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선하다 #9. flex 하고 싶은 딸(청소년 체크카드 만들기)
언젠가 아이들이 편의점에서 교통카드로 간식 사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소 충격적이었다.
엄마한테 충전해달라 하고 몰래몰래 쓰는 것도 그렇고, 이제 아이들도 카드를 갖고 다닌다는 사실 때문에도 그랬다.
그런데 작년.
아예 체크카드를 들고 다니는 아이가 있었다.
부모님 카드냐 물었더니, 자기 카드라고 했다.
신기하기도 했고, 우리 딸 아이에게도 하나 만들어주면 편리하겠다 생각했다.
그리고는 또 금세 잊어버렸다.
얼마 전, 온라인 수업 날이라 집에 있던 딸 아이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어디서 찾았는지 청소년 체크카드를 만들 수 있다며, 자기도 그것 좀 만들어 달라고 했다.
다가오는 내 생일에 깜짝 선물해주고 싶은데 매번 나에게 부탁해 주문할 수밖에 없어 김이 샌다는 논리였다.
체크카드 만들러 가자고 보채면 한 소리 들을 게 뻔하니, 내 생일 핑계를 대는 것 같았지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생일 선물 사주겠다니 고맙다고 시간 내서 가보자고 했다.
우리 딸은 한번 꽂히면 그게 자기 것이 될 때까지 집요하게 사람을 괴롭힌다.
그림 그리기 좋다는 핑계로 아이패드를 살 때도 그랬고, 아무튼 매번 그랬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때 문 여는 은행이 있다더라.’부터 시작해 하루에도 몇 번씩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그 소리가 더 듣기 싫어 결국 체크카드 얘기가 나오고 일주일도 안 돼 은행에 갔다.
은행에서 나오며 멋지게 레모네이드 결제할 꿈을 꾸며 말이다.
1시간가량 기다려 드디어 자기 이름으로 된 체크카드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딸내미.
하지만 아쉽게도 집에 가며 엄마 보란 듯이 카페에서 결제는 하지 못 했다.
후불 교통카드 기능을 넣으면 은행에서 바로 만들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엄마 생일 선물이라고 멋지게 flex 하지도 못하게 생겼다.
만 14세 전까지는 하루에 3만 원, 한 번에 3만 원, 한 달에 30만 원까지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딸내미는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자기가 만 14세가 되는 그날, 모든 한도를 최대로 바꿀 거라고 선언했다.
청소년 체크카드 만들기(K 은행)
1. 필요 서류를 가지고 은행을 방문합니다.
- 법정대리인 신분증, 도장, 기본증명서(상세 또는 특정, 3개월 이내), 가족관계증명서(미성년자 본인 또는 내점한 대리인 명의)
2. 미성년 자녀 명의 통장이 있으면 바로 연결 가능합니다. 원래 있던 통장을 두고 다른 통장을 개설하는 건 안 된다고 합니다. 용돈 통장을 따로 만들어 체크카드와 연동하고 싶으면 원래 쓰는 통장과 다른 은행으로 가야할 것 같습니다.
3. 후불 교통카드 기능을 안 넣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발급할 수 있고, 교통카드 기능을 넣으면 집으로 배송됩니다.
4. 만 14세 전후로 한도가 달라집니다. 만 12세인 딸 아이는 1회 및 1일 한도 3만원, 1개월 한도 30만 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