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6부장 #5. 졸업앨범
소규모 테마형 교육 여행과 마찬가지로 졸업앨범도 1년을 두고 이어지는 업무입니다.
1. 졸업앨범 업체 선정
졸업앨범 업체 선정위원회.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일입니다.
회의에는 교감 선생님, 6학년 담임 교사, 학부모 2~3분 정도 참석합니다.
먼저, 최근 3년 정도 앨범을 모아놓고, 각 앨범의 장단점을 살핍니다.
올해 앨범 제작 선정 방향을 의논하여 협의록을 작성합니다.
작년 기준으로 제작 계획서를 만들어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에 안건으로 제출합니다.
학운위에서 통과되면, 행정실에서 계획서를 토대로 계약을 진행합니다.
업체 선정 시, 우리 학교는 나라장터를 이용합니다.
앨범사들이 알아서 맡을 학교를 정해준다고 합니다. (정확한 방식은 저도 잘...)
몇 년째 같은 업체와 계약하게 되는 것으로 봐서 그렇게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학교가 마음대로 선정하는 것이 아니고 나라장터를 거치기 때문에 문제는 없습니다.
올해 협의회 때 있었던 일입니다.
작년에는 교육여행 단체 사진 대신 실내에서 찍은 사진을 넣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흰 배경을 두고 학교에서 촬영했습니다.
그 사진을 보신 학부모님 한 분이 반별 단체 사진을 교실에서 찍었으면 하셨습니다.
게시판이 배경이 되면 어지러울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찍어는 보셨어요?”라고 하셨습니다.
“4년째 6학년 부장입니다.” 했더니 아무 말씀 안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학부모님 의견이라 그대로 앨범사에 전달했습니다.
가능하다고 하셔서 올해 각 반 첫 페이지 단체 사진은 교실 게시판을 배경으로 찍게 될 것 같습니다.
작년 회의 때 교장 선생님이 전 교직원 사진을 맨 뒤로 보냈으면 하셨습니다.
앨범 주인공은 아이들이라고 하시면서요.
그 의견을 반영해 작년부터 교장, 교감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교직원 사진이 아이들 사진 뒤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교직원 단체 사진 촬영도 없앴습니다.
운동장에 책상, 의자 놓고 몇 번이나 모이라고 방송해서 겨우겨우 찍던 단체 사진은 추억 속으로....
2. 학사 일정 공유
업체가 선정되면 행정실에서 계약을 해 주시고, 학사 일정 공유 때문에 6학년 부장을 찾아오십니다.
학사력이 있으면 그것을 드리는 게 제일 좋습니다.
학교 행사, 학년 행사를 체크하신 후, 사전에 연락을 주십니다.
예전에 체육대회 날짜가 바뀐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깜빡하고 앨범사에 연락을 안 드려서 한바탕 난리 난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사진 기사님을 빨리 보내주셔서 무사히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행사 날짜나 시간이 바뀌면 앨범사에 연락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3. 졸업앨범 촬영
1학기 중에 졸업앨범 촬영 날짜 조율을 위해 업체에서 연락하십니다.
우리 학교는 계속 6월 말경 촬영했습니다.
날짜가 정해지면 동학년 선생님들께 알리고, 아이들에게 바로 알려주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아이들 개인 사진뿐만 아니라, 반 전체와 소그룹 사진도 찍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날 결석해 버리면 재촬영 시기에 다른 아이들까지 다시 한번 고생해야 합니다.
아니면 ‘합성’이라는 변을 당하게 됩니다.
아이들이 실내 프로필, 나이스 사진, 야외 프로필, 소그룹 사진, 단체 사진 등 많은 사진을 이틀 만에 다 찍어야 합니다.
모든 페이지에 똑같은 옷으로 등장하지 않으려면 안내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 남방 안에 티셔츠 입고 와서 셔츠 입고 찍고 벗고 찍으라고 미리 팁을 줍니다.
사실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어도 됩니다.
어쨌든 조금 다른 옷으로 찍을 수 있도록 알려주면 좋습니다.
예전에는 아이들 촬영 날 교직원 사진도 찍었습니다.
그런데 6월이라 정장 입기에 덥다는 의견이 있어 교직원은 가을 재촬영 때 찍기로 했습니다.
4. 재촬영 및 교직원 촬영
촬영과 보정 작업이 끝나면 메일로 파일을 보내줍니다.
각 반 선생님께 보내드리고 눈 감은 아이, 안경이 눈을 가린 아이,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아이 등 재촬영 대상자를 파악해 명단을 보냅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꼭 “이상하게 나왔어요.”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너가 이렇게 생겼어.”라고 말해줍니다.
아이 중에 심각하게 재촬영을 요구하는 아이는 들어줍니다.
전학생을 비롯해 사진을 못 찍거나 다시 찍어야 하는 아이는 재촬영 때 모두 촬영하면 됩니다.
다만, 사진 찍는 계절이 달라서 혼자만 옷이 두껍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교직원 촬영도 미리 공지해야 합니다.
꼭 정장을 입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선생님들 모두 잘 나오길 바라십니다.
요즘은 앨범을 선생님들에게 공짜로 주지 않는데 참 신기합니다.
저 역시도 앨범 사진에 이상하게 집착하게 됩니다.
5. 앨범 검수
재촬영까지 끝나면 앨범 인쇄 전에 학교로 초안을 가져다줍니다.
각 반 담임, 교감, 교장 선생님 결재를 받아야 합니다.
담임 선생님은 아이들 사진, 이름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이름이 잘못 인쇄된 아이도 있었고, 같은 아이 사진이 두 개 들어간 경우도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우리 학교 영어 이름이 잘못 나와서 수정했는데, 인쇄가 끝난 후 교가에서 오타를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일일이 스티커를 다시 붙여야 합니다.
아이들 사진이나 이름을 확인할 때는 아이들이 직접 나와서 자기 사진을 점검하도록 하는 게 좋습니다.
6. 수납
촬영, 재촬영, 또 재촬영, 앨범 검수, 다시 검수 이 모든 과정이 끝나면 졸업식입니다.
겨울 방학 전후로 최종 구매 인원을 파악해 수납 요구하면 됩니다.
한 번씩 친구들 얼굴이 보고 싶어 펼쳐보게 되는 졸업앨범이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큰 노력이 필요한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습니다.
6학년 아이들 졸업 시키면서 한 권씩 받았던 앨범을 이제는 직접 돈 주고 사야만 하는 현실은 조금 씁쓸합니다.
이제 2주 후에 올해 아이들 졸업앨범 사진을 찍습니다.
3월 초, 서로 어색했던 첫 만남이 바로 어제 같은데 졸업앨범 촬영한다고 하면 매년 기분이 이상합니다.
올해도 아이들 예쁘게 잘 촬영할 수 있도록 매니저 역할을 자처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