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국어 배움, 어떻게? - 성장하는 독서 (이야기를 간추려요, 인물의 삶을 찾아서 통합)
2020년 1학기 국어 교과 배움을 위하여, 2단원과 8단원을 묶어서 배움 설계를 해 보았습니다. 2단원은 글의 구조에 따라 사건의 흐름을 중심으로 요약하여 보는 배움 단원이고, 8단원은 작품 속 인물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배우고 내면화하는 단원입니다. 이를 조금 더 풍부하게 시간을 두고 배우기 위하여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단원을 합쳐서 재구성해 보게 되었습니다.
각각의 단원의 기초가 되는 성취기준은 아래와 같습니다.
2단원
[6국02-02] 글의 구조를 고려하여 글 전체의 내용을 요약한다.
[6국01-01] 구어 의사소통의 특성을 바탕으로 하여 듣기 말하기 활동을 한다.
[6국05-06] 작품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하여 바람직한 삶의 가치를 내면화하는 태도를 지닌다.
8단원
[6국05-06] 작품에서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하여 바람직한 삶의 가치를 내면화하는 태도를 지닌다.
[6국02-03] 글을 읽고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주장이나 주제를 파악한다.
[6국03-06] 독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글을 쓰는 태도를 지닌다.
가만히 보면, 2단원과 8단원은 공통의 성취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6국05-06]입니다. 작품으로부터 깨달음을 얻게 되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효용론적 관점에서 독자가 작품을 수용하도록 안내하는 그런 성취기준입니다. 특히 초등학생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아직까지 자신의 삶을 풍부하게 가꾸기에는 살아가는 영역이 좁기만 한 아이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삶의 범주를 넓힐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독서가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2단원에서는 글의 요약이라는 기능의 성취기준을 중심에 둔다면, 8단원에서는 독자가 독서를 통해 내면화할 수 있는 가치 측면의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두고 있는 바, 이번 재구성에서는 글 속 인물의 행동과 여러 사건을 다양한 시선으로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독자인 학생의 내면에 체화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단원 설계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번 단원은, 글의 구조를 바탕으로 하여 사건의 흐름대로 글을 요약하는 방법 배우기, 글이 담고 있는 주제 파악하기, 적극적인 태도로 글 속에 담긴 삶의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내면화하기, 세 가지 흐름을 전반적으로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핵심은 하나입니다. 이번 단원은 그저 책을 읽도록 하는 것이 아닌, 책 속에 담긴 아이디어와 철학, 가치관, 그리고 삶을 살아내는 인물들과 그들이 여러 사건들 속에서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판단하여 결정하는가를 생각하여 보도록 하는 단원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읽힐 만한 좋은 책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였습니다. 아래와 같이 읽을 글을 골라서 단원의 흐름을 구성하였습니다.
단원의 첫 시간은 독서 후 감상의 중요함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위에서 두드린대로 독서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아이들의 언어로 설명해보게 하는 시간으로 준비하였습니다. 가능하다면 교사가 독서하는 이유도 제시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독서의 이유를 함께 공유할 수도 있겠지요.
두 번째 시간부터 네 번째 시간까지 세 시간에 걸쳐, [감정종합선물세트] 책의 <돼지 공(은)주>를 읽고 글의 요약에 대해서 배우게 됩니다. 우선 글을 읽은 후 글의 흐름대로 중요한 사건을 골라내어 이를 토대로 요약해 봅니다. 그렇게 요약한 글이, 소설(동화)의 구조인 ‘발단-전개-절정(-위기)-결말’의 구조 속에 포섭된다는 것을 안내하면서 요약한 글을 글의 구조 속에서 가다듬도록 안내합니다. 그런 다음 이를 발표하고,인상적인 장면 혹은 독서 후 느낌을 발표하며 글 전체를 되돌아보면서 배움을 마무리합니다.
<돼지 공(은)주>를 고른 이유는, 최근에 읽은 단편 중에 이야기의 주제와 글이 짜임이 좋았기 때문입니다.이 글은 전형적인 소설의 구조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어, 글을 정확하게 다섯 등분으로 나눌 수 있는 글입니다. 그리고 단원을 재구성하는 교사가 좋아하는 삶의 지혜를 담고 있기도 한 책입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를 신경쓰면서 사는 삶은 나를 성장시키지 못하고 결국 다른 사람의 시선에 얽매여 수동적인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으며, 내가 품고 있는 나의 진정한 가치를 바라보고 응원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는 깨달음을 등장인물을 통해 독자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문학 영역의 교육과정 재구성은, 누군가 골라준 가치와 깨달음의 글이 아닌, 교사가 공명하고 공감한 가치와 깨달음을 담은 글로 이루어져야 하지 않는가 생각해 봅니다.
다섯 번째 시간부터 여섯 번째 시간까지는, <꽉 막힌 생각, 뻥 뚫린 생각> 을 읽고 비문학 제재글의 요약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우리 교과용 도서에서는 비문학 제재글의 요약을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비문학 제재글 중 주장하는 글(논설문)의 구조를 배우고 이를 토대로 요약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안내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꽉 막힌 생각, 뻥 뚫린 생각>은 이어령 선생의 글로, 2009 개정 국어 교과용 도서에 수록되었던 글입니다. 아이들의 수준에서 선입관에 대해 생각해 보기에 적절한 글이기도 하거니와, 아이들의 수준에서 함께 읽을만한 주장하는 글이 마땅치 않은 한계도 있어 이 글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배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독서 후 느낌과 깨닫게 된 부분을 이야기 나누면서 독서 후 감상이 조금 더 아이들의 몸에 배일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일곱 번째 시간부터 아홉 번째 시간까지는, <서로 다른 선택>을 읽고 글의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 - 주제 - 를 생각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배움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소설 속에서 보통 우리가 들여다보는 부분은 등장인물, 그 중에서도 중요한 사건 앞에서 등장인물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지점입니다. 이를 총체적이며 전반적으로 들여다보며 한 인물의 삶과 태도에 대해 옹호하거나 비판할 수도 있으며,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 군상이 얽히고 설키는 모습을 중심으로 작가와의 공명을 이룰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다른 것들을 묻기보다는, 인상적이었던 인물의 행동, 혹은 사건을 묻기만 해도 아이들이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시선이 오롯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뭐,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교사도 인상깊은 장면이 있었으니 그것을 함께 이야기나누면 되니까요.
<서로 다른 선택>은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함께 살아가는 삶은 죽음이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앞에 둔 상황 아래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여집니다. 이 이야기는 길지도 않고, 어찌보면 너무 단순한 구조입니다. 게다가, 선행이 보상받는 결말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선행이 보상받는다면, 아이들은 선행 자체를 고른 것인지 선행 뒤의 보상을 고른 것인지 모호합니다. 칸트를 염두에 두고 말하자면 이 중 옳지 않은 것이 하나 있는 셈이죠. 하지만 이 이야기는 양단 간의 결정을 목적한다는 점에서 이야기 구조 자체가 명확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야기가 명확하면 아이들은 조금 더 명확한 입장을 견지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이니까, 고를 만한 이야기입니다. 중등 과정만 가도... 고를만한 글은 아니죠. 이 글도 2009 개정 교과용 도서에 수록된 글입니다. 이번 2015 개정 교육과정에는 좋은 글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덕진 아씨 이야기가 그 중 나은데,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가 비슷한 내용으로 풍부한 서사를 가지고 있어 더 낫습니다. 말미에 도깨비 이야기나 왕가리 마타이 이야기는, 하나는 조금 묘하고, 하나는 너무 뻔합니다. 위인전기가 그렇습니다. 가치를 가르치는 이야기로 위인전기가 많이 선호되고 있으나, 사실 위인전기는 위인의 삶이 과대대표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어릴 때, 케말 파샤(케말 아타튀르크)의 위인전기를 읽으면서 감동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의 결단력, 나라 사랑하는 마음, 따뜻한 마음씨 등등등. 결국 군부 독재자로서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한 다른 나라 사람일 뿐인데 말입니다. 가치를 나눌 수 있는 제재글은 굉장히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 번째 시간부터 열 한 번 째 시간에는 주장하는 글 하나를 골라, 글 속에 담긴 저자의 생각을 알아본 후, 이것이 어떻게 글에서의 주장으로 드러나는지 알아볼 것입니다.
아직 읽을만한 주장하는 글을 고르지 못하였습니다. 항상 교과용 도서의 비문학 제재글은 조금 아쉽고, 교과용 도서 바깥에 있는 비문학 제재글은 마땅치 않습니다. 좋은 비문학 제재글을 고르는 것이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글쓴이의 주장을 간추리고 그 기저에 자리한 글쓴이의 생각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왜 중요한지 묻고 정리한 후 배움을 마칠 계획입니다. 주장하는 글은 결국 글쓴이가 독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권유하고 촉구하며 때로는 강요하기도 하는 글입니다. 당연히 권유와 촉구, 강요를 당한다면 한 번 쯤 생각해 봄 직 합니다. 왜 저러지? 그래야 이를 수용하여 따라갈지, 혹은 이를 반대하며 비판할지, 이도 저도 아니면 결정을 유예할만한 이유를 하나쯤은 만들지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열 두 번째 시간부터 열 네 번째 시간까지는, <우주호텔>을 읽으며 종이 할머니가 가지게 된 '하늘을 바라보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관련 글은 아래 링크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위를 조금 보완하여 세 시간 분량으로 아이들과 충분히 인물에 대해, 사건에 대해, 사건을 맞닥뜨린 인물의 반응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볼 생각입니다.
열 다섯 번째 시간부터 스무 번째 시간까지는, [지엠오아이]를 읽으면서 기술의 발달 속에서 우리가 잃어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이에 대한 감상글을 쓰고, 아울러 이번 단원에서 읽었던 여러 편의 글 중 다른 친구에게 소개하고 싶은 글을 하나 골라 이에 대한 소개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면서 단원을 마무리 할 계획입니다.
온작품읽기 작품으로 가장 선호하게 된 작품은 [불량한 자전거 여행]입니다. 단원의 마지막 글로 손색없어 보이지만, 이번 6학년 학생들은 이미 5학년 때 이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안타깝죠. 선생님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이 있으면 그것을 자신의 반 아이들에게 꼭 읽히고 싶어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좋은 책은 사실 얼마 없고, 대부분의 독자는 좋은 글을 알아볼 기본적인 안목들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초등학교 6학년 쯤 되면, 이전 학년에서 이런저런 온작품읽기 활동을 통해 이미 많은 책들을 읽은 상태입니다. 눈높이를 조금 더 높여서 청소년 대상의 글을 읽히는 방법이 있지만 발달차를 고려할 때 남학생들이 조금 어려워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비문학 제재글을 골라 읽힐 수도 있지만, 문학 영역의 성취기준을 위해서는 적절치 않습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이미 읽을만큼 읽고 올라온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읽혀야 할 것인가. 그래서 요즘 세계고전문학, 혹은 SF 단편들도 탐색해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은 [지엠오아이]로 골랐습니다. 앞선 글에서 우리 삶에 관여할만한 여러 다양한 가치에 대한 글을 읽었으니, 이제 개인과 환경의 갈등에 대한 글을 통해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칠만한 가치를 발견하고 체화하는 것도 의미 있어 보입니다.
2019년에 수업을 해보니, '바람직한 가치'라는 단어가 아이들에게 가 닿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가치. 어른들도 가치라는 단어가 모호하고 어려운데, 아이들에게도 그렇지 않을까 싶은 의문이 듭니다. 그래서 '바람직한 가치'를 묻는 질문을 세분화하여,
1) 내 생각에 영향을 끼친 것
2) 내 마음에 감동을 준 것
3) 다짐을 불러오고 무언가를 결심하도록 만든 것
으로 표현해 보았습니다.
특히 '내 마음에 감동을 준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독서가 가치를 찾기 위한 독서일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영화 같은 것을 볼 때 간혹 펑펑 울고 난 후 격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만, 막상 이후에 가치로운 것을 물어보면 대답하기 난감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저 감정의 영역과 공명한 것을 어떻게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좋았다, 도 초등학생에게는 독서 후 감상의 영역이 될 수 있습니다. 필요하기도 하구요. 결국 이 아이들에게는 독서의 방법과 독서의 가치를 알게 하는 것 이상으로, 독서 자체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단원을 총 스무 시간에 걸쳐 계획하여 보았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