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딸 이야기] 6. 중학교 두 번째 시험 이야기
지난 글에서, 첫째 아이의 첫 시험에 대해 두드린 바 있습니다.
초등학교 총괄평가를 치룬 바 있지만, 무사히(!) 자유학년제를 마친 후 치루는 첫 중고등학교 시험에 대해 저희는 특별한 코멘트를 하지 않고 지켜보았고, 아이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준비를 했지만 그 준비 과정이 체계적이거나 종합적이진 않았던 것에 대해 두드린 바 있습니다.
그렇게 첫 시험이 지나간 후 첫째 아이에게, 아빠가 학교에서 아이들의 배움을 돕고 이끌기 위해 성실하게 책무를 다 하고 있음을 말해주면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의 성실함과 책무성에 대하여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학생의 성실함과 책무성을 확인하기 위한 장치 중 하나가 시험이며, 시험을 통하여 1) 평소에 어떤 태도와 자세로 수업에 참여하였는가를 가늠해 볼 수 있지만, 한 편으로는 평소의 태도와 자세에 대하여 그 때 그 때 평가하기 어려운 점 때문에 2) 한 번의 시기 - 보통 중간, 기말 - 를 골라서 태도와 자세를 확인하는 만큼 그에 맞추어서 시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하여 준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이에게 혹여라도 부담을 안겨주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부담감도 두드린 바 있습니다. 그냥 두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을까...
그리고 이제 시간이 흘러, 첫째 아이의 두 번째 시험이 다가왔습니다.
어제 아이와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지난 중간 시험 때 너가 가장 좋은 점수를 받은 과목이 국사 과목이었지?"
"응."
"평소에 좋아하는 과목이니까 수업 태도도 좋았을테고... 그렇다면 국사 시험은 어떻게 준비했어?"
"음... 배운 내용 한 번 읽어보고..."
"그리고 문제집도 한 번 풀었지?"
"다 풀지는 않았지만..."
"그럼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네? 평소에 좋은 태도와 자세로 수업에 참여하고, 시험을 앞두고는 배운 내용 한 번 읽어보고, 문제집으로 한 번 확인한거네?"
"그렇지."
아이가 평소에 좋아하는 국사 과목을 시작으로 잡기로 하였습니다. 배경 지식도 많은 편이고, 평소에 좋아하는 과목이라 아마 평가 결과도 나쁘지 않았던 듯 합니다. 그러나 모든 과목을 이렇게 좋아하지는 않으니, 아마 아무리 좋은 자세와 태도로 수업에 참여하더라도 편차가 있을 것입니다.
"국사 시험 대비하는데 하루 정도 걸렸지?"
"음... 아마도?"
"그런데 다른 과목도 그렇게 준비하면 될까? 가령 과학 같은 과목은 수업 시간에 어땠어?"
"그냥, 들으면서 이해되는 부분은 이해되고, 어려운 부분은 어렵고..."
"그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아이의 이야기를 토대로, '시험 전 배움 내용 살펴보기 1회, 문제집으로 확인하기 1회'를 방법적으로 제시하면서, 과목별 편차를 고려하여 두 주 전부터 계획을 세워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하였습니다.
"가령 수학 같은 과목은 지난 번 시험 대비할 때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지?"
"그렇지."
"이번에는 두 주 전 쯤부터 대비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충분히 대비해보는거지."
물론 수학 같은 과목은 배움 내용 한 번 보고 문제집 한 번 푸는 것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이번 기말고사는 아이에게 '평가를 위한 충분한 대비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를 알게 하는 시간으로 삼기로 하였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시험 대비를 시작해서, 가령 오늘은 여덟 시부터 아홉 시까지 수학 공부하고, 아홉 시부터 열 시까지 과학 공부하고, 내일은 여덟 시부터 아홉 시까지 과학 공부하고, 아홉 시부터 열 시까지 영어 공부하고, 그렇게 공부하다가 배운 것 한 번 다 보고 문제집으로 확인도 다 해 본 후, 이렇게 시험 준비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한 번 체크해보는거지. 그러면 앞으로 시험 준비할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한 번 살펴본 과목은 더 안 봐도 되고."
마침 연초에 아이가 원하는 다이어리 하나를 준 바 있어, 그 다이어리에 한 번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보도록 안내하였습니다.
그리고 와이프에게 아이와 한 이야기를 말해주면서, 일단 하나 안하나 지켜만보고 가타부타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언질해 두었습니다. 아직 스스로 움직일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아마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거나 움직이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떻습니까. 아이들은, 너무 지나치게 집요하지만 않다면, 항상 부모가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아마 첫째 아이는 제 말을 염두에 두었을 것입니다. 실천에 옮기는 것은... 그러나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기다릴밖에요.
그런 다음, 이번 평가 결과가 나오면 다시 한 번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한 번 스스로 계획을 세워 달렸다면, 그 과정과 결과를 토대로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혹은 이번에는 스스로 달리지 않는다면, 그 결과를 토대로 조심스럽게 학생으로써의 책무성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어보면서 아이의 기색을 살펴볼 생각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아이에게 큰 부담감이나 압박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미 아이는 부모가 아니더라도 학교와 친구들, 그리고 스스로에게 많은 압박을 받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해 나가는지 응원하며 지켜보는 것이 부모의 몫이라고 알고, 믿고 있습니다. 이 정도 코멘트면, 부모가 안내해 줄 것은 다 해 준 것이라고 여겨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
어제 기껏 그렇게 이야기하여 놓고는, 동네 마실 나가서 열 한 시 넘게까지 놀다 들어왔습니다...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