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수학 배움, 어떻게? - 공간과 입체 (1) (feat. 쌓기나무)
6학년 2학기 3단원은 쌓기나무와 연결큐브를 활용한 '공간과 입체' 단원입니다. 단원의 성취기준은,
[6수02-10]쌓기나무로 만든 입체도형을 보고 사용된 쌓기나무의 개수를 구할 수 있다.
[6수02-11]쌓기나무로 만든 입체도형의 위, 앞, 옆에서 본 모양을 표현할 수 있고, 이러한 표현을 보고 입체도형의 모양을 추측할 수 있다.
입니다.
그런데, 이 성취기준은 선수학습과의 연계성도, 이후 중등수준에서 배울 과정과의 연계성도 강하지 않습니다. 이 단원의 목표는, '공간감'과 '입체감'을 학생들에게 갖도록 하는 것이라 할 수 있고, 이는 사실 굉장히 모호한 목표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공간감과 입체감의 목적으로 쌓기나무와 입체큐브를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입체를 평면처럼 인지하고 평면 위에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시지각은 물체의 입체감을 깊이감으로 인지할 수 있습니다. 직육면체를 세워두면, 인간의 시지각은 직육면체의 면 중에 우리 시지각에 가까운 면의 부분과 먼 면의 부분을 서로 다르게 인지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인간은 입체감을 경험합니다.
그런데 입체도형을 표현하는 순간 딜레마에 부닥칩니다. 우리의 표현 도구는 평면입니다. 교과서도 평면이요, 시험지도 평면이며, 학생들은 겨냥도라는 이름으로 사영된 다각형을 입체라고 받아들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큰 딜레마인지, 저는 2015년에 경험한 바 있습니다. 제가 담임하던 어린이 수학 개념과 원리의 이해와 적용이 더딤에도 불구하고 항상 즐겁고 밝았습니다. 그래도 수학을 조금 더 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래도 가르치기에 조금 나은 (당시에는 교육과정에 있었던) 원기둥과 원뿔 단원부터 시작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방과후에 그 어린이를 남기고, 다른 어린이들 때문에 혹시 주눅들 수도 있어서 영어전담 선생님께 부탁하여 영어교실로 데려간 후, 원기둥을 안내하기 위해 원기둥을 그려보도록 했습니다.
그 때 그 어린이가 그렸던 원기둥 모양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린 원기둥의 모양을 보면서 처음에는 아연했습니다. 이걸 왜 못 그리지? 그런데,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이건 어린이들에게 쉽지 않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실에서 수학을 배울 때, 우리 어린이들은 실제의 도형을 평면으로 사영하는 경험 없이 입체도형을 교과서나 문제집에 표현된 평면 형태로 배웁니다.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이 어떤지도 모른 채 그저 겨냥도라는 이름으로 입체를 평면 위에서 배우니, 저희 반 어린이는 원기둥을 위와 같이 표현할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입체를 이루는 구성요소인 각 면의 성질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도형이 전개도이며, 쌓은 쌓기나무를 위/앞/옆에서 본 평면입니다. 공간을 차지하는 입체의 겉넓이를 통해 입체가 가진 평면적 특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우리 교육과정은 전개도와 쌓은 쌓기나무의 평면도를 제안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개도를 설명할 때나, 쌓은 쌓기나무의 위/앞/옆에서 본 모습을 설명할 때, 교사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안내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성취기준에서 목적하는대로, 학생들이 쌓기나무의 개수를 구하거나, 평면도를 통해 입체도형의 실제를 파악하는 것을 굳이 문제풀이식으로 연습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교과용 도서는 성취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쌓은 쌓기나무의 개수를 표현하는 방법을 세 가지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1. 위/앞/옆에서 본 모양으로 전체 쌓기나무 개수 추측하기
2. 위에서 본 모양을 기준으로 각 블록의 층수 기록하여 개수 표현하기
3. 각 층의 평면도를 통해 쌓기나무 개수 표현하기
이 때, 위/앞/옆에서 본 모양을 토대로는 전체 쌓기나무의 개수를 명확하게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2014년 서술형 평가 문항으로 아래와 같은 문항을 낸 적이 있습니다.
쌓기나무의 위/앞/옆에서 본 모양이 아래와 같을 때, 사용한 쌓기나무 블록 개수의 최대값과 최솟값을 구하고 설명하시오.
지금은 위와 같은 문제는 출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 어린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통해 도전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겠지만, 도전적인 경험보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이 더 소중한 어린이들에게 굳이 이런 문제를 풀릴 필요가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위/앞/옆에서 본 모양은 쌓기나무의 모양을 추론할 수 있고, 개수를 추측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실제로는 입체가 가지고 있는 평면 구성요소를 통해 입체의 특징을 더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성취기준을 이해한다면, 굳이 쌓기나무 개수 구하는 방법이나 모양 추론하는 방법을 가르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방법의 연습이 아닌, 입체를 평면으로 이해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이와 같은 인식을 토대로, 아래와 같이 '공간과 입체' 단원을 재구성 하였습니다.
1차시. '나의 라 보카 La Boca' 만들기 (미술-건축물 만들기와 연계)
라 보카 La Boca 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지구의 이름입니다. 컨테이너 박스 같은 건물에 강렬한 색으로 외벽을 칠하고 다양한 벽화로 채색하여 유명해진 장소이기도 합니다.
출처: http://egloos.zum.com/enatubosi/v/1892517
위 블로그에 좋은 사진 자료가 많아, 어린이들과 함께 보면서 미적 감각을 함께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런 다음, 위 라 보카 La Boca 지구를 테마로 만든 보드게임, [라 보카]를 소개하였습니다.
[라 보카] 보드게임은, 위 사진에서처럼 라 보카 지구의 다양한 건축물들을 나무 블럭으로 재해석하여 만든 퍼즐 보드게임입니다.
게임은, 마주 앉은 두 명의 플레이어가 양면 카드에 서로 다르게 표시된 블록의 모양과 색깔대로 블록을 함께 쌓아가게 되고, 완성한 시간에 따라 점수를 얻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쌓은 블록의 앞에서 보이는 모양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이번 단원과 의미가 있지만, 여러 명이 할 경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어린이가 굉장히 지루해 하면서 몰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교실에서는 별로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수업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여담이지만, [라 보카] 보드게임을 수업이든, 놀이든, 교실에서 활용하실 것이면, 무조건 3인을 권합니다. 그러면 두 사람이 협력하는 동안 한 사람이 심판 노릇을 하면 되므로, 나머지 친구들이 하염없이 기다리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에게는 블록을 쌓는 방식의 보드게임이 있다, 정도만 안내하였고, 이를 토대로 우리가 오늘 할 활동인 블록 쌓기에 대한 동기 정도만 전달하였습니다.
첫 시간은, 라 보카와 라 보카 보드게임에 대한 안내를 동기로, '나의 라 보카' 집 만들기 활동을 수행하였습니다.
위와 같이 표시된 학습지를 준 후, 나누어 준 쌓기나무 블록을 활용하여 위의 조건대로 쌓아보도록 안내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1) 쌓은 자신의 라 보카 집을 여러 방향에서 사진 찍어보고,
2) 집의 각 층 별 구조를 학습지에 자유롭게 구상하여 표시해 보도록 하였습니다.
여러 방향에서 사진을 찍어보는 것은, 입체가 어떻게 평면으로 표현되는지 경험하게 하기 위한 의도이며,
층별 평면도를 그려보도록 한 것은, 교과용 도서에서 쌓기나무의 개수를 구하는 방법으로 안내하는 '각 층의 평면도를 통해 쌓기나무 개수 표현하기'를 자연스럽게 안내하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과용 도서를 활용하다보면 자꾸 방법적으로 접근하게 됩니다. 구하는 방법은 이런 저런 방법을 활용할 수 있어, 와 같이 자꾸 설명하게 되면서 학생들을 수동적으로 만들게 됩니다. 그것을 피하면서, 자연스럽게 교과용 도서가 의도하고 있는 것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만나도록 1차시 활동을 구성하였습니다.
1차시 수업은, 실제로는 미술 시간을 활용하였으며, 원격 쌍방향 온라인 영상 수업(Zoom)으로 진행하였습니다. 학생의 결과물은 위두랑에 사진으로 제출하였습니다.
아래는 저희 반 1번 어린이의 제출물입니다.
글이 길어지므로, 2~7차시 배움은 다음 글에 두드려 볼까 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