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수학] 11. 나눗셈(10)-나눗셈 문제 상황 알기
우리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에서는 분수와 소수의 나눗셈에 대하여 이와 같이 안내하고 있습니다.
[6수01-11] 분수의 나눗셈의 계산 원리를 이해하고 그 계산을 할 수 있다.
[6수01-15] 나누는 수가 소수인 나눗셈의 계산 원리를 이해한다
우리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에는 문제해결에 대한 부분은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심플하게, 분수와 소수의 나눗셈의 계산 원리를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나누는 수(제수)가 분수와 소수의 나눗셈을 푸는 원리(와 방법)까지 안내하고 있습니다.
다만 교수-학습 방법 및 유의사항에서는 아래와 같은 단서를 달고 있긴 합니다.
위를 살펴보면, 문제해결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 문제 해결 전략 비교하기
- 주어진 문제에서 필요 없는 정보나 부족한 정보 찾기
- 조건을 바꾸어 새로운 문제 만들기
- 문제 해결 과정의 타당성 검토하기
등의 조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한 번 가져봐야 할 의문은, 위 문제해결 능력의 신장과 수학적 사고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겠는가라는 것입니다.
물론 스켐프에 의하면 도구적 이해도 있고 관계적 이해도 있습니다. 문제 상황 전반적인 이해도 필요하고, 문제 상황을 풀어가는 과정에의 이해도 필요하겠지요.
그래서 폴리아 같은 분은 문제를 푸는 방법을 네 단계로 나누어 이론을 수립하기도 했지요. 의미있는 이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이 수학에 대해 가지고 있는 여러 거부감들의 근원을 따져보자면 이런 방법적인 측면, 문제해결 절차에 과도한 초점이 주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반성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수학 문제집을 보면, 얼토당토 않은 문제들이 소위 '스토리텔링'이니 '사고력'이니 하는 명찰을 달고 나올 때가 있습니다. 가만보면 정말 문제를 위한 문제인 경우가 다반사죠.
혹은 창의적 문제라고 하여 소개되는 문제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을 살펴보면 새로운 방식의 사고를 자극하는 문제라기 보다는, 그저 상위 학년에서 배울 것을 아래 학년에 가지고 내려온 정도의 수준에 불과할 때도 많습니다.
저도 그런 문항을 많이 출제하였고, 아이들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하였지만, 의미가 복잡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가 아이들에게 의미 있을까요, 아니면 아이들의 수준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하지만 가만 되돌아보면 충분히 알 수도 있었던) 아이디어를 주는 문제가 의미 있을까요. 저의 짧은 경험에, 돌이켜보았을 때 별로 어렵지 않았지만 해결하는 당시에는 생각하게 만들고 고민하게 만들었던 문제들이 아이들의 수학적 집중도를 높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에 따르자면, 아이들과 수와 연산이 가지는 의미와 그를 통한 방법을 이야기나누고 적용하여 보면서 충분히 의미있는 수업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교수-학습 방법 및 유의사항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 운영하였습니다.
그 첫 시간은
나눗셈 의미를 갖는 문제 상황 찾아보기
그런 다음, 이후 두 시간에는
나눗셈 상황의 문제 만들고 함께 풀어보기
활동을 수행하였습니다.
한 시간 동안, 아이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학원에서 배운, 혹은 학교에서 배웠던 다양한 나눗셈 상황을 발표하였고, 담임은 이를 나름대로 정리하여 칠판에 적어 보았습니다.
생각해보면 2007 개정 교육과정에서나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특히 비와 비율 다룰 때, 거리/속력/시간의 관계라든지 농도, 축적 같은 문제들이 나오기도 했었는데... 그리고 그런 상황들을 분수와 소수의 나눗셈과 연결하여 아이들에게 제시하기도 하였는데... 그 당시에는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교과용 도서에 나오니 가르쳤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그런 문제 상황을 풀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특히 곱셈의 역연산으로 나눗셈을 풀이하는 상황이 그렇습니다.
아이들도 이야기해 주었지만, 직사각형 문제 상황에서 넓이와 가로(또는 세로) 길이를 주고 나머지 변의 길이를 구하라는 문제는 전형적인 곱셈의 역연산 문제입니다.
등식의 성질 부분이 초등에 있던 시기인 2007 개정에서는 곱셈의 역연산으로 위 문제를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가로)×(세로)=(넓이)
(넓이)÷(세로)=(가로)
아이들에게 '그냥 그래'라고 설명할 수 밖에는 없습니다. 혹은 '외워서 풀어'라고 알려주거나.
저 또한,
2×3=6
6÷2=3
과 같이 알려 줄 수 밖에 없습니다. 두 식이 원래 같은 거야. 그러니 위와 같이 풀어야 돼.
초등학교 때 이런 것까지 배워야 수학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주관적인 사례이지만, 지난 기말고사 때 지필평가에서 100점 만점이 22점을 맞았던 저희 첫째 아이가 이번에 89점을 맞은 것과, 다른 학교를 다니는 지인의 아들이 16점에서 87점으로 오른 것을 생각하면, 초등학교와 자유학년제 하의 수학 경험이 끼치는 영향이 실은 과대평가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 거꾸로, 누군가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수학을 배워왔을텐데, 지금은 수학을 좋아하지도, 성취기준 상의 일정 성취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견해가 있습니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22점 짜리가 85점을 받으면 '기본 머리가 있어서' 그만큼이나 하는 것이다, 라는 평가를 받는데, 16점 짜리가 '공부방을 다녀서' 87점을 받으면 머리 이야기는 대부분 하지 않습니다. 기본 머리가 없는 아이가 공부방이나 학원 없이도 22점에서 85점으로 단번에 상승할 수도 있고, 기본 머리가 있는 학원 다니는 아이가 그 때문에 한결같이 수학에 대한 흥미와 자신감을 결여할 수도 있습니다.
과대대표된 현상에 대한 편견. 그것이 우리 학교 현장에서 관계적 이해를 등한히 한 채, 도구적 이해에, 그것도 과도할 정도로 매달리게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이들과 문제 상황 찾아보기 활동을 한 것은, 이 상황이 자연수와 소수 나눗셈까지 아우르기 때문입니다. 사실 초등학교에서 다루는 문제 상황은 그리 범주가 깊지 않습니다. 뭐, 중학교에 가서도 아주 넓지 않습니다. 흔히 말하는 응용 문제 상황은 조금씩 줄어들다가, 고등학교에 가면 방정식이나 함수 식 세우는 정도의 범위로 확연하게 줄어듭니다. 추상화 된 식과 연산이 문제 상황의 외피를 벗고 등장하게 되는 셈입니다.
이 활동을 바탕으로 이후 두 시간 동안은 문제를 만들고 함께 해결하기 활동을 수행하였습니다.
A4 용지를 4등분하여 접게 하고, 제일 위에는 문제 상황을 만들고, 그 아래에는 답을 만들게 하였습니다. 답을 만든 부분은 안쪽으로 접어서 보이지 않게 만든 후, 가지고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친구들과 서로 문제 바꾸어 풀고 평가하기를 수행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친구의 문제를 풀고 난 후, 문제 옆에 그 수준을 나름대로 생각하여 평가 점수를 매겼습니다. 더 정확하게 하려면 기준도 함께 만들어야 하지만, 이는 메타인지 함양을 위한 활동은 아니기 때문에 정성적 평가를 하도록 안내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생각 이상으로 너무 집중하여 활동에 참여하였습니다. 이런 모습을 수업 중에 보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죠.
만든 문제 상황에 대한 결과물은 시간을 두고 분석해야겠지만, 수학이라는 상황을 앞에 두고 이렇게 집중하여 활동하는 것 자체가 참 보기 좋았습니다.
작은 에피소드를 하나 두드리면서 두 학기에 걸친 분수의 나눗셈 배움 과정을 정리할까 합니다.
이 활동을 마친 그 다음 주, 6학년에 올라올 때에는 나눗셈의 세로셈 알고리즘을 해결하지 못했던 아이가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선생님, 주말에 집에서 문제를 만들어서 엄마에게 내 주었어요. 사실... 저도 문제 만들고는 제가 만든 문제를 못 풀었는데, 엄마도 못 풀었지 뭐에요? 그런데, 그 뒤에 풀 수 있게 되어서 엄마에게 답을 알려드렸어요.
물론, 이 아이는 이제 나눗셈의 세로셈 알고리즘을 능숙하게 수행할 수 있습니다. 원리를 알려주고, 수업 시작 전 한 문제 씩 대 여섯 번 다 같이 풀어주고, 위와 같은 수업을 하고, 교과용 도서 풀 때 한 두 번 정도 세세하게 알려주었을 뿐입니다. 수업을 조금 바꾸면, 아이들은 수학에 대해서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