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배움] 9. 교실에서 Zoom 줌을 사용하는 네 가지 방식
먼저, 저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Zoom 줌 같은 화상 방식의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배움의 비효율을 강화할 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쌍방향이 되지 않습니다. 교실에서는 서로 아우성을 쳐도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줌 화면 저편에서 치는 아우성은 그저 소음일 뿐입니다. 그래서 줌으로 수업할 때는 발언 순서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교사 한 번에 학생 한 번, 발언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고 그마저도 오고가는 대화가 아니라 던져지는 발화의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화상 방식의 수업 도구는 일방향 수업 - 강의식 - 에 더 어울립니다.
또한 의사소통이 완전하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론적으로도, 언어적 표현보다 비/반언어적 표현이 의사소통에 더 큰 부분을 참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줌으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은 과연 비/반언어적 표현을 얼마나 구현할 수 있을까요. 의사소통은 부분적이며, 그나마도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실시간 쌍방향 화상 방식의 수업 도구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요구도 만만찮았습니다. 아마도 학원 같은 곳의 활용이 이러한 요구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와 학원은 목표가 다릅니다. 학원은 성취도 평가에 목표를 두고 있지만, 학교는 학생들이 일정 정도의 성취수준에 도달하도록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설계하여 운영합니다. 학교는 학생이 일정 정도의 성취수준에 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배움의 과정을 정성적/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요즘 학교의 화두이자 목표이기도 합니다. 줌이 일방적인 의사소통에 강점을 보인다면, 이는 협업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쌍방향의 의사소통은 어렵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여하튼, 학교는 이러한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반 학급도 이번 주부터 하루 한 시간씩 줌을 활용한 수업을 해 나가고 있습니다.
1. 주어진 질문에 돌아가며 발표하기
지난 주, 줌 수업 웜-업 과정에서 어린이들에게 ‘내 방에 있는 물건 중 하나 소개하기’ 미션을 수행하였습니다. 혹시 화면공유 기능을 활용하여 프리젠테이션 할 수 있는 어린이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고, 가장 쉽고 편하게 시도할 수 있는 방식의 수업이었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준비하여 발표하도록 하였습니다.
총 스물 다섯 명 정도가 30초~1분씩 발표하였습니다. 주로 실물을 화면에 보여주는 방식의 발표였고, 동영상을 준비하겠다는 학생이 하나 있었는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활용한 화면공유는 제한적이라 다음을 기약하도록 하였고,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여 프리젠테이션 한 학생이 한 명 있었습니다.
교사는 학생들을 소개하는 수준의 발화만 하였는데, 전체적으로는 40분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장점이라면 모두가 발표할 수 있다는 것, 단점은 텍스트로 자신의 발표를 적어서 온라인 학급에 업로드 하였다면 돌려 읽는데 40분 보다는 훨씬 적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수업 방식에 국한하자면, 지루하다는 평가를 한 명이 하였습니다.
2. 소그룹방에서 모둠 토의한 후 토의 결과 글로 제출하기 (또는 발표하기)
지난 주, 줌 수업 웜-업 과정에서 국어 글 읽은 후 생각 나누기 활동을 수행하였습니다. 미디어 콘텐츠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글을 함께 읽었는데, 이에 대해 ‘미디어 활용에서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을 모둠별로 토의하도록 하였고, 이에 대한 토의 결과는 각자 온라인 학급 과제방에 업로드하도록 하였습니다.
발표를 하지 않은 이유는, 소그룹방에서 토의하는 것도 버거울텐데 발표자를 정해서 발표까지 시키는 것이 어린이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소그룹방 토의가 활성화되면 텍스트가 아닌, 화면 상으로 발표까지 할 수 있겠지요.
모둠 구성은 시간 관계상, 줌의 랜덤 배정을 활용하였습니다.
학생들의 평가는 기술적인 부분, 그리고 활용이 익숙하지 않은 부분에 많이 치우쳐 있었습니다. 활용해가는 단계이므로 아직까지 주의깊게 염두에 두어야 할 의견은 없어 보입니다.
3. 실시간으로 질문하며 스스로 배워가기
어제 수학 시간에는 패들렛 도구를 활용하여 문제만들기 활동을 하였습니다. 패들렛 Padlet 컬럼 섹션에서 학생들은 분수의 나눗셈과 관련된 문제를 두 문제 씩 만들었고, 서로의 문제에 대해 별 한 개부터 별 다섯 개까지 평가하였으며, 가장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문제 두 문제를 뽑아 풀어 제출하였습니다.
이 과정을 줌으로 안내하였습니다. 구글 사이트 페이지에 활동을 텍스트로 안내하였지만, 5분 정도 구두로 활동을 다시 한 번 안내한 후, 학생들이 활동하면서 줌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질문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두 명 정도의 학생이 활동 확인 차 대여섯 번 정도 질문하였으며, 학생들은 활동을 마친 후 교사의 확인 후방에서 퇴실하였습니다. 개인차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35~55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4. 교사 강의 후 온라인 학급에 과제물 제출하기
오늘 사회 시간은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하여 교과용 도서의 내용을 설명한 후, 학생들이 디지털교과서에 수록된 활동과 질문에 답하여 보고, 결과물을 스크린샷하여 제출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였습니다.
갑작스런 실시간 사용자의 증가로 인하여, 화면 공유로 디지털교과서의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공 시 렉이 심하였습니다. 임시방편으로 교사는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중요한 지점을 스톱모션으로 보여주는 고육책을 사용하였습니다.
렉이 있더라도 오디오는 끊김없이 전달되므로, 이를 고려하여 화면 활용 비중을 줄이고 음성 활용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배움을 진행하였습니다.
제가 고민하여 시도하였던 네 가지 방식의 수업을 활용한 후, 학생들에게 설문을 받았습니다.
제 생각과는 다르게, 학생들은 아래와 같은 설문 결과를 드러냈습니다.
모둠 토의에 대한 선호가 높을 것은 예상하였지만, 강의형 수업에 대한 선호가 못지 않게 높을 줄은 몰랐습니다.
여담이지만, 작년에 졸업한 학생 두 명에게 위와 같은 활용 사례를 설명한 후 선택을 물었는데, 그 학생들은 둘 다 1번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선택을 하였습니다. 저희 반 어린이들의 선택 결과에 대해서는, ‘아마 자기들이 아무 것도 안 하는 방식이라 많이 골랐을 수도 있어요’ 같은 답변을 하였는데... 듣고 보니 일리 있다는 생각도 얼핏 들었습니다.
아직 한 번 씩만 해 본 방식이라, 어린이들의 선호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네 가지 방법을 활용하여 다양하게 배움에 활용해보고, 혹은 다른 방식의 배움도 가능한지 탐색하여 보고자 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