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학년 학급운영] 연재를 마치면서
에듀콜라 필진이 된 것이, 2018년 5월이었습니다. 원체 낯을 가리는 셩격인데다가, 이런저런 연구회니, 학습공동체니, 협회니 하는 곳에 적을 두는 것이 그리 마뜩찮아, 교사가 된 뒤로는 항상 혼자 공부하고 사유하며 성장해보고자 나름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동학년 영어 전담 선생님께서 에듀콜라 사이트를 추천해 주셨던 것이 2016년이었습니다. 자기 대학 선배 - 김백균 선생님 - 가 필진으로 있는 사이트라며, 한 번 필진에 도전해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더랬는데, 그 때는 그냥 흘려 들었더랬습니다.
그러다가, 처음 학교를 옮기는 시점에서, 에듀콜라가 생각이 났고, 한참 자유게시판에 이런저런 글들을 올려보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필진에 응모하고, 선정되어 에듀콜라 식구가 된지 이제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같이 근무한 선생님들 말고는 전혀 알지 못한 채로 지내다가, 이제는 에듀콜라 선생님들 바운더리에서는 조금씩 다른 선생님들, 다른 교실살이와 교육관에 대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에듀콜라 가입 전이지만, 도대영 선생님이 제 1정 연수 때 학급운영 강사로 오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황성진 선생님과는 디교 연수 및 이런저런 장소에서 만나게 되었으며, 김연민 편집장님이나 김진영 선생님, 이은진 선생님 등 에듀콜라의 산파역 선생님들과 함께, 저희 입사 동기(!)인 김은진 선생님, 박병주 선생님, 차유미 선생님, 김여진 선생님, 천상희 선생님, 좋은 배움을 주는 책을 써주신 김보법 선생님, 좋은 글을 써 주시는 서영인 선생님 외 여러 에듀콜라 선생님들.
필진이 된 후, 처음으로 완성한 시리즈가 바로 이 [6학년 학급운영] 글입니다.
원래 블로그에 두드리던 글인데, 필진이 되면서 이 곳에도 같이 옮겨오게 되었습니다. 처음 계획할 때는 12편을 써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열 편 째 쓴 후로는 더 할 이야기가 없어서, 조금 기다렸습니다. 다행히도, 경험은 사유를 낳았고, 사유는 글로 옮겨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 8월이 지나면 만 8년의 교사 생활을 하게 됩니다. 올해로 9년차. 발령난 이후로, 6학년 아닌 학년을 경험한 것은, 6학년 과학 전담으로 근무할 당시, 2학년 한 반의 안전한 생활을 맡아, 1년간 가르쳤던 그 때 뿐입니다. 모든 경험은 6학년이 시작이자 끝인, 뭐, 그렇게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교사는 아닙니다.
많은 분들이 여러 학년을 두루두루 경험해 보아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곤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였고, 한 3년 전엔가는 5학년 전담을 쓰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또 6학년을 하게 되었고, 그 해 2학년 수업을 들어가면서, '여러 학년을 두루두루 경험한다는 것'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2학년이 너무 맞지 않았습니다. 목요일 5교시 2학년 1반 안전한 생활 수업, 그 시간이 다가오면 우울해지고 밥맛도 없어지며 그 교실에 들어가는게 너무너무 싫었습니다.
한 학기를 마치고 나서야, 왜 그렇게 싫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학년 수업은 동영상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이쿠 덕택에 숨통을 틔울 수 있었습니다. 네. 1학기 때는 40분 내내 책과, 입으로만 수업을 했던 것이죠.
6학년은 그게 됩니다. 멀티미디어 자료 하나 없이, 때로는 교과용 도서를 펴지 않고, 아이들이 성취기준을 향하는 질문을 하나 던지면, 그 다음에는 아이들과 함께 배움을 향해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 수업을 몇 년 이나 하다가, 그런 수업을 할 수 없는 학년을 만나니... 알게 된 것입니다. 스타일이 다르구나.
여러 스타일을 경험하는 것, 앞으로 남은 교사 생활이 길다면 해 볼 만 하지만, 저는 이제 정년이 16년 정도 남았습니다. 만 8년이 안 되었는데, 남은 시간은 16년인 교사. 늦게 시작한 덕에, 다른 분들처럼 다양한 경험을 쌓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를 위하여 두루두루 학년을 경험하는 것일까요. 저는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6학년이 아닌 제 첫 X학년 생활에서 만날 아이들, 그 아이들은 자신들의 발달과 성장에 대한 이해도, 경험도 빈약한 교사의 좌충우돌 속에서 자신들의 즐거워야 할 학교 생활을 희생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어찌어찌 잘 풀린다고 해도, 저는 그 학년을 기껏해야 한 두 번 더 하게 될 뿐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교직 경력, 두루두루 옅게 하게 되겠지요. 그래서, 앞으로도 웬만하면 6학년 담임에 머무를 생각입니다. 잘 하는 것을, 계속 하자.
[6학년 학급운영]이라는 제목의 이 글은, 6학년 교실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초등학교 전반에 걸쳐, 이 정도를 교실에서 실천할 수 있다면 조금 낫지 않을까 싶은 이야기도 있고, 어떤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부터 중학교 아이들에게 조금 더 시의적절할만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콕 짚어서 6학년만을 타겟으로 삼고 쓴 글은.... 발달에 대해 두드린 한 두 편 정도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무탈하게 아이들과의 교실살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그래도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제 교직 생활을 보람되게 만든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나의 시리즈를 마무리 하였습니다. 다른 필진의 글과는 다르게, 저는 하나의 시리즈를 줄곧 쓰지는 않아 왔습니다. 두드리고 싶은 말이 너무너무너무 많은 까닭에, 생각날 때마다 그것들을 무시로 두드려 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 볼 요량입니다. 그리고, 제가 두드리는 많은 글들이, 아마도 [6학년 학급운영]을 위해 제 마음 속에 담아낸 제 마음가짐을 실제 교실에서 실천하는 글들일 것입니다. 앞으로도 부지런히 두드려 보겠습니다. 저는, 아직 두드릴 글이 많습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