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이야기 1. 어휴...
KimTea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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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03 21:31
어휴...
그 해 아이 중에 제가 떠 맡다시피 한 아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1학년 때부터 유명한 아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도 그 전해에 그 아이와 겪었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 이 아이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었습니다.
학교 건물 5층에 6학년 교실과 다목적실이 함께 있어, 다목적실을 사용해야하는 아이들이 5층 복도를 지나가곤 하였습니다. 수업이 시작한 직후인데, 그렇게 복도를 지나서 다목적실로 향하던 5학년 아이 중 하나가 복도 끝 저쪽 계단에서부터 아주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복도를 따라 이 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 소리를 들으시던 동학년 선생님께서 교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오셔서, 그 아이를 불러 세웠습니다. 그러시고는 친절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6학년 형, 누나들 수업하고 있는데 이렇게 시끄럽게 복도를 지나가면 수업에 방해가 되겠니, 안 되겠니.'
'안돼요.'
마침 연구실에서 있던 저 또한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바깥에 나온 찰나였는데, 그 아이의 대답에 경력이 이십 수년 되신 능숙하신 선생님께서 당황하신 모습을 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 그 당황을 담아 다시 물으셨습니다.
'지금 뭐라고 이야기했는지 다시 얘기해 보겠니?'
그 아이는 선생님을 향해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는,
'싫어요.'
무미건조하고 약간은 날선 목소리로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까지 듣고는, 제가 나섰습니다.
'뭐라고?'
거기서부터 시작하여, 약간은 아이를 내려다보는 모양새가 되어 아이에게 조금 언성을 높이면서, 다른 교실 수업을 배려해야하는 이유에 대해서 하나하나 세심하고 집요하게 알려줄 기회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을 시간이 있었습니다. 문 보다는 창문으로 다니던 아이, 3학년 때인가는 선생님에게 욕설을 하였다는 이야기 등등.
그리고는 그 다음 해, 그 아이 담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너무 편하게 하였습니다. 듣던 것과는 꽤 달랐거든요.
수업 시간에 나오는 반응이 조금 낮설긴 하였지만, 아이의 반응은 다른 아이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영리한 구석도 있고, 다른 아이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혹은 스스로를 불편하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욱하는 것은 있었습니다. 다른 반으로 동아리 활동을 갈 때가 있었는데, 아이가 활동지에 초성으로 선생님 욕을 하나 가득 쓴 것을 그 반 선생님이 가지고 와서는 '어떻게 할까요?'라고 하시길래, 둘 다 각자 한 마디씩 하기로 한 것이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이고, 그러고는 가끔 욱해서 조금 다투는 적은 있었지만, 제게는, 혹은 제 교실에서 제가 보는 때에는 그런 것이 없었습니다.
졸업하고도 친구 한 명과 두 번, 찾아와서는 별 말도 없이 담임 좋아하는 콜라 하나 사가지고 와서는, 제가 묻는 말에만 단답형으로 대답하면서, 약간은 쑥스러운 듯 그렇게 본 기억이 있습니다.
평범한 모습으로, 제게는 약간은 단답형으로 묻는 말에만, 욱하는 적이 있어도 불러 이야기하면 알아듣고, 고치고, 잘 하는, 영리하고 똑똑한 그런 아이로 함께 지냈습니다.
그리고 그 어머니께서 학부모 상담을 한 번 오셨더랬습니다.
아이의 학부모 공개수업을 참관하면서, 왜 자기 아이는 이렇게 산만한지 모르겠다, 선생님 수업에 도통 집중을 못하는 모습이 아쉽다, 선생님께서 아이의 수업 집중력을 위해서 조금 단호하게 아이에게 한 마디 해 주셔라,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다가.
아이가 겪었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부터 산만함 때문에 여러 가지 트러블이 있었다, 그래서 4학년 때는 ADHD 약도 먹다가 한 학기만에 끊었다, 엄마아빠가 맞벌이 하니까 아이가 집에서 혼자 있으면서 핸드폰을 너무 많이한다, 중학교 생활을 잘 해 낼지 걱정이다, 대안학교를 가면 아이가 잘 적응해서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 듯도 싶어서 그것도 걱정이다, 등등등. 어머니의 이런저런 말을 들으면서, 아이가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받는 성격이기도 하고, 예민하고 어려운 성격인데 그것을 주변에서 받아주지 못했고 그런 부분이 부모님에게도 그대로 전가되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이런저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요즘 아이의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 학교 외부에서도 다양한 기회가 있기도 하고, 이렇게저렇게 놀이 센터 같은 곳에서 아이가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있으니, 한 번 알아보시면 어떠시겠냐는 말씀.
제 말씀을 들으신 어머니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 해 봤죠...
어머니의 표정은, 학교에서 이런저런 말을 듣는 부모가 도대체 얼마나 이런저런 노력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교사가 도통 모르는구나, 라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의 자녀를 위한 다양한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또 한동안 들었습니다. 그 때 제 심정은 어휴... 다 해 보신 어머니 앞에서 왜 그런 말을 했을까...
6학년을 7년간 하면서 흔히 말하는 말썽꾸러기 아이들을 많이 보고 많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런 아이들 중에 나쁜 마음을 먹고 있는 아이들도 있지만, 늦된 아이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흔히 말하는 장난꾸러기 아이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예민함이 떨어지는 아이들. 특히 남자 아이들. 그러나 그 아이들의 행동도 다른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고 속상하게 만들고 짜증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부모에게 어떻게 전달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교사에게도, 혹은 학부모에게도 아직은 깊은 이해와 고민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같은 해, 다른 아이 어머니와의 상담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 어머니는 벌써 들어오실 때부터 안색이 어두우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담임을 뵙기를 조금 조심하신다는 느낌.
자리로 모시고, 의례적인 말씀을 조금 나눈 뒤에, 어머니께서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저희 아이가 학교에서 좀 어떤가요? 혹시 문제는 없나요?'
'어머니, 아이가 많이 까불고 아주 시끄럽습니다.'
어머니 안색이 아주 힘들어지시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바로 이어 말씀드렸습니다.
'뭐, 어떻습니까. 6학년 남자 아이들이 까불고 수업 시간에 시끄럽고 소란스럽고 그러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초등학교 6학년 남자 아이가, 교실에서 조용하게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그게 아이가 어디 아프다는 의미죠. 저는 괜찮습니다. 아이가 그렇게 활기차게 좀 떠들고 시끄럽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수업 시간에 너무 심한 정도라고 생각한다면, 제가 알아서 잡아 나가겠습니다. 어머님께서 제가 아이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 없이 그럴 것이라고 믿어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이가 다치거나 해서 집에 연락드릴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서는 따로 전화드리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집에 오면 그저 잘했다 칭찬해 주시고, 안아 주시고, 사랑해 주세요. 학교에서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어머니께서 제 말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정말 펑펑 우셨습니다. 휴지 건네어드리고 좀 진정하신 다음에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지금까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학부모 상담에 왔는데 이렇게 말씀해주시는 선생님은 처음이십니다. 그저 아이가 버릇 없으니 집에서 가정 교육을 시키시라, 아이가 너무 방해가 되니 집에서 좀 잡아서 보내시라, 이런 말씀만 들었지, 선생님처럼 알아서 해 주시겠다고 말씀하시는 분은 처음 뵙습니다. 그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너무 편안해집니다. 아이를 믿고 맡길테니, 버릇없이 굴면 단호하게 야단쳐주시고 때려서라도 가르쳐 주세요.'
'어머니, 때리면 안되죠. 그냥 그럴 때는 단호하게 잘 이야기해서 알아듣게 설명하고 잘 지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친구들을 힘들게 하고, 피해를 입히고, 어렵게 만드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 중에는 의도적으로, 혹은 비의도적으로 그렇게 행동하기도 합니다.
그런 자녀를 둔 학부모님 중에서도, 그런 자녀의 모습에 의한 태도가 둘로 나뉘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학부모님은 자녀의 모습 때문에 이런저런 일들을 해보시기도 합니다. 치료도 해보시고, 센터도 다녀보시고, 이런저런 상담도 받아보시고 하시는데, 개인적으로는 근본적인 방법은 되기 어렵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 자신의 자녀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아이의 말과, 교사의 전언 뿐이죠.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없는 학부모에게 아이의 문제를 명확하게 전달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그저 잠깐 만나뵙는 시간에 짧게 전달하는 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문제 행동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그저 방치할 수도 없습니다. 학부모께서는 자녀의 담임 교사가 자신의 자녀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최적의 조언과 격려를 하고 있다는 것을 믿고 맡겨주셔야 할 것입니다. 교사는 학급 경영에 대하여 학부모께서 그 교육철학과 방향성에 공감하지는 못할지언정 이해는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그 변화는 한 쪽에서만 일어나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어른을 향해 달려가는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돕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아에드 인 마이오렘 델 글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