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역사를 토대로 배우는 초등학교 사회 게이미피케이션, 경제생활보고서 Day 1
작년, '경제생활보고서'라는 배움 주제로 어린이들과 함께 게이미피케이션으로 배웠던 활동을 올해도 한 번 더 해 보게 되었습니다.
경제사를 기반으로 하여, 어린이들이 경제 시스템의 성장과 변화를 간단하게나마 직접 체험해보는 활동인 '경제생활보고서' 프로젝트. 현재 6학년 1학기 사회 일반사회 영역 경제 파트가 경제의 기본적인 내용을 지루하게 다루고 있는 터, 롤-플레잉 방식의 활동을 통해 직접 무언가를 결정하고 그 결과의 영향을 받는 경험, 그리고 그 속에 녹아 있는 경제 개념의 발견을 통하여 조금 더 다이나믹하게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하여 구안하여 진행해 보게 되었습니다.
20220509
Round 0. Orientation
상황 제시
정처없이 떠돌던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발 가는대로 그저 떠돌면서 사냥하고 채집하며 이것 저것 만들어가며 살아가던 이 사람. 불현듯, 현재 발 디디고 서 있는 이 곳이, 산 좋고 평평한 넓은 땅 보이며 강 흐르고 열매 많은 나무 울창한 곳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곳에 정착여야겠다, 결심합니다. 바로 옆에 누군가 사는 기색은 없어 보이지만, 이 곳이라면 혼자서라도 먹고 사는 데에는 크게 어렵지 않을 듯 합니다. 동굴에 터하고 살게 되었을지 움막이라도 짓고 살았을지는 상상에 맡기고. 우선은 한 곳에 정착한 것까지만.
설정
어린이들에게 캐릭터를 정하도록 하였습니다. 캐릭터의 캐리커처를 그리고, 그 옆에 캐릭터의 이름과 캐릭터의 설명을 쓰도록 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정착하여 할 일을 결정하였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먹고 사는 일이니까, 어떻게 먹고 살지를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선택지는 아래 다섯 가지였습니다.
- 농사짓기/쌀 생산
- 채집하기/과일 채집
- 사냥하기/물고기 사냥
- 목축/소 생산
- 제작하기(수공업)/생산도구 생산
다섯 가지 중에 주업과 부업을 정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주업은 주로 하며 보내는 일, 부업은 곁들여 하며 보내는 일입니다. 주업으로 수업하는 과업은 2 만큼의 생산을 이루고, 부업으로 수행하는 과업은 1 만큼의 생산을 이룹니다.
아래 오른쪽에는 하트 표시를 세 개 하도록 하였습니다. 어린이들이 활동을 이어가는 동안 가지게 될 생명력입니다. 생명력이 다 한 어린이들에게는 이벤트가 발동합니다.
활동 이야기
∨ 주업과 부업을 고른 후 간단하게 까닭을 써 보도록 하였습니다.
∨ 어린이들은 '농사를 짓는 경우 꼭 쌀을 생산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뭐, 비슷한 질문으로 '소 말고 돼지', '물고기 말고 어쩌구' 등등등의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왜 한 가지로 정하였는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작년에는 각자 정하도록 하였는데, 활동하면서 서로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명확히 이해한 것 같지 않지만, 일단 수긍은 하였습니다.
∨ 제작하기를 고른 어린이들은 생산도구를 생산합니다. 생산도구는 생산을 원활하게 돕는 도구입니다. 예컨대, 농사짓는 사람에게는 낫, 채집하는 사람에게는 잠자리채, 사냥하는 사람에게는 창 같은. 생산도구가 있으면 아무래도 생산이 원활해 지지 않겠느냐는 안내까지만 하였습니다.
Round 1. 물물교환의 시대
생산▶교환▶식사
생산 페이즈
첫 라운드의 첫 활동은 생산입니다. 어린이들은 생산 활동을 수행합니다. 자신이 고른 주업과 부업에 따라 쌀(농사), 소(목축), 과일(채집), 물고기(사냥), 생산도구(제작)를 각각 생산합니다. 주업의 생산품은 두 개, 부업의 생산품은 하나를 생산합니다.
▷ 생산품에는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1 라운드의 생산품은 2 라운드를 마치면 자동으로 소멸합니다. 썩거나(음식) 닳아서(도구) 없어지는 셈입니다.
▷ 생산도구는 생산력을 두 배로 증가시켜 줍니다. 즉, 자신의 주업에 생산도구를 붙이면 최대 네 개까지, 부업에 생산도구를 붙이면 최대 두 개까지 생산할 수 있습니다. 생산도구는 주·부업에 각각 한 개 씩, 최대 두 개까지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웃을 만나다' - 이웃 이벤트 발생
어느 날 문득, 무슨 일에선가 살고 있는 곳으로부터 조금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나오게 되었는데, 우연히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게 됩니다. 지금의 우리 세계야 북적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치이고 부디끼는게 일상이지만, 아마도 하루 일해 하루 먹고 살던 시절에는 이웃이라는 존재가 생경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우연히 만난 사람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자신이 생산하지 못하는 무언가를 이웃이 생산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내가 생산할 수 없는 것을 구해볼까?’
▷ 이웃 범위를 설정합니다. 가까운 자리에 인접한 3~4명의 어린이들이 이웃을 이룹니다.
교환 페이즈
생산이 끝난 후, 어린이들은 이웃을 이루고 있는 모둠원들끼리 자신의 생산품을 일대일로 교환합니다.
▷ 교환이 끝나면 식사가 이루어짐을 미리 안내합니다.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생산품이 있음을 알아야 교환의 목적을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식사 페이즈
교환이 끝나면 생존을 위해 식사합니다. 주식 하나와 부식 하나를 제출하여 식사하였음을 표시합니다. 주식은 쌀, 부식은 소/과일/생선입니다.
▷ 주식과 부식을 모두 먹지 못하면 생명력 1, 둘 중 하나를 먹지 못하면 생명력 0.5를 잃습니다. 초기 생명력은 3입니다.
활동 이야기
∨ 작년에는 위와 같이 한 라운드의 활동을 마친 후, 활동사항을 기록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기록 방식으로의 거래는 부정확하기도 하였거니와 불편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활동 중간부터 생산품 종이를 활용하였는데, 올해는 처음부터 생산품 종이를 만들어 사용하였습니다.
이걸 나눠주는데 번거롭기도 하고 불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들이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생산품 종이를 주고 받기만 하면 되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 한 모둠 어린이들은 단체로 생명력을 절반씩 잃었습니다. 네 명 중 단 한 명도 농사를 짓는 일을 하는 어린이들이 없었습니다.
∨ 첫 라운드를 마친 후, 어린이들의 반응은 어마어마했습니다. '너무 재미있다'를 연발하는 어린이들도 있었고, 벌써부터 전략을 고민하는 어린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략 중 가장 흔하게 보이는 것은, 주식과 부식을 생산하는 일을 하면 게임 마칠 때까지 굶어죽지는 않겠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과연, 경제사 적으로 우리는 먹고 사는 것에만 몰두하였을까요? :)
ROUND NOTE
인류 최초의 경제활동이었을 자급자족과 물물교환을 턴제의 롤-플레잉 방식 활동으로 경험하여 보았습니다. 농경을 위해 인류가 정착하였는지, 혹은 인류 정착과 무관하게 농경이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의견이 조금씩 갈리지만, 어찌되었든 잉여생산물은 계급도 만들었으며 교환도 만들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물물교환이, 서양은 15세기까지, 우리나라는 18세기까지 주된 거래 방식이었음을 생각해 볼 때, 지금 우리가 화폐를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큰 결심이고 모험이었을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배움 후기
작년 어린이들은 일차원적인 후기 - 재미있었다 - 부터 교류, 도구, 이익, 부족 등의 후기를 남겼습니다.
올해도 활동 후 배운 내용을 적어보도록 하였습니다.
선택, 생산력 증대, 교환, 생산 전략 등의 키워드가 '재미있었다'라는 반응과 함께 드러났습니다.
아마도 어린이들은 아마도 합리적 선택과 교류의 필요성에 대한 체험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가계는 어떻게 합리적인 선택을 하며, 우리는 어떤 것들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가. 이번 시간에 어린이들과 함께 알아보고자 했던 바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