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6부장 #7. 졸업식이 끝인 줄 알았지?
1. 방학 중 중입 배정 업무
교육청은 그럴 수밖에 없는 건지, 아니면 통상적으로 그리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중학교 배정 관련 업무를 겨울 방학 중에 처리하도록 합니다.
1월 초에도 보고해야 하는 공문이 있고(배정 제외자 명단), 중간중간 보내라는 것이 좀 있어요.
방학은 휴가가 아니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것 같습니다.
저는 꼼꼼하지 못한 사람이라 이번에 아주 큰 실수를 했습니다.
올해는 각종 통계표를 파일로 보내라고 해서 보내고는 도장 찍은 서류를 폐기했나 봐요.
나중에 수정사항이 생기면 그 출력물에 바로 수정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서류를 소중히 다루지 않은 제 잘못입니다.
4년째 하는 일인데도 1년 만에 하니 늘 헷갈립니다.
2. 중학교 배정
중학교 배정도 방학 마지막 날 나왔어요.
교무실로 전화가 빗발쳤다고 합니다.
개학하고 1교시 되자마자 통지서를 나눠주고 집에 전화 드리도록 했지요.
통지서는 중학교에 반드시 갖다 내야 하는데, 그래야 그 학교에 등록하는 것으로 체크합니다.
통지서를 내지 않으면 초등학교로 득달같이 연락이 옵니다.
6학년 부장은 통지서를 배부한 후, 타 지역 전출 등으로 통지서 미등록 학생 명단을 교육청과 해당 중학교에 알려 주어야 합니다.
3. 졸업식
2월 6학년 부장 업무의 핵심은 졸업식이지요.
교무부장님이 주도적으로 해주면 괜찮은데, 자꾸 6학년 부장에게 일이 떠밀려 오면 정말 정신없습니다.
우리 학교 같은 경우, 졸업업무 협의회는 12월 중순에 마치고, 겨울방학 개학과 동시에 졸업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우선 졸업장과 기념품을 주문합니다.
4년째 같은 업체에서 하니 좋은 점은 학교 전경이니 교장 선생님 싸인이니 이런 것들을 일일이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우리 학교는 매년 영문 졸업장과 도장, 하드 케이스로 준비합니다.
졸업앨범도 체크해야 합니다.
방학 중에 배달된 졸업앨범에 오탈자는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졸업식 날까지 신선하게(?) 보관합니다.
그리고 앨범업체에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지출 품의도 올려야 하지요.
졸업식을 위해서는 6학년 각반 아이들 자축 영상도 촬영해야 하고, 개인 특별상도 기안해야 하고, 교무실과 협의해서 포토존 설치 여부도 파악해야 합니다.
가정통신문도 만들고, 안내장 내용도 교무부장님과 협의해야 합니다.
졸업식 식순도 점검해야 하고, 예행연습도 해야 하지요.
졸업식 당일은 교장실 사전 시상 준비, 식장 점검, 영상 점검, 지휘 및 시상 보조 체크 등을 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 모든 것을 생략하게 되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학부모님은 학교 건물 출입을 금하고 아이들은 교실에서 방송으로 졸업식을 진행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업무가 줄어서 좋긴 한데, 아이들은 참 안 됐습니다.
평생 한 번 하는 초등학교 졸업식인데 말입니다.
5.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닌...
졸업식이 간단해져서 업무가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복병이 있었습니다.
학년 교육과정을 정돈해서 다음 사람에게 인수인계해야 합니다.
그런데 학년 교육과정 담당 선생님이 휴직해서 올해는 혼자서 학년 교육과정을 모두 짜야합니다.
작년에도 마지막 편집은 스스로 했지만, 혼자 하려니 실수할 것 같고 두렵습니다.
그래도 학년 교육과정 기본 틀을 잘 짜서 다음 부장에게 넘겨야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제가 만들어서 저에게 넘겨야 하네요.
6학년 부장을 때려치우기로 했다는 결심은 산산조각나고 말았습니다.
3월에 덜 고생하려면 2월에는 학년 교육과정에 영혼을 갈아 넣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