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교사] 1. 교사는 특별하다
1. 교사는 특별하다
에듀콜라의 필진이 된지 벌써 2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살펴보면 꽤 많은 글을 두드렸습니다. 6학년 교육과정과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한 배움 이야기를 주로 하면서, 6학년 담임을 해 오면서 맺어온 관계 이야기, 저희 집 아이들과 맺어가는 관계 이야기, 보드게임 이야기 등등등. 그런데 지금까지의 글들이 건조한 편이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 가을 시즌 연재는,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한 이야기를 두드려볼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8월 31일자로 저는 교직에 머문지 딱 8년이 되었습니다. 쉴 새 없이 달려간다면 이제 앞으로 16년 반을 더 머물 수 있습니다. (혹여 정년이 연장되면, 머물 날도 3년이 더 늘긴 하겠네요) 아무리 기를 쓰고 아둥바둥거려도, 그 기간을 자의로 늘릴 수는 없습니다. 벌써, 교직에서의 3분의 1을 지내버린, 그러나 경력은 그리 많지 않은, 이제 막 저경력 딱지를 벗어내는 교사입니다.
조금 늦은 나이에 교사가 된 후 제가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것은, 교사로서의 제 삶이 너무나도 바쁘고 할 것이 많다는 것입니다.
직장생활 할 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물론, 십 수 년 전 직장이니 지금은 좀 다를 수도 있지만, 저는 주어진 과업을 완수하고, 조금 더 부가적인 업무를 수행해도, 충분히 여유있게 근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팀의 막내로서, 궂은 일 귀찮은 일 사소한 일 이런저런 새로운 일도 많이 했지만, 회사에서의 나날은 항상 여유를 가지고 보낼 수 있었습니다. 저희 팀 제 사수, 다른 팀원, 파트장, 팀장 등등등, 제 선배 사원들은 항상 여유있는 일과를 보내며, 딱 바쁠 때만 바쁠 수 있는 그런 나날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학교에 오니, 그게 불가능하였습니다. 6학년 담임으로 매일 8시 40분부터 2시 40분까지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항상 모든 신경이 아이들과 교실에서의 배움에 가 있습니다. 전담 시간이 수시로 주어지지만, 그 시간은 아이들의 배움 결과를 대해야 하는 시간. 쉬는 시간과 점심 시간이 있지만, 그 시간이 아이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은 아닙니다. 방과 후에 바로 하교해야 하는 아이들의 상황 때문에 점심 시간은 항상 일대일 면담을 하는 시간. 쉬는 시간은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며 항상 아이들의 상태를 주시해야 하는 시간. 그리고 이 모든 시간에는 업무가 함께 합니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나도, 쉴 틈이 없습니다. 업무를 하거나, 아이들의 배움 결과물과 만나는 것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전문적학습공동체, 출장, 회의, 소소하게 수행해야 할 이런저런 잡무들까지 하고 나면 금새 퇴근 시간입니다.
그래서 교재 연구는 항상 집에서 할 일입니다. 아이들의 생활 기록물들을 집에 가지고 와서 보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교사는 특별합니다. 교사는 특별한 고객을 모시고 1년을 지냅니다. 바로 우리 반 아이들입니다. 이 고객이참 다행스러운 것은, 그래도 거의 모든 아이들은 나쁜 의도가 없다는 점입니다. 6학년 담임 8년, 6학년 전담 1년을 하면서 이런저런 아이들을 참 많이 만나 보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제가 만난 모든 아이들은, ‘마음이 통하는’ 아이들이었습니다. 교사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대하면, 아이들은 교사를 흠집 잡으려하거나, 교사를 이용하려 들거나, 교사를 일부러 괴롭히려 하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우리 반 어린이들은, 거울입니다. 제가 그들에게 비추이는대로, 그들은 제게 그대로 돌려주었습니다.
어른을 대하는 것보다 훨씬 나았습니다. 그 속을 알 수 없는 어른들. 항상 웃으며 대해도 그 뒤를 넘겨짚어야 하는 어른들과의 관계. 그 고단함과 피곤함에 비하면,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은 행복하고 좋은 시간입니다.
그 특별한 고객 때문에, 교사는 특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 어린이들에게 들려주어야 혹은 들려 보내주어야 하는 것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의사가 특별하다고 합니다. 병을 고쳐주고, 오래오래 살 수 있도록 돌봐주는 이들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교사는, 자라고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그들의 삶이 아름답고 윤택한 것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 더 많이 신경쓰고 더 많이 들여다보고 더 많이 돌아봐야 합니다. 교사의 특별함은 거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어린이들이, 특별한 삶을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 무한한 책무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자꾸 들여다 봐야 할 것이 한없이 늘어납니다. 더 나은 배움, 더 즐거운 교실, 더욱 더 자라고 성장하는 우리 반 어린이들의 삶을 위해서, 교사는 끊임없이 자신과, 동료 교사와, 새로운 시도들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에듀콜라를 찾으시는 선생님들께서도 아마 그런 생각을 가지시고 계실 것입니다.
제 이야기는 교사의 특별함 속에서, 특별한 교사가 되고 싶어하는 한 늦깎이 교사의 이야기입니다. 제 이야기에 한 번 귀 기울여 주시겠습니까?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