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 1. 연재를 시작하며
그런데 이런 반복감은 매년 다른 학년을 하는 교사들에게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교실이지만, 초등학교의 특성 상 선제적인 제안은 담임 교사가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담당 학년이 바뀌어도 교사가 교실에 가지고 들어가는 제안은 대동소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교사도 사람인지라, 항시 해 오던 것들을 가지고 교실에 들어가게 될테니까요. 교단일기가 날이 갈수록 양과 질의 한계에 부닥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런 이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왠지 우리 교실의 이야기를 두드려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전까지 에듀콜라에서 교실 이야기를 많이 두드려 온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제 글 대부분은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딱딱하고 재미없고 집중하기 어려운 것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뭐, 시작부터 성취기준 두드려 놓고 들어가는 글이었으니...
그래서 이번 학기 에듀콜라에서의 정기연재는, 조금 말랑말랑한 글을 두드려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른 교단일기와는 차별점을 두고 싶었습니다. 그 테마가 바로, 나름대로 세심하게 재단하여 배열한 오백칠십육시간, 국도사수과(음)미체(영)실창체 시간에 이루어지는 배움에 관한 것입니다. 평상시보다 조금 더 어린이들의 반응과 배움에 집중하며, 교사의 설계와 운영이 어린이들과 어떻게 어울려 가는지, 어린이들과 함께 배워나가면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일을 글로 옮겨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글을 본격적으로 두드리기에 앞서, 이 시리즈가 어떤 방향성을 가지게 될지 간단하게 두드려 두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우선 저는, 교육과정 상의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교실 배움을 설계/운영하고 있습니다. 교과서를 있는 그대로 가르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교과 내 교육과정 재구성을 주로 시도하는 편인데, 국어의 경우에는 전반적으로 성취기준에 도달하는 경로를 바꾸어 운영하는 편이고, 수학의 경우에는 선수학습 과정과 현재의 배움을 지속적으로 연계하여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회의 경우는 디지털교과서를 플립러닝의 베이스로 활용하여 스스로 배움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을 하고 있으며, 체육의 경우에는 신체 발달 특성을 고려하여 평소 생활에서 즐길 수 있는 신체 활동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미술의 경우에는 미술사의 흐름을 염두에 두고 성취기준과 연계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여 보고 있으며, 창체는 교사 자체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계획이 실행될 수 있도록 나름대로 고민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번 시리즈에는 교과서 이야기보다는, 배워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많이 두드려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는, 활동을 정해두고 성취기준을 꿰어맞추기보다는, 성취기준을 살펴보고 이에 맞는 배움 과정을 탐색하는 편입니다. 교사가 이미 할 활동을 정해놓은 후 이와 연계할 수 있는 성취기준을 탐색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리 교사가 좋은 활동을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성취기준에 도달하는 것과는 무관하거나 부수적인 활동이라면, 이는 과감하게 포기하여야 합니다. 만약 성취기준에 걸 수 없는 배움과 활동이라면, 당연히 창체 시간에 편제하면 될 일이니까요. 따라서 기본적으로 성취기준과 이에 도달하기 위한 국정 교과서의 시도를 살핀 후, 교사 전문성을 발휘하여 제 경험과 생각에 따라 성취기준에 조금 더 효과적으로 가 닿을 수 있는 배움의 과정을 교실에서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야기들도 다양하게 두드려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일반화하여 모든 교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그런 배움 과정을 설계하고 운영할 수 없는 교사입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제가 다른 선생님들의 배움 자료를 도통 사용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우리 교실에서, 우리 어린이들에게 맞는 배움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이, 교사가 발휘해야 할 제일의 전문성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 좋은 시도와 운영을 보고 참고할 수야 있지만, 결국 우리 교실의 배움은 저와 우리 반 어린이들이 함께 만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가 두드리는 교실배움 이야기는 아마도, 교사가 가진 배움에의 철학이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가 닿고, 이를 어린이들이 어떻게 주체적으로 수용하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지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때, 교사의 서툴고 부족한 부분도 드러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과정이 모여서 하나의 총체적인 배움을 만들어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잘 드러내어 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을 갖고 오는 것은 아마도, 매일매일 블로그에 기록한 일상의 배움 이야기를 테마에 맞게 재가공하여 업로드하는 방식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글은 24편 정도를 이 시리즈 안에서 두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가급적이면 하나의 시리즈가 12편, 24편, 이렇게 맞아떨어지는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개수를 고려하여 두드려 볼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올해는, 온라인 배움이 오프라인 배움과 어떻게 어울릴 수 있는지를 전반적으로 재조명해보는 한 해가 될 것입니다. 올해 교육과정의 운영에 따라, 학교 현장에도 전면적으로 온/오프라인 배움의 결합을 타진해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테크놀로지는 발달해 가는데, 교실 현장만 이를 수용하지 못한다면 아무래도 학교의 역할에 대한 지속적인 의심과 회의에 노출될 것입니다.
그러나, 작년 한 해, 어쩔 수 없는 온라인 배움을 통하여 결국 어린이들이 실제적인 공동체의 삶을 영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온고이지신의 실체가 올 한 해 교실에서 드러나야 하는 것도 교실과 교사가 짊어진 큰 숙제입니다.
새학년을 앞두고 많은 생각이 머리를 울리지만, 그래도 모든 것이 잘 되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잘 못 되어갈 것이 없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