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초등교사의 온라인 배움 이야기
3월을 시작하면서 온라인 배움(수업) 도구에 대한 이야기를 두드린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한 주 간의 휴업을 두 주 더 연장하기로 결정한 시점이었으며, 따라서 어차피 방학을 줄여서 190일의 법정 수업일수를 운영할텐데 굳이 이렇게 휴업 시점부터 온라인 도구를 활용하여 배움을 엮어갈 필요가 있겠는가, 라는 문제 의식도 함께 있던 시기입니다.
저는, 휴업이 더 길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할 필요성을 개인 차원에서 느끼고 있으며, 그렇게 휴업이 길어질 경우 자칫 온라인으로 수행한 배움을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로 인정할 필요성이 대두될 수 있다는 예측을 함께 두드린 바 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번 목요일에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온라인 상에서 배우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모든 초·중·고에서 모두가 온라인 도구를 활용하여 배우게 된 지금에 이르러, 온라인 배움(수업)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를 두드려 볼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1. 모두가 말하는(두드리는) 교실
저는 위두랑이라는 플랫폼에서 e학습터 및 자체 콘텐츠를 가지고 6주째 아이들의 배움을 구성하여 오고 있습니다. 배움은 최대한 교실의 배움 모습을 구현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 간 상호작용을 하기 어렵다는 지점은 못내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온라인 배움(수업)의 특징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배움이 아이들의 모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보통의 배움은 학생들에게 배움의 내용을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한 후, 이를 토대로 개념과 원리를 배우고 방법을 익히고 적용에 도달하는 모양새로 이루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교사들이 학생과의 상호작용을 의욕하지만, 실제 상호작용은 제한적이고 협소합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발표하는 아이들만 발표하고, 원하는 답이 나오면 상호작용을 종료하며, 시간에 구애받는다는 말입니다.
작년, 재작년에 색다른 시도를 하였던 적이 있습니다. 온작품읽기를 위하여 4시간(차시) 수업을 연차시로 구성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작품을 각자 동시에 읽은 후, 돌아가면서 작품을 읽은 소감, 인상적이었던 인물 혹은 장면과 그 까닭 등을 이야기하도록 한 바 있습니다. 재작년에는 몇 명의 이야기를 듣다가, 맨날 말하는 아이들이 또 말하길래, 다른 아이들의 말도 들어보고자 전부 말하도록 해 본 적이 있으며, 작년에는 이 경험을 토대로 아예 처음부터 모든 아이들의 느낌과 감상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시간은 약 2~3차시(1차시 40분) 정도가 걸렸던 듯 싶습니다. 이 경험을 인상적이었다고 표현한 아이들이 몇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번 이렇게 아이들의 생각을 들을 기회를 만들기 쉽지 않습니다. 교육과정 상의 내용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학습지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또는 교과용 도서에 기술하도록 안내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에 국한될 뿐입니다. 다른 아이들이 학습지 혹은 교과용 도서의 답안에 관여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온라인 클래스에서는 모두가 말할(두드릴)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집니다. 공간은 열려 있으며, 모든 학생은 (비공개 등의 특별한 제약이 없는 한) 다른 학생들의 답에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위의 활동 모습처럼, 아이들은 배움을 위한 내용 소재에 모두 자신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습니다. 물론, 베낄 수 있기 때문에 비공개 답안 작성을 설정하기도 하지만, 오고가는 생각을 서로 봐도 무방한 배움이라면,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의 발표를 듣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2. 온라인 배움의 개별성
이를 토대로 하여, 교사는 학생의 제출물에 반응할 수 있습니다. 즉, 학생 간 상호작용을 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교사-학생 간 상호작용은 활발하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물론, 교사가 학생의 제출물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에 대해 피드백해야한다는 전제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이 쉽지 않습니다. 우선, 아이들의 생각 하나하나에 교사가 모두 반응하는 것 자체도 어렵습니다.
위 장면은 아이들이 동영상을 본 후 인상적인 부분을 포착하여 표현하는 활동입니다. 그리고 저는 중요한 지점을 아이들의 반응에 맞추어 제공하려고 시도하였습니다. 그런데 위 사진처럼 아이들의 반응에 단순하게 피드백을 돌려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힘들고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학부모님 한 분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자녀가 선생님의 댓글을 보여주면서 칭찬받은 것을 부모에게 꼬박꼬박 자랑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물론, 과제에 대해 칭찬하고 공감하는 반응만 돌려주진 않습니다.
아이들의 생각을 끌어낼 수 있는 질문을 구상하여 댓글로 제시하고, 아이들이 이에 대해 계속 반응하도록 안내하기도 합니다.
온라인 배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라면, 온라인 클래스에서 이루어지는 배움의 과정도 위와 같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3. 공교육만이 할 수 있는 개별화
이러한 면모는, 지금까지 사교육이 끊임없이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였던 지점이기도 합니다.
'인강'이라는 테크놀로지컬한 배움의 모습이 우리 사회에 들어선지도 거의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듯 싶습니다. 처음 인강이 생길 때는, 테크놀로지의 위력으로 당장에 쌍방향·실시간의 배움이 가능할 것이라는 장밋빛 모습을 그리기도 하였습니다.
2002년, 대학 졸업반 시절에 들었던 '철학의 이해(였나...?)'라는 과목은, 신촌캠과 원주캠을 화상으로 연결하는 수업이었습니다. 교수님이 신촌캠이라서, 신촌에서는 강의실에 모여서 강의를 들었고, 원주캠 학우들은 화면 저편에서 이쪽의 화면을 바라보는 방식의 강의였습니다. 교수님은 분명히 스크린 저편의 학우들과 치열하게 철학적 사유를 나누는 토론형 강의를 꿈꾸셨겠지만, 우리는 실시간·쌍방향으로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배움도 실시간·쌍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주고받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해방되었지만, 면대면이 가지고 있는 실시간·쌍방향은 잃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인강'이 소비되는 방식은 일방향 지식 전달의 강의가 주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더욱더 발달한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방식이 통용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바로 태블릿을 활용한 개별화 수업입니다.
사교육 시장에서 활발하게 어필하고 있는, 교사 한 사람이 한 명의 학생을 맨투맨으로, 하지만 액정 저편에서 가르치는 방식. 그런데 이 방식 또한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같은 모양새이지만, 지식의 전달을 주로 한다는, 즉 정답을 알려주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사교육의 근본적인 한계에서 비롯됩니다. 성과를 계량하고 수치화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수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윤 추구를 사교육의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공교육 교사도 결국, 월급이 나오기 때문에 선생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문제는, 계량된 성과, 수치화된 성적에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발달의 국면에서 다른 처방이 필요한 아이들에게까지도 획일적인 잣대가 적용될 수 밖에 없습니다.
공교육 바운더리에서, 온라인 배움이 가진 개별화의 가능성은 바로, 아이들의 발달과 성장을 인정한다는 측면에서 연계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이십 수 명의 아이들이 보이는 발달과 성장에 집중하면서, 아이들의 과정에 개별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것은, 성과를 계량하거나 수치화하지 않을 수 있는, 즉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는, 공교육 바운더리에서 더 적절함을 새삼스레 깨닫게 됩니다.
다만, 어렵습니다. 딱 열 다섯 명 정도면 좋겠습니다. 스물 아홉 명의 아이들이 드러내는 제각각의 발달과 성장에 반응하는 것은, 교사의 열정 노동이 필요합니다. 근무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항상 집에 와서 하게 되고,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하게 되고, 밀리게 됩니다.
하지만, 해 보면서 느낍니다. 온라인 수업은,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아이들 하나하나에 개별적으로 접근하면서, 아이들의 발달과 성장을 존중하고 용인하는 방식으로 대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컬한 학습 방식이다.
그렇다면 이번 온라인 개학 국면에서 과연 온라인 배움의 모습은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본격적인 온라인 등교가 이루어진지 이틀째(6학년 기준), 많은 초등학교들이 학년별로 같은 교육과정 내용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듯 합니다. 각 시간(차시)의 배움을 함께 구성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는 화학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며, 대체로 분담하여 배움을 준비하는 형태가 일반적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별 문제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양상은 조금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어떤 배움을 줄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교사마다 다 다르며, 이에 따라 강조하는 지점도 제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물론, '비상 상황'이기 때문에 조금씩은 교사 자신의 교실관(?)을 미루어가며, 최대한 힘을 빼지 않는(!!) 방식으로 동료 교사와 함께 분담하는 모습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이 비상 상황이 쉽게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아마 조금씩은 다른 모양으로 분화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실은, 달라야 합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로, 지금의 온라인 등교 상황을 맞이하며, 초등학교에서는 실시간·쌍방향 방식이나 프로젝트 제시형 방식보다는 콘텐츠 제공형 혹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과제 제시형의 방식으로 학생들의 배움을 구성하는 듯 보입니다.
실시간·쌍방향 방식을 사용하더라도, 많은 경우 학생들의 모습을 확인하는 정도인 듯 보이고, 어쩔 수 없이 교사에게서부터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형태가 주된 듯 보입니다. 교실에서처럼 아이들과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을 보긴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콘텐츠를 제공한 후 이를 통한 배움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확인하거나, 콘텐츠를 기반으로 배움 양상을 제시한 후, 이를 통해 어떻게 배우는지 확인하는 것이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일반적인 배움 구성이 됩니다.
콘텐츠를 제공하여 이를 통해 배우는 방식에서, 현재 많은 교사들이 선호하는 콘텐츠는 EBS의 것입니다. 현직교사들이 만드는, 공교육 기반의 콘텐츠. 아무래도 학교 현장에서나 학부모에게 전달되는 신뢰가 조금 더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능과의 연계도 이를 강화시키는 요인이 되겠지요. 그런데,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두 가지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교과용 도서가 절대적인 배움의 잣대로 강조되던 시절이 주던 획일성입니다. 얼마 전만 해도, 아이들은 교육과정 상의 내용을 배운 것이 아닌, 교과용 도서를 배웠습니다. '교과서 진도'를 나가지 않으면 민원이 들어오던 시절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던 것이, 교육과정 상의 내용을 교사의 전문성으로 해석하여 구성하는 것을 강조하는 흐름이 깊어지면서, 이제는 교과용 도서에 종속된 교실 문화는 꽤 많이 완화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교육과정 상의 내용을 그저 해석한 것에 불과한 하나의 콘텐츠가 꽤 많은 학생과 아이들에게 제공되면서, 개별 교실에서의 교사가 가진 전문성이 개입될 여지가 굉장히 축소되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비상 상황이기 때문에, 이 상황이 해소되면 교사 전문성을 자신의 교실에서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처음 한 주에서 시작하였던 휴업이, 두 주, 또 두 주, 그리고 결국 온라인 개학으로 다시 두 주 연장되는 형태로 지속되면서 얼마나 학교 현장의 진이 빠졌는지 생각한다면, 비상 상황에는 비상한 대응을, 이라는 키워드는 자칫, 온라인 등교 상황이 길어지는 상황이라면 교사를 교실의 배움 주체가 아닌, 배움의 종속체이자 수동적인 학생 관리자 정도로 격하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둘째로는, 이러한 콘텐츠 제공을 통한 배움 방식이, 학교 현장이 처한 위기 상황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공공연히, 배움은 학교 바깥에서, 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습니다. 간혹 학부모님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우리 아이가 하교 후에 굉장히 바쁜 스케쥴을 보내고 있으니 학교에서는 조금 천천히 해 달라는 뉘앙스의 말씀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한 편으로 좀 씁쓸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교사가 극복해야 할 지점이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배움을 주도하는 역할은 교실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양한 내용을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하여 다양한 층위에서 형성되는 배움은,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합니다.
위에 두드린대로, 온라인 클래스의 상황은 분명 교실에서 면대면으로 만날 때와는 다른, 교사와 학생이 함께 배움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도, 교사가 학생과 상호작용하며 학생의 배움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면, 거꾸로 교실의 위기는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학생들에게 '교사 자신의 것'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교실에서 함께 배우는 두 주체인 교사와 학생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이런 비상 상황에서는 더더욱. 교사는 학생을 관리하는 것 이상으로, 학생의 배움을 추동함으로써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것은 부모도, 사교육도 할 수 없는, 공교육만의 고유한 역할이자 임무가 될 수 있습니다.
5. 코로나19 이후
이전과 이후가 극명하게 구분되는 사건, 혹은 현상이나 기술을 꼽으라면 아마 '아이폰'은 그 첫머리 어디쯤에 들어갈 것입니다. 아이폰 이전에 지하철로 출근하던 이라면 아마도, 무가지가 산더미처럼 쌓여올려져 있던 선반 위를 기억할 것입니다. 아이폰 이후로, 선반 위는 정말 깨끗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스마트폰 없던 시절은 이제 너무 가물가물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경우, 스마트폰 없던 시절에는 항상 약속 장소에 2~30분 정도 일찍 가게 되면 근처의 PC방을 찾아 들어가곤 하였습니다. 잠시의 시간이라도 웹서핑이라도 하려던 목적에서였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꺼내어 듭니다. 자려고 누우면 북스탠드를 켜고는 잠시라도 책읽기를 하다가 잠들곤 하였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꺼내어 듭니다. 강의를 듣다가, 잠깐 잠깐 핸드폰을 꺼내어서 혹시 온 문자가 없는지 확인하고 폴더를 접거나 닫곤 하였습니다. 지금은, 스마트폰을 꺼내어서 몰래몰래 들여다보곤 합니다. 웹페이지 단 한 페이지라도.
이제 코로나19 이후가 이렇게 우리 교실의 모습을 바꾸게 될 것입니다.
아직 얼굴 한 번 제대로 보지 못한 저희 반 아이랑 통화하다가, 아이가 '선생님, 너무 학교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였을 때, 저는 이렇게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아마, 학교에 오게 되더라도, 이전처럼 학교 생활을 하기에는 당분간 어려울지도 모르겠어.
저희 학교에서도 교실 등교를 염두에 둔 여러 조치를 강구하고 있습니다. 급식실에 가림판 두는 것은 이제 필수의 일인 듯 싶고, 교실에서 1인 좌석으로 앉는다거나 혹은 가림판을 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을 최대한 반별로 다르게 하여 아이들의 접촉을 줄이고, 각 반 별로도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에 모여서 있지 않도록 지도하는 등의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모둠 활동을 지양하고, 아이들이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배움의 양상을 제공하지 않는 것 등등등.
당장 저의 경우에는, 올해 아이들에게는 보드게임을 알려줄 기회가 없겠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잘 정리해서 아이들과 놀 준비를 거의 다 마쳤는데...
올해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백신의 개발과 치료제의 상용화에 최소 2년 6개월을 예측하는 신문 기사를 만났더랬습니다. 이 말은, 온라인을 활용한 배움의 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저 일방향의,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을 고려하지 않은 활동 중심의, 비상 상황에만 활용할 수 있는 그런 온라인 배움이 아닌, (시간적 층위는 있을지언정) 쌍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에의 도달을 염두에 둔 배움의 양상이 제공되어, 일상적인 교실 배움에 활용될 수 있는 그런 온라인 배움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할 필요도 있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물론, 기적과 같이, 마치 이 모든 일들이 없었던 것처럼, 우리의 삶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의 분들이, 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미 우리의 삶은 너무나 많은 변화의 물줄기에 의해 그 경로가 바뀌게 되었습니다. 되돌아가서, 하던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허락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배움에 대한 고민은 이제 시작되어야 합니다.
6. 온라인 배움은 결국 방법상의 문제일 뿐
온라인 방식의 배움에 대해 큰 어려움을 토로하시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저만해도, 워낙 기계를 다루는 것에 익숙하니까, 이런 온라인 배움도 쉽게 쉽게 접근한다, 는 평을 쉽게 듣습니다.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나는 익숙하지 않으니까 할 수 없다, 고 이야기하는 아이들에게, 너도 할 수 있다, 고 이야기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 교사의 임무이자 책임인데 말입니다.
그리고 막상, 온라인 콘텐츠와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은 부수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활용해 보면, 이는 결국 교사가 교실에서 어떻게 배우고자 하는가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질 뿐입니다.
온라인 학습을 위한 많은 활용기와 방법 안내가 이미 너무 많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제각기의 생각대로 방법을 안내하고 활용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보자면 이는 모두 교사 개개인의 교실관(!!)에 따라 구분되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등교 상황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가 아이들과 어떤 생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무엇을 어떻게 배우면서 학습 공동체를 단단하게 해 나갈 것이냐는, 철학입니다. 이 비상 상황이, 더 이상 비상이 아닌 일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미룰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생각을 공유하고 마음을 나누면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 공동체와 학습 공동체를 만들어 갈 필요는, 지금 당장부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이기에 고민하고 실천해 볼 수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 해 보려고 합니다. 어쨌든, 밑져야 본전이니까요. :)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