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 3. 첫 시간
어떤 교과는 첫 시간부터 배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어나 사회, 체육 같은 교과는 오리엔테이션 없이 바로 시작합니다. 수학과 과학, 음악 같은 교과는 항상 첫 시간을 오리엔테이션으로 진행합니다. 아마도, 첫 배움 내용을 통해 전반적인 배움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교과는 오리엔테이션 없이 1단원을 시작하고, 배움의 흐름 이상이 필요한 교과는 오리엔테이션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교사가 한 해 동안 함께 배워나갈 큰 틀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언젠가부터 하고 있습니다. 아마, 처음에는 통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렇게 할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의 느낌. 그런데 요즘은 점점 바뀌어, 교사의 생각을 브리핑하는 시간처럼 준비하고 실행합니다. 선생님의 배움은 이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은데, 너희들은 이렇게 해 준다면 1년 동안 많이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잘 해 보자. 선생님도, 너희들도.
한 편 자신감이기도 합니다. 담임 교사인 나와 배우는 과목에 대해서, 나는 이미 다 준비가 되어 있고, 너희들과 함게 즐겁고 재미난 배움을 만들 준비가 되어 있어, 라고 선언하며 약속하는 셈입니다.
몇 년 간 곰곰히 고민하면서, 어린이들이 절대로 부정하지 않을, 어쩔 수 없이라도 수긍할 수 밖에 없는 명제를 하나 찾았습니다. 학교는 배움의 공간이다. 무엇을 배우는 공간인가에 대한 교사 나름대로의 철학과 생각이 있겠지만, 필수로 배워야 하는 것은 이미 법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상 성취기준에 해당하는 배움을 교실에서 실행하게 됩니다. 그것의 구체적인 설계와 운영은 교사마다 다를 수 있을지언정, 그것을 하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것을 하지 않으려면 국가에서 주는 월급을 받는 대신, 학교를 떠나 자신의 교육 철학을 펼칠 수 있는 별도의 교육 공간을 마련하여 운영해야겠죠. 많은 것을 배우지만, 적어도 교과 시간에는 교과에 해당하는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을 토대로 배움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교과 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재미나고 즐겁게, 하지만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에 따른 일정 수준의 성취수준에 도달하게 하기 위한 고민. 그것들을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첫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국어, 시란 무엇인가
첫 국어 시간, 교과서는 '비유하는 표현'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매년 저는 시 전체를 들고 들어가려고 합니다. 어린이들은 비유에 대해 배우지만, 저는 시에서 왜 비유를 사용하는지 안내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첫 시간의 제목은 '시란 무엇인가', 함께 나눈 글은 가수 아이유가 작사한 'Dear Moon' 이었습니다.
교과서에서 시를 설명하는 방식이 그리 크게 와닿지 않습니다. 단원의 제목도 비유적인 표현. 그래서 비유에 대해서 가르치고 끝이 납니다. 아마 그래서일 것입니다. 지금도 시가 어렵고, 시를 잘 모르겠고, 시를 읽지 않는 생활. 하지만, 시를 이렇게 흘려 보내는 것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어린이들과 시가 가진 아름다움을 함께 발견하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몇 년 전, 정재찬 교수의 책인 [시를 잊은 그대에게]와 [그대를 듣는다]를 너무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주체적으로 시를 수용할 엄두가 안 나던 찰나, 누군가의 해석을 들으면서 시를 즐거워한 경험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아이유 씨의 '디어 문'을 복사하여 나누어 주고, 읽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차근차근 세 가지를 질문하였습니다.
- 이 시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 시는 무엇에 대해 말하는가?
- 내가 했던 경험에 비추어 이 시에 대해 설명해 봅시다.
- 시란 무엇일까?
시는 자신의 일상이나 경험 속에서 찾아온 생각이나 느낌을 '상상'을 통하여 언어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합니다(권영민). 일상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를 상상의 끈으로 연결하는 것이 시의 원천이다, 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아이유 씨의 '디어 문'을 살펴보자면, 달이란 내 곁에 있는 존재로 말할 수 있습니다. 그를 뒤돌아가지만 나를 따라 오는 달. 내 품에 안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그러나 그렇게 완벽한 모습인 듯 싶지만 얼굴에 생채기를 갖고 있는 달. 감히 바라볼 수도 없는 태양에 비해, 똑바로 쳐다볼 수 있을만큼 밝은 달은 바로, 나의 곁에서 나와 함께 길고 외로운 이 밤을 함께 지새우는 존재입니다. 일상의 존재인 달과, 일상의 존재인 벗이 만나, 벗의 의미와 달의 의미를 서로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이 노랫말이야말로, 시가 가진 놀라운 힘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재가 됩니다.
마스크를 끼고 있는 상황 때문에 많은 어린이들의 말을 듣지 못했지만, 배움일지를 통해 어린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였습니다.
- 이 시는 나에게 외로움을 알려주는 것 같다.
- 이 시를 읽을 때, 내가 달을 보면서 늦게까지 숙제를 했을 때가 생각났다.
어린이들도 이 글을 통해, 달이 항상 내 곁에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엇습니다. 아마, 내 벗에 대한 사유의 크기가 커질수록, 아마 이 노랫말도 어린이들의 가슴을 깊이 있게 울리게 될 것입니다.
도덕, 내 친구 감자이야기
매년, 도덕 수업의 시작은 주제통합수업의 일환으로 시작합니다. [나, 너, 우리]라는 20차시 정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데, 첫 시간에는 도덕과 성취기준 중 '자주'와 관련된 활동으로 '내 친구 감자이야기' 활동을 모둠 별로 진행합니다.
어린이들에게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모둠을 구성하도록 한 후, 뒤에 앉은 어린이들도 잘 볼 수 있도록 화면영상기를 통하여 감자를 보여줍니다. 매년 준비하는 감자인데, 이번에 산 감자는 예년에 비해 정말 비슷비슷합니다. 조금 큰 녀석이 하나 있지만, 대부분은 비슷하여, 어떤 것이 어떤 것인지 잘 구분도 되지 않습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여러분에게 감자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어린이들 웃음) 이제 여러분들 모둠으로 감자 친구들을 모시고 갈까 합니다. 모둠에서 아무나 한 사람 나와서 감자 친구를 데리고 가세요.' 서로 나오겠다고 안달이 납니다. 그리고는 어렵사리 나오게 된 모둠 대표 하나가 흙 묻은 감자를 조심스레 손에 들고 모둠으로 돌아갑니다. 교실에 흙알갱이가 굴러다니지 않도록 이면지를 함께 들려 줍니다.
감자를 보면서 이 감자의 라이프 스토리가 어떨까 이야기해 보도록 안내합니다. 감자의 이름은 무엇이고, 감자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가 등등등. 즐겁고 신나게 뒤집어지는 모둠이 있는 반면, 한 어린이가 공책을 잡고는 다른 어린이들이 불러주는 것을 받아적는 모둠도 있습니다. 한 모둠은 하필이면 어린이 하나가 가정학습을 신청한 때문에 세 명이서 이야기를 나누느라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급기야 어떤 모둠은 감자 포장지 뒷면을 보며 감자의 출생지와 감자의 아버지(생산인) 등을 적으며 깔깔거리기도 합니다.
아뿔사. 그러나 이 활동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급하게 어린이들을 주목시킨 후 미처 하지 못한 이야기를 건넵니다. '지금부터 감자의 생김새를 유심히 보세요. 여러분의 친구인 감자가 어떤 모양새를 가지고 있는지 모둠원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어 봅시다.' 어린이들은 이제 감자의 모양새를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합니다. 그 때까진 잘 몰랐는데, 자세히 보니 감자의 모습이 독특합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감자를 다시 앞으로 '데리고' 오도록 합니다. 어린이들은 책상에 조심스레 올려둡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이제 감자는 예사 감자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의미를 부여받은 감자이기 때문입니다.
모두 다 감자를 앞으로 가지고 온 후, 곧바로 모둠 별로 한 사람씩 다시 불러냅니다. 그리고 자신 모둠의 감자를 찾아보도록 합니다. 감자들과 아무런 관계망도 갖지 못했던 저는 여전히 어떤 감자가 어떤 것인지 구분할 수 없지만, 어린이들은 자기 모둠의 감자를 다 알아봅니다. 어떤 생김새와 어떤 모양을 갖고 있는지 유심히 보면서 관계를 맺었기 때문입니다.
인디스쿨 햇반 아이디를 쓰시는 선생님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와서 벌써 몇 년째인지도 모르게 하는 이 활동은, 어린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처음에는 다름을 구분할 수 없었던 감자들이었는데, 잠깐동안 두고 유심히 본 덕에 이제 자신의 감자를 골라내며 '우리 감자'라고 말하게 되었지 않은가. 감자도 그러할진대, 1년 동안 함께 지내는 우리 반 친구들은 얼마나 친밀하고 소중한 존재가 될 것인가. 그 마음 잃지 않고, 1년간 반 친구들에 대해, 담임 선생님에 대해, 스스로에 대해, 감자를 대한 태도 그대로 실천하길 바래.'
어린이 하나가 배움일지에 아래와 같이 적어 주었습니다.
- 이 감자를 대했듯, 친구, 주변 사람도 소중히 관찰하고 중히 대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사회, 정치란 무엇인가
체육 첫 시간에는 안전 영역/안전한 운동 시설에 대해 알아보기 활동을 수행하였습니다. 첫 과학 시간이 안전교육으로 시작하는 것처럼, 첫 체육 시간도 안전 영역부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담임 교사를 하면서 있었던 체육 시간 안전 사고 사례를 몇 가지 말한 후, 어린이들에게 체육 시간에 있었던 안전 사고 경험을 써 보도록 하였습니다. 혹시 그런 경험이 없는 친구들은 교과용 도서에 나와있는 운동 시설 안전에 대한 예시를 보고, 그 중에 친구들이 가장 유의하여 지켰으면 하는 사항 하나를 고르고 이에 대한 까닭을 써 보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평가에 대한 이야기를 안내하였습니다. 올해 우리 교실의 평가는 상시로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교실 평가는 단원평가 혹은 별도의 수행평가지가 제공되는 평가를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 시간 교사는 어린이들에게서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과정을 준비하고, 어린이들은 매 시간 자기 수준에서 배움에 도달해야 합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배움일지에 매 시간의 배움을 꼼꼼하게 적어달라고 말하였습니다.
체육 첫 시간의 경우, 어린이들이 자신의 안전 사고 경험을 교과용 도서의 예시에 부합할 수 있는 사항을 적은 경우, 교사는 '자신의 안전 사고 경험을 토대로 체육 시간에 안전하게 활동해야 하는 필요성을 말할 수 있다'와 같은 식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안전 사고 경험이 없더라도, 교과용 도서의 예시 중 우리 교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사항을 그 까닭과 함께 쓸 수 있는 경우, 교사는 '교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예시> 사례를 토대로 안전 사고의 방지가 중요함을 그 까닭과 함께 설명할 수 있다'와 같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다섯 개의 영역에 대한 배울 내용을 안내하였습니다. 교육과정에 어떤 활동들이 포함되어 있고, 우리 교실에서는 이를 위해 어떤 것을 하게 될지 안내해 주었습니다.
어린이들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라졌던 지점은, '올해 우리 반은 피구를 하지 않는다' 였습니다. 어떤 어린이들은 이 반에 들어온 것을 후회하는 듯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하였고, 어떤 어린이들은 슬쩍 와서 '선생님, 저도 피구 싫어해요'라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우선, 피구는 6학년 교육과정 경쟁 영역 활동이 아닙니다. 건강 영역에서 기본 체력 관련 순발력과 협응성, 민첩성과 연계하여 할 수 있는 활동 정도입니다. 교육과정에도 맞추지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구는 초등 교실에서 운동 능력에 따라 그 실력이 굉장히 갈리는 종목이기도 합니다. 어떤 어린이는 공 한 번 만져보지 못한 채 한 판을 마치기도 하고, 어떤 어린이들은 공을 잡고 던지는 활동을 거의 독점하기도 합니다. 공에 맞아 아웃된 어린이들이 삼삼오오 한 구석에 모여 서서 방관하는 모습을 본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라, 피구 경기를 할 때는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룰을 자꾸 집어넣게 됩니다. 그럼에도 하는 어린이만 하는 그런 종목입니다.
그런 종목이라면, 한 두 번 정도 경기 경험을 쌓게 하는 정도에서 그쳐야지, 매 시간마다 피구만 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있습니다.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을 찬찬히 읽어보자면, 초등학교 체육 교과의 목표는 생활화의 측면에 조금 더 무게중심이 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다양한 종목과 활동을 안내하여 어린이들이 체육 활동에 흥미와 호기심을 느끼게 하고, 여러 종목과 활동 속에서 기능적인 면을 신장하기 위해 스스로 계획을 세워 활동을 수행하게 만드는 수업을 만들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올해 체육 시간의 목표는, 모든 어린이들이 가정에서 자신만의 신체 활동을 계획하여 능동적으로 수행하게 만드는 것임을 안내하였습니다.
실과, 가족의 의미와 가정생활의 이로움
실과는 교육과정 개정 후 처음으로 담임 교과로 어린이들과 함께 배우게 되었습니다. 덕택에 아직 실과과 교육과정 운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대략 생각하기에는 소프트웨어 교육과 언플러그드 활동을 접목시켜 조금 더 심도있게 다루는 방식으로 변경 운영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 시간 배우면서 더더욱 그런 생각을 굳혔습니다.
첫 부분에서, 가족은 혈연, 혼인, 입양 등으로 구성되며, 가정에는 핵가족, 확대가족(대가족), 한부모가족, 다문화가족, 입양가족, 재혼가족 등의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교과용 도서는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정생활은 안전한 보호 및 성장의 기회 등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이로움이 있다는 안내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장 교사의 입장에서 이를 안내한다는 것이 참 조심스럽습니다. 요즘같이 가정환경조사서의 많은 사항이 개인정보보호로 인해 블라인드로 처리되면서, 혹여라도 말실수라도 하지 않을까, 상처되는 표현들이 조심성 없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듭니다.
어찌보면 가치에 대해 다루는 교과가 가진 숙명같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행복한 가정생활, 이라는 말을 하고 싶지만, 누군가에게는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도 신경 쓰입니다. 가정생활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도 쉽잖습니다. 누군가는 행복의 경험들을 즐겁게 말하겠지만, 누군가는 할 말이 없어 머뭇거리거나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첫 수업에서 가장 신경쓰였던 지점은, 1인 가족 이야기입니다. 교과용 도서의 정의로는, 1인 가족을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예전에는 독신이라고 일컫던) 1인 가족 형태도 분명히 개인의 기쁨과 즐거움을 담보할 수 있습니다. 저야 딸 셋을 가진 다섯 가족의 유일남으로 잘 살아내고 있지만, 누군가는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을 행복하게 누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쯤되면, 어린이들에게 가족과 가정생활을 위해 무슨 말을 해야할지 자꾸만 자기검열에 빠지게 됩니다.
아직, 미술과 과학 첫 시간을 갖지 못하였습니다. 미술은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하여 주제통합으로 배웠지만, 아직까지 미술 교과 배움 시간은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매년, 저는 미술사를 베이스로 하여 교과용 도서에서 소개하고 있는 활동들을 조금씩 심화하여 해보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이런저런 활동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과학은 올해야말로 과학 보고서 쓰기 활동을 해 볼 생각입니다. 어린이들로 하여금 과학적 탐구를 직접 설계하여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두 이야기는, 이 시리즈가 계속 되어가는 과정에서 아마 만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첫 단추가 잘 꿰어지면 나머지 단추를 꿰어가는 일도 쉽습니다. 교사는 교실에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도달하기 위한 배움을 설계하면서, 어린이들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흥미와 재미를 보일 수 있도록 설계한 배움을 실행할 책임이 있습니다. 만약 교사가 너무 많이 주도할 경우, 어린이들은 배움에 수동적으로 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학생에게 맡길 경우, 결국 어느 시점에서 교사가 어린이들을 기만하여야 합니다. 한 때, 어린이들이 스스로 배움을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에 부합하는 교육과정 설계를 하지 못할 때, 교사는 이런저런 단어를 던져가며 어린이들에게 힌트를 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결국 교사의 뜻대로 조종하는 것인데. 차라리 대강의 흐름을 충분히 숙고하여 구성한 다음, 그 울타리 안에서 어린이들이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더 나은 배움을 추동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시간은, 그런 배움을 위하여 교사가 울타리를 쳐 주는 시간입니다. 울타리를 너무 좁게 치지 않았어야 하는데... 항상 그런 우려를 갖게 됩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