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 5. 시가 주는 아름다움
교과서에서 시에 접근하는 방식이 그렇게 크게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단원의 제목은 비유적인 표현. 그렇다보니 비유에 대해서 가르치고 끝납니다. 제재 시들도 언어의 유희적 아름다움 쪽으로 조금 더 가버린 듯 합니다. 나쁘지 않지만, 좋지도 않습니다.
시를 그리 많이 읽지도, 알지도 못하지만, 시를 이렇게 흘려 보내는 것에 슬픔을 느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시가 가진 아름다움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몇 해 전, 정재찬 씨의 책인 [시를 잊은 그대에게]와 [그대를 듣는다]를 너무 재미나게 읽으면서, 주체적으로 시를 수용할 엄두를 내진 못하지만 누군가의 해석과 함께 시를 즐겁게 받아들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단원을 재구성하였습니다. 비유를 배우도록 하되, 시의 아름다움도 느끼는 경험을 줄 수 있도록 의도하였습니다.
'시란 무엇인가' - 교실 배움
첫 시간, 함께 나눈 글은 가수 아이유가 작사한 'Dear Moon' 이었습니다.
시는 자신의 일상이나 경험 속에서 찾아온 생각이나 느낌을 '상상'을 통하여 언어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권영민) 일상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가 만나지만, 그 사이를 연결하는 상상이 바로 시의 원천이 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자면, 아이유의 '디어 문'에서 달은 내 곁에서 관계 맺어가는 관계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를 뒤돌아가지만 나를 따라 오는, 내 품에 안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그래서 완벽한 모습인 듯 싶지만 얼굴에 생채기를 갖고 있는, 달. 바라볼 수도 없는 태양에 비해, 똑바로 쳐다볼 수 있을 정도의, 하지만 밝음을 가진 달은 바로, 나의 곁에서 나와 함께 길고 외로운 이 밤을 함께 지새우는 존재입니다. 일상의 존재인 달과 일상의 존재인 벗이 가진 의미를 서로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이 노랫말이야말로, 바로 시가 가진 가장 놀라운 힘을 쉽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시인 김소월의 '나 보기가 힘(力)겨워/가실 때에는/말 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와 시인 김동명의 '내 마음은 호수요/그대 노 저어 오오.'야말로 한 때 학생이었던 교사가 마음 깊이 공감한 시의 놀라운 상상의 힘입니다.
마지막으로, 유희열의 스케치북 400회 특집에서 가수 아이유가 부른 '디어문'을 함께 듣는 것으로 첫 시간의 배움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시가 가진 힘이, 노래가 가진 놀라운 힘의 원천이라는 제 생각과 함께.
함께 나눈 질문
- 이 시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 시는 무엇에 대해 말하는가?
- 내가 했던 경험에 비추어 이 시에 대해 설명해 봅시다.
- 시란 무엇일까?
'시가 주는 가치와 아름다움' - 원격 배움
지난 시간에는 '시란 무엇인가'를 배웠습니다. 시는 일상과 경험을 통해 찾아온 생각이나 느낌을 상상의 과정을 거쳐 언어로 나타내는 것이며, 나의 밤과 밤의 달을 상상의 끈으로 묶어낸 가수 아이유의 '디어 문'을 통해 이를 배웠습니다.
두 번째 시간의 제재글은, 학생이 써서 인터넷 공간에서 회자되었던 '가장 받고 싶은 상'이라는 시 였습니다.
엄마가 준비해 주는 식사를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밥상의 부재와 엄마의 부재를 연결하여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낸 이 시를 통해, 독자인 어린이들은 시를 쓴 어린이가 처한 상황과 그 때의 마음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감의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때 공감을 이루는 원천은 독자가 가진 가치관에 기인하는 바, 이와 같이 독자가 시인에게 공명하며 시인의 마음에 가 닿고, 시인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상상의 방식에 공감할 때, 독자는 시를 '아름답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함께 나눈 질문
- 이 시는 무엇에 대해 말하는가. 무엇을 말하는가. 이 시의 지은이가 처한 상황을 토대로 이야기 해 보자.
- 시를 쓴 학생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가?
- 시에 대한 느낌은?
이 날은 e학습터 화상수업 툴로 배웠습니다. 첫 원격 등교일에다가 어린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툴이다보니 제 시간에 들어오지 못한 학생들, 접속하였으나 소리가 나지 않거나 화면이 나오지 않는 학생들 등 제각기의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그래서 상황을 살펴보며 약 20여 분 정도 시를 낭송하며 대기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e학습터 화상수업의 웹링크 전달 기능을 사용하여 줌으로 옮겨 갔습니다. e학습터 화상연수 툴을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여 줌을 활용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해 보았습니다. 어린이들과 처음 하는 원격 등교, 크게 무리하지 않으면서 마음 졸이지 않고 천천히 익숙해지도록 안내하였습니다.
줌으로 옮겨간 후, 어린이들에게 화면공유를 통해 e학습터 화상수업에 접속하기 위한 여러 사항들 - 크롬에서 카메라/마이크 허용하기, 원격수업 환경설정 화면에서 카메라/마이크 허용하기, 화상수업 툴의 주요한 기능 안내하기 - 에 대해 전달한 후, 질문에 대한 생각을 제출하는 것으로 배움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시가 주는 가치와 아름다움 생각하며 시 읽기' - 원격 배움
지난 시간에는, 어린이가 쓴 시인 <가장 받고 싶은 상>을 함께 읽었습니다. 시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이는 것은 시를 쓴 이의 생각과 독자의 생각이 공명하기 때문이며, 공명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시인의 가치와 독자의 가치가 통하기 때문임을 안내하였습니다. 이번 국어 시간에는, 이를 바탕으로 시가 주는 가치와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시 한 편을 같이 감상하였습니다.
준비한 시는 시인 문현식의 <비밀번호>입니다. 처음에는 어린이 시로 알려져서 인구에 회자되었지만, 알고보니 시인은 어른이며, 심지어 저보다 한 살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일상을 잘 포착한 이 시로 인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할머니의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와 댓구를 이룬 '보 고 싶 은/할 머 니'라는 시어는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살아생전의 할머니의 흔적과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평소 일상생활에서 도어락 버튼에 대한 경험이 있는 어린이들의 청각적 경험을 되새기게 하면서, 이를 조부모와의 추억으로 연결시키는 공감의 감정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우선 시를 또박또박 낭송하여 주었습니다. 다시 한 번 낭송하여 준 후, 시를 화면에 공유하고 질문을 제시하였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해 볼 어린이를 물었는데 학년 초입인지라 아직까지 온라인 상에서는 조심스러워 합니다. 교실에서는 여럿 손을 들기도 했던 기억이 있어 너무 조바심 내지 않기로 하고는 생각을 잘 써 보자는 이야기를 건네었습니다. 어린이들의 생각은 학습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두랑에 제출 받았습니다. 올해도, 조금 힘들겠지만 가급적이면 어린이들의 생각에 일일이 피드백 해 주려고 합니다. 작년엔 너무 요령없이 했던 터라 중도에 멎었지만, 올해는 조금 힘을 빼고, 천천히 해 나가려고 합니다.
한 어린이가 '인상적인 부분'을 묻는 질문에 '공감하는 부분'도 썼는데 어떻게 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냥 두어도 좋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6학년 배움 나흘째인 어린이에게 벌써부터 엄밀함을 요구할 것까진 없습니다. 그러나 구분은 해 주었습니다. 저자나 작가의 표현이나 생각이 인상적일 수도, 색다르거나 남다르다고 느낄 수도, 새롭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것에 공감하는 것은 다른 부분이다. 새롭다고 생각했지만 내게는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라고 안내해 주었습니다. 이 부분을 1년 내내 어린이들에게 환기할 필요를 느낍니다.
함께 나눈 질문
1. 이 시는 무엇에 대해 말하는가? 무엇을 말하는가? 시를 지은 사람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헤아리며 답하여 봅시다.
2. 이 시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습니까? 그 까닭과 함께 적어보세요.
3. 이 시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그 까닭과 함께 적어보세요.
4. 첫 시간에 물었던 답을 다시 한 번 물어야 할 듯 싶습니다. 시란 무엇일까요?
지난 시간에 이어 e학습터 화상수업 툴로 시작하였습니다. 훨씬 원활하게 접속이 이루어졌습니다. 많은 학교에서, 실시간 쌍방향 원격 수업에 어려움을 겪으신다고 들은 터라 우려가 많았는데, 저희 반 어린이들은 약간 늦더라도 모두 다 접속하였습니다.
실시간 쌍방향 원격 수업에서 학생의 화면은 교사의 화면과 다름을 생각하여야 합니다. 저희 학교도 원활한 원격 수업 운영을 위해 작년에 듀얼 모니터를 갖추어 주었습니다. 교사의 화면은 크고 넓어졌지만, 집에서 배우는 어린이들의 화면은 여전히 보급형 스마트폰 안에 갇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사가 그런 부분을 인지하지 않고 그저 교사 보이는대로 화면을 제공하면 당연히 어린이들에게서 볼멘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제재글을 화면으로 보여주면서 함께, 제재글을 확인할 수 있는 웹링크도 걸어 주었습니다. 자료의 출처 페이지를 공유하면 학생이 접속하여 화면 크기를 자유롭게 조정하며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시의 표현 특성과 효과 알기' - 교실 배움
지난 시간에는 시 <비밀번호>를 읽으며 작가가 표현한 시 속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함께 공유하는 경험을 해 보았습니다. 이번 시간의 배움은 지난 시간 질문인 '시란 무엇인가요?'에 대한 한 어린이의 답으로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시가 다른 장르와 비교하여 가지는 독특한 방식은 바로, 비유입니다. 비유는 하나의 사물, 사건 혹은 생각과 사유를 다른 어떤 사물, 사건 혹은 생각과 사유와 연결함으로써, 작가로 하여금 자신의 생각을 풍부하게 펼칠 수 있도록 만들고,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경험이나 생각과 연결하여 더욱더 풍성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힘입니다. 요즘 이러한 비유의 촌철살인을 현재적인 방식으로 잘 드러내는 작가인 시인 하상욱의 시를 몇 편 같이 보면서 어린이들과 함께 비유의 힘을 함께 느껴 보았습니다.
그런 다음, 김종상 시인의 <길>이라는 작품을 함께 읽었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교과용 도서의 집필진은 어린이들로 하여금 시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도록 하려는 목적의 동시를 선별하지 않았나 싶은 느낌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비유에 대해 소개하면서도 시가 가진 리듬감이나 운율도 향유할 수 있는 시가 대체로 소개되고 있지만, 반면에 시가 주는 깊이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시들이 조금 더 깊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매년 수업 시간이 <길>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빗대어 사용하는 표현을 찾아보도록 하였습니다. 이 시에서는 길을 포도덩굴로, 집은 포도알로, 마을은 포도송이로 비유(은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상의 연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저 '길이 마을과 집들을 연결한다'고 표현한다면 '연결'이라는 단어는 그저 텍스트로만 읽힐 뿐입니다. 길을 포도덩굴로 비유함으로써 포도덩굴이 끊어질 때 연결을 잃는 포도송이와 포도알의 생명력도 다함을 실감하게 되고, 이로써 길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연결'이야말로 생명력을 가진 것임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비유가 주는 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 구구절절히 설명하지 않아도, 작가는 비유를 통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함축할 수 있고, 독자는 이를 자신의 삶과 연결하며 함축을 해석함으로써 시를 주관적으로 내면화 할 수 있게 됩니다.
시를 읽고 함께 의미를 되짚어 가면서 발표해 보도록 하였는데 발표를 아무도 하지 않아서, 배움 내용이 너무 어려웠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배움일지를 보다보니 대부분 나름대로 의미를 파악하여 자신의 생각을 적어 주었습니다.
함께 나눈 질문
- 이 시는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 이 시에 대한 느낌과 생각은?
'비유적 표현이 드러난 시 읽기' - 원격 배움
비유에 대하여 '빗대어 표현한다'고 배웠으나, 아직 비유의 방법을 배우진 않았습니다.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비유의 방법은 직유와 은유가 있으나, 이는 조금 뒤로 미루어 두었습니다.
시인 박선미의 <지금은 공사중>을 보면서 비유하는 표현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비유가 어떤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찾아보도록 하였습니다. 이 시 또한 2009 개정 교과용 도서의 국어읽기 교재에 있던 시입니다. 비유의 표현이 잘 드러나면서도 요즘 어린이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어려움을 실감하게 해 준다는 의미에서 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시입니다.
시를 함께 읽고 여섯 가지 정도의 질문을 준비하였고, 이와 같은 질문에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시를 알아가고자 하였습니다. 이 날의 배움은 e학습터 화상수업 툴을 활용하였는데, Zoom에 비해 어린이들의 발표가 소극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다른 친구들의 모습을 볼 수 없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를 읽어주고 질문을 하고 (그나마) 발표하는 어린이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무래도 제재 시를 화면에 띄워놓고 배워야 하다보니 서로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상황의 e학습터 화상수업 툴에서는 상대방이 맞은 편에 있다는 느낌이 없고 모니터에 혼자 떠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린이들도 저와 같이 느끼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오히려 발표가 더 위축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인 발표는 아쉽게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나마) 발표한 어린이들은 비유를 활용하는 까닭으로 '실감나기 때문에'라는 답을 해 주었습니다.
함께 나눈 질문
- 방금 함께 읽은 시는 무엇에 대해 말하고 있는가?
- 이 시에서는 무엇을 무엇에 빗대어 표현하고 있는가? 모두 찾아보자.
-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와 비유적 표현을 사용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을까?
- 왜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였는가?
- 비유적 표현의 효과는?
- 이 시를 읽고 난 후의 느낌과 감상
'자신의 생각과 느낌 표현하기 (1)' - 원격 배움
지난 두 시간에 걸쳐 빗대어 표현한 시 두 편을 함께 읽으면서, 비유법이 주는 효과를 이야기 나누며 시가 주는 느낌과 감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여 보았습니다.
그런 다음 비유법 중 직유와 은유에 대해 배웠습니다. 중등 과정에 올라가면 비유법으로 직유/은유 말고도 제유/환유/의인법 등 다양하게 많이 배우지만, 사실 은유와 직유만 잘 알고 있어도 빗대어 표현하는 것의 효과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e학습터 개념 동영상으로 직유와 은유에 대해 안내하였습니다. 교실 배움이나 실시간 쌍방향 배움을 이룰 때는 동영상을 잘 쓰지 않는 편인데, e학습터 개념 동영상에 대해서는 각별한 마음을 갖고 있는 편입니다. 플래시 기반의 사이버학습에서 클립형 개념 동영상 기반의 e학습터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다양하게 참여하였기 때문입니다. 실제 3·4학년군 국어 교과의 개념 동영상과 5·6학년군 수학 교과 개념 동영상의 검토에 참여하며 제작에 기여하였기 때문에, 지금같은 시국에서 조금이라도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설명할 수 있지만, e학습터 개념 동영상에 설명을 맡겼습니다.
다양한 예시를 가미한 직유와 은유의 설명을 함께한 후, 어린이들은 비유적 표현에 대해 e학습터 화상수업 퀴즈 기능을 활용하여 답해 보았습니다. e학습터 화상수업 퀴즈 기능은 아쉽게도 저장이 되지 않습니다. 일일이 스크린샷 찍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불편합니다. 관리도 힘들고... e학습터 화상수업 툴에서 딱 두 가지만 고치면 좋을 것 같아요. 굳이 발표하기 기능을 두지 않고 Zoom 처럼 해도 좋을 것 같고, 퀴즈 기능은 저장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무튼 저장이 힘들더라도, 발표하기 꺼리는 어린이들의 생각을 들을 수도 있고, 또 수업 참여도를 체크할 수도 있으며, 만드는 것도 그리 힘들지 않은 터라, 자주 활용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이 각각의 퀴즈에 응답한 것을 하나하나 읽어주며 넓고 희미하게 형성되어있는 개념과 의미를 좁혀주었습니다. 그런 다음 수업을 마치면서 위두랑에 질문에 대한 생각을 두드려 보도록 하였습니다.
함께 나눈 질문
- 비유법 중 직유와 은유에 대해 정리하여 제출합시다.
- 나를 빗대어 표현한 구나 문장을 제출합시다.
- 내 주변 사람을 빗대어 표현한 구나 문장을 제출합시다.
- 내 경험을 빗대어 표현한 구나 문장을 제출합시다.
- 자유롭게 빗대어 표현해 봅시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 표현하기 (2)' - 교실 배움
지난 시간 배움에 이어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여 표현'하는 활동을 수행하였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원격 등교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배운 바 있습니다. 이 때 어린이들이 온라인 클래스에 제출한 표현들을 다시 한 번 보면서 직유와 은유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하고, 조금 더 넓게 배웠습니다.
그런 다음 어린이들과 함께 했던 것은, 자신이 생각하는 '하나'가 가진 특성을 마인드맵으로 확장하여 나가면서 그 하나를 빗대어 다른 '하나'로 표현하는 활동이었습니다. 어떤 '하나'를 고를지에 대해서는 자유도를 두었습니다. 사물일 수도 있고 사건일 수도 있으며, 생각이나 느낌 혹은 감정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소재의 자유로움을 느끼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가만 보니 교과용 도서 44~45쪽의 활동과 닮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차라리 드는 생각이 교과용 도서 44~45쪽 활동을 먼저 한 후 이와 같이 자유도 있는 활동을 했어야 하지 않는가, 라는 아쉬움이었습니다.
정해준 주제나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소재의 자유도를 확보하고 싶은 이유는, 어린이들의 현재 관심사가 비유적 표현을 통해 드러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한 편, 다른 '하나'로 빗대어 표현하는 것은 교과용 도서와는 다른 방식이기도 합니다.
여하튼 어린이들의 배움 결과물을 보니 교사의 배움 운영에 대한 안내가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듯 합니다. '하나'를 정해 그에 대하여 확장적인 사고를 펼쳐본 후 이를 다른 '하나'로 빗대어 표현한 어린이는 극소수에 불과하였습니다.
나머지 어린이들은 빗대어 표현함의 배움 목표에 다다르지 못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였습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다음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이 날의 과정을 다음 시간에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고민하기에는,
1. 교과용 도서 44~45쪽의 활동을 하면서 '봄'을 다른 어떤 '하나'로 빗대어 표현해보기
2. 자신이 생각하는 '하나'에 대한 확산적 사고 과정 - 마인드맵 - 을 통해 이를 아우를 수 있는 하나의 개념 떠올리기
3. 시 쓰기
의 형태로 배움을 보완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올해에는 2-1-3의 순서로 하였지만 말입니다.
아직까지 많은 어린이가 시가 가진 아름다움에 가 닿지는 못하는 듯 했지만, 그래도 시 수업과 함께 시와 조금 더 가까와진 친구들이 있어 다행입니다.
'시집 읽고 느낌이나 생각이 잘 표현된 시 찾기 (1), (2)' - 교실 배움
시집 [까불고 싶은 날]을 함께 읽었습니다. 시가 주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역시 시집을 한 권 읽어보는 것이 아닐까 싶어서 어린이들과 올해의 첫 '온책읽기'를 수행하였습니다.
확실히 어린이들은 시집을 읽어내는 것을 그렇게 쉬워하진 않습니다. 시가 주는 아름다움에 대해 배우고, 그렇게 시인과 공명할 수 있는 몇 편의 시를 함께 읽어보았지만, 시집을 읽어 본 경험 자체가 많지 않은 어린이들로써는 너무 쉽게 읽히거나 혹은 너무 막연하게 읽히는 경우가 대부분인 듯 싶어 아쉽습니다.
게다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지어진 시가 아닌, 어른들에 의해서 씌여진 시는 분명한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어린이들이 세상과 주변과 자신을 보고 읊조리는 것과는 다르게, 이미 어른의 경험과 시선으로 정돈된 상상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지금 제게 필요한 것은,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시집입니다. 학급 문집 같은, 모두의 업적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책 말고, 어린이의 경험과 시선으로 벼려진 최고의 글들을 모은 그런 시집이 필요합니다. 저도 꾸준히 그런 시들을 모아보고자 합니다. 저희 반 어린이들에게서나 혹은 인터넷 서핑 중에 건질 수 있는 그런 시들 말입니다.
뭐, 그렇더라도, 어른들도 시 읽기를 즐기거나 능숙하게 받아들이진 않습니다. 어찌되었든, 시라는 장르는 편하게 맞닥뜨릴 수 있진 않습니다. 작가가 직조한 현상의 씨줄과 상상의 날줄이 어떻게 조화롭게 어울리는지 발견하는 몫은 독자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벌거벗은 임금님의 보이지 않는 옷을 앞에 두고 그 색과 형, 디자인에 대해 말해야 하는 것같은 고통스러움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쓰여진 시가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집을 읽고 감상하는 활동을 수행한 후 물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써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4분의 3 가량의 어린이들이 네 질문 중 하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였습니다. 물론 다들 적어 내었기 때문에 발표하지 않아도 담임 교사는 어린이들의 생각을 읽어보고 잘 갈무리 해 볼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함께 나눈 질문
- 가장 공감이 되는 시
- 비유적 표현이 가장 잘 드러났다고 생각하는 시
- 시의 다른 특징(노래부르는 듯한 시, 그림이 그려지는 듯한 시)이 잘 드러나는 시
-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시
'자신의 생각과 느낌이 드러나는 시 쓰기 (1), (2), (3)' - 교실 배움
국어 1단원의 마지막 활동은 시쓰고 낭송하기 활동이었습니다. 시를 쓰고 시화로 꾸미며, 이를 돌아가며 낭송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앞서 두드렸던 것처럼 이번 학기 처음으로 국어 교과용 도서를 열었습니다. 교과서 44쪽에는 봄이 되면 떠오르는 것을 마인드맵 형식으로 쓰도록 안내되어 있습니다. 시간을 주고 한 번 생각을 펼쳐보도록 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대신, 봄 말고 다른 소재를 꺼내어들고 싶은 어린이는 배움일지에 교과용 도서의 마인드맵 활동을 해 보도록 안내하였습니다. 지난 시간 활동의 아쉬움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물론 지난 시간에는 원관념에 대한 보조관념을 수립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면, 이번 시간에는 확산적 사고를 통해 소재를 정해가도록 한 차이가 있습니다. 교과용 도서의 편제를 따라 간 것인데요. 두 활동 중 제약이 있는 활동인 44~45쪽을 앞에 두면서 보조관념을 확실히 포착하게 하는 활동을 지난 시간에 하고, 지난 시간에 했던 활동에서 보조관념을 수립하도록 하는 활동을 제하고 이번 시간에 했었으면 조금 더 매끄러운 흐름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위 활동 후에 교과서 44쪽 2번과 45쪽 3번을 통해 새롭게 만나게 된 대상을 토대로 원관념과 보조관념을 조금 더 촘촘하게 연결해 본 후, 이를 바탕으로 시를 쓰고 시화를 만들어 보도록 하였습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자칫하면 시화에 너무 큰 에너지를 쏟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림은 시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보조수단일 뿐, 시화의 본질은 아닙니다. 그러나 간혹, 아름답게, 를 외치며 어린이들에게 부가적인 스트레스를 줄 때도 있습니다. 전혀 그럴 필요 없습니다. 시가 시 답게 쓰여질 수 있도록 하면 될 일인데 굳이 뒷판을 꾸미겠다고 아름다운 그림을 강조할 경우 이는 주객이 전도될 뿐입니다. 미술 활동은 미술 시간에.
더하여, 평가 기준도 세워보도록 하였습니다. 평가 기준은 '이번 단원에서 중요하게 배운 것들'로 안내하였습니다. 평가 기준을 세우는 것을 보면, 이번 단원에서 어떤 것을 중요하게 배웠다고 생각하는지 어린이들의 배움 도달점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매년 사용하는 방법으로, 어린이들이 배움에 집중하게 만들며, 동료평가 결과물로 삼기도 합니다.
평가 기준을 살펴보았을 때, 비유 또는 공감에 대한 기준을 세운 어린이들이 많았습니다. 막연하게 내용을 기준으로 제시한 어린이들도 있었는데, 다시 한 번 배움을 확인하며 우리가 배운 내용을 확인하여 줄 생각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잘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학년 초, 잘 못 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졸업까지 많은 시간이 남았으니 성장에 대해 그렇게 크게 안달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런 다음 낭송하였습니다. 낭송은 말하기 활동의 일부분으로 이런저런 강조지점이 있지만, 올해 첫 발표자리이니까 이번에는 그저 하는 것을 의의로 두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재작년 -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휴업 및 학사일정 단축운영 등으로 이와 같이 과정을 운영하지 못하였습니다 - 보다 전반적으로 어린이들의 목소리가 많이 들어갔습니다. 재작년에는 형식을 모작하는 - 예컨대, 앞서 배웠던 '지금은 공사중' 시의 형식에서 단어만 바꾸어 쓰는 등의 - 경우가 몇 경우 있기도 하고, 비유적인 표현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어린이들도 적지 않았는데, 올해는 전반적으로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한 시를 적절하게 썼습니다.
아래는 제가 생각하는 저희 반의 베스트.
모두들 배움을 담아 잘 써 주었습니다. 잘 못 써도 괜찮습니다. 천천히 어린이들의 수준을 높여 갈 생각이라, 그렇게 크게 안달하는 마음 갖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첫 단원을 재구성하여 마치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어린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담은 시를 잘 써 내려갔는데 이것이 자연스럽게 배움을 이어간 결과라는 점입니다. 교사가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억지로 첨삭하거나 일일이 코멘트하지 않았는데, 그저 배움을 구성한 것을 흘려 보냈을 뿐인데, 읽을만한 글들이 나온 것이 의미있다 생각합니다.
기껏 배움을 구성하고 나중에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교사가 억지로 성취를 목적할 때가 얼마나 많습니까. 저도 그랬고, 그러다보니 마지막 순간에는 자꾸 정리하고 주입하고 강조하는 일방향적인 전달이 많아졌던 씁쓸한 기억이 있는데, 이번 해에는 '오, 잘 했는데?', '흐음... 좋았어!' 같은 말 말고는 할 이야기가 별로 없었습니다.
배움의 과정이 단단할 때, 어린이들이 배움의 과정을 따라가며 스스로 배움을 만들어가게 되며 이것이 결과로 드러난다는 것을 실감하였던 배움이 된 것이 가장 좋았습니다.
위 과정은 다른 선생님들도 쉽게 하실 수 있는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음에 드는 제재글 또는 함께 읽고 싶은 시집을 고른 후 위 과정의 제재글 또는 시집과 바꾸어 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모듈형 배움 과정으로, 일관된 흐름을 통해 성취기준 상의 일정 성취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교과 내 교육과정 재구성을 하는 것이 제 목표이며, 위 과정은 이것이 나름 잘 구성된 과정이라는 생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