 다른 스타일의 보드게임에도 도전하여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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