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디지털 정책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정책의 취지나 방향은, 지식샘터의 관련 페이지 문서에서 열람할 수 있습니다.
<지식샘터 교사가 이끄는 교실혁명 관련 페이지>
문서를 읽으면서, 교육부의 취지와 방향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생각을, 오히려 조금 더 빠르게 추진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만큼 현장에 의미있는 관점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가장 크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디지털 기반 연수는 다 각자도생 격입니다. 많은 현장의 교사들이 이런저런 에듀테크를 들고 가 효과성을 언급하지만, 실은 좁고 정성적이기 때문에 이를 폭넓게 일반화할 수 있는 것인지 모호합니다. 혹시라도 모를 고소고발이라도 당할까 싶어 말을 아끼지만… 그 좋다는 상찬의 뒤로 줄줄 흐르는 문제점을 상찬 만큼이나 말할 수 있을 듯 싶습니다.
제 이런 이야기는, 에듀테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만큼 현재의 디지털 관련 역량 강화 시스템에 체계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입니다. 많은 교사들이, 여러 현장에서, 의미있고 긍정적이라는 이야기가 차곡차곡 누적되어 가며 체계적인 역량강화 시스템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
교육과정-수업-평가를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이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지금 현장에 디지털 기기가 자리잡아 가면서 디지털 원주민들을 사로잡을 다양한 배움의 방식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통의 교육과정-수업-평가를 바라보는 관점은 디지털 세계를 제대로 끌어안지 못한 채, 아날로그하던 시절의 이야기나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해는 합니다. 교육과정-수업-평가는 보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고려하고 안배해야 할 것이 한 두개가 아니니까. 그럼에도, 코로나19가 온 세상을 바꾸었음에도 불구하고, 챗GPT가 세상을 요동치게 만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아직 2015년에 개정되어 2019년에 현장에 도입된(5, 6학년군)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쓰고 있습니다.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교육과정-수업-평가의 보수성은 어떻게 디지털과 결합하여 그 완고함을 떨쳐버릴 수 있을까. 그래서 많은 분들이 디지털 도구를 교육과정-수업-평가에 반영하고 있지만, 이것이 특유의 보수성 아래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교육부의 방향은, 디지털이 교육 현장에 일상이 되어버린 이 시점에서, 디지털 기반 교육과정-수업-평가를 한데 얹어 체계화 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교실혁명 선도교사 개막식(!)에서 보여준 역량지표가, 이 시점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있는 한 걸음입니다.
<교육부의 디지털 역량 지표, 지식샘터 홈페이지>
이것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을지언정, 교육부의 취지와 방향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디지털 기반으로 교실 현장에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수업하고 평가하며 심지어는 디지털로 기록까지 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방향에 대한 체계를 수립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 늦은 감이 있습니다.
답정클릭의 시절에도, 우리 모두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걱정하였더랬습니다. 도대체 뭘 믿고 누군가 모를 사람이 단순하게 추천한 자료나 동영상을 내 수업 시간에 보여줄 수가 있는거지? 코로나19 시국을 거치면서 이런 우려와 문제는 더 커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디지털 자료를 단순 소비하던지, 디지털 도구를 능숙하게 활용하던지, 더더욱 디지털 기반의 교육은 현장을 흔들 강력한 도구가 되고 있습니다.
이를 기저에 두면서, 이번 교육부 교실혁명 선도교원 연수 과정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실혁명 선도교원 연수는, 위 교원 역량 체계를 기반으로 구성되는 연수입니다. 교원 역량 체계는 3수준 7영역 도합 21가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3수준은: 이해-활용-성찰
7영역은: 하이터치 하이테크, 윤리적 실천, 수업 전 교육맥락 분석, 수업 전 수업-평가 설계, 수업 실행, 평가 성찰, 교원 역량에 대한 메타인지적 성찰
사뭇 진일보한 역량 체계입니다. 지금까지의 여타 교원 연수들이 가진 체계는 단순하게
기본-심화
이상을 넘어가지 못했습니다. 또한 기본과 심화의 경계선도 모호하였습니다. 어디까지가 기본이고 어디서부터가 심화인가. 특히 에듀테크 관련 연수가 다 이런 식이었습니다. 기능 익히고 사례 알려주고. 따라서 그마저도 체계적이라기보다는 백화점 식이었다 여겨집니다. 주관적 판단에 근거하여 좋은 사례라고 여겨지는 것을 모아모아 제시하는 형태.
교육부는 이에서 벗어나, 디지털 역량을 전통적인 교육과정-수업-평가의 과정과 연계한 후, 이를 내용적 이해, 현장에서의 실천, 교사 학습 공동체 내에서의 성찰 수준으로 구조화하여 디지털 기반 교원 역량 체계를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역량 체계의 구축이 의미를 갖는 까닭은, 대부분의 교원 연수 체계가, 특히 디지털 연수 체계가 도구 중심, 경험 중심으로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디지털 에듀테크 도구를 분석하다보면, 이를 범주화하는데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건 플랫폼인가? 혹은 이건 저작도구인가? 같은. 그런데, 범주화가 어려운 도구의 종류를 분석함으로써 귀납적으로 위계를 정하는 교원 연수 체계가 지금까지 디지털 관련 연수의 대체적 방향이었다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런 연수 체계 안에서는 성찰의 방향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업을 어떻게 비판적으로 성찰할 것인가. 도구가 활용된 상황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기반으로 정성적으로 분류된 연수 체계 위에서, 과연 도구에 대한 성찰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말입니다.
이번 교실혁명 선도교원을 위한 교원 역량 체계는, 이러한 측면에서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수업 전반-수업 전-수업 중-수업 후'를 의미하는 '교육맥락-수업/평가 설계-수업/평가 실행-평가 성찰'을 디지털 도구의 바탕 위에서 교사로 하여금 비판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즉, 디지털 연수라기보다는, 디지털이 활용되는 상황에서 교사가 가지고 있는 교실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체계를 부여한 연수입니다.
따라서, 교실혁명 선도교원 교원 역량 체계의 핵심은, 3수준인 성찰 단계입니다. 교육부에서 인터넷에 제공하고 있는 연수 표준안에서의 성찰 단계는, 역량을 가진 교사, 디지털 도구 활용 경험이 많은 교사, 오래도록 디지털 기반에 머물러 온 교사 말고도, 저같이 평범한 교사도 충분히 교실의 교육과정-수업-평가 상황에서 사용된 디지털 도구의 활용에 대해 고민하고 성찰하며 가장 효과적이고 의미있는 활용 지점을 찾을 수 있는, 그런 교원 학습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방점이 찍힌 단계입니다. 지금까지의 디지털 기반 사례들이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긍정적인 면만 강조하는 것이었다면, 이제 디지털 기반 사례를 놓고 교사 공동체가 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메타인지적 성찰의 단계를 연수 내에 구현하였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가령,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이 오고가는데, 한 번 이 도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어 놓겠습니다.
AI 디지털교과서가 교실에서 할 역할에 대한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은, AI 보조교사, AI 튜터입니다.
우선, 수업이 시작되면,
- 교사는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학생들에게 지난 시간 배운 내용에 대한 형성평가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학생들은 지난 시간 혹은 지난 과정에 대한 형성평가를 치루게 되고, 이 과정은 실시간으로 교사에게 제공될 것입니다.
- 평가가 종료됨과 동시에 자동채점된 결과가 오답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학생에게 제공되며, 동시에 교사는 이를 대시보드 형태로 볼 수 있게 됩니다.
- 교사가 보는 대시보드는 방금 실시한 평가 관련 데이터 뿐만 아니라, 누적된 데이터와 함께 학생이 가진 강점과 약점을 모두 포함하는 대시보드입니다. 심지어는 학생의 정서 상황까지 표현될 것입니다.
이 짧은 3~5분 사이의 형성평가는 교실을 획기적으로 바꾸게 될 것입니다.
- 우선, 수업을 시작하면서 교사는 학생들의 이전 차시 도달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AI 디지털교과서의 대시보드는 이전 차시 배운 것에 대해 조금 더 디딤을 제공해야 할 학생을 명확하게 표시해 줄 것이고, 교사는 이번 차시 수업을 나가면서 해당 학생들을 조금 더 세밀하게 밀착 지도해 줄 수 있는 정보와 코스웤을 제공받게 될 것입니다.
- 혹은, 학생 전반이 지난 차시 내용을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면, 교사는 준비한 수업을 바꾸어 이전 차시를 조금 더 다루어 줄 수 있게 됩니다.
- AI 디지털교과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코스웤 혹은 프로젝트나 수업 내용을 교사에게 다양하게 제공할 것입니다. 교사는 우리 반 배움 맥락이나 수업 환경에 맞게 이를 취사선택 할 수 있으며, 이는 AI 보조교사의 도움을 받아 수업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교사의 성찰은, 위와 같은 교육부의 AI 디지털교과서 활용 수업이 목적하는 바를 잘 달성하고 있는가, 혹은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같은 메타인지적 방향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사실 우리는 도구의 효과성, 혹은 반짝거림에만 주목하고, 이 도구가 실제 우리 학생들의 배움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가에 대해서는 정성적인 판단 이상을 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이는 교사의 역량이 부족해서도, 교사 전문성이 떨어져서도 아닌, 교사가 이런 일을 체계적으로 해 나갈 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인 것입니다. 교육부가 추구하고 있는 디지털 정책은, 교실에서 디지털 기반 교육을 해 나가는 교사의 전문성이, 시스템 위에서 체계적으로 조직될 수 있도록, 그래서 교육 현장에 교사의 전문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실제 실행 단계에서는 또 다른 보완 지점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영역이 추가되거나 수준이 깊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습니까. 일단, 디지털 기반 교육 현장을 다른 방향, 의미있는 방향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프레임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의미있지 않을까요?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