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개엄마가 되었나] #1. 반려동물? 절대 안 돼!
꿈틀거리는 뭔가가 나에게 안기는 것을 싫어한다. 사람만 빼고. 어릴 적, 땅따먹기하고 있는데 엄청나게 큰 개가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기겁해서 집으로 도망갔다. 개가 무서워진 게 그날 이후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일단 강아지도 싫었다.
어느 날, 남동생이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 왔다. 삐약거리며 돌아다니는 게 귀여웠지만 늘 멀리서 지켜봤다. 걔가 커서 닭이 되기 직전이었는데, 그때는 나한테 달려오면 도망치기 바빴다. 집에 아무도 없는데 하도 활개를 치고 시끄러워서 베란다로 쫓아버렸다. 그 아이는 그날 우리 집 큰 대야에 빠져 죽었다.
나한테 안기는 건 싫어도 지켜보는 건 좋았다. 모든 동물 새끼는 다 귀여운 것 같다. 강아지가 뛰어노는 것도, 아기 고양이가 장난치는 것도, 병아리가 종종걸음으로 다니는 것도 나한테서 떨어져 있으면 마냥 귀여웠다. 그럴 때면 ‘나도 한 마리 입양해서 키워 볼까’ 했지만 이내 마음을 접었다.
우리 집에 자연 친화 지능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초등학생 딸이 하나 있다. 어릴 때부터 식물 키우는 것도 좋아하고 동물을 봐도 절대 무서워하는 법이 없었다. 동물에게 먼저 다가가서 만지고 품에 안는 걸 보면 신기하기까지 했다. 당연히 “우리도 강아지 키우면 안 돼?”, “고양이는 목욕 안 시켜도 된대. 한 마리 키우자.” 노래를 불렀다. 내 대답은 항상 “절대 안 돼.”였다.
흔들릴 때도 많았다. 아이가 혼잔데 동물이라도 한 마리 같이 있으면 덜 외롭지 않을까, 저렇게 키우고 싶어 하는데 한 마리 입양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고민했다. 그래도 대답은 언제나 “No!” 목욕시키는 것도 보통 일 아니고, 강아지는 산책도 자주 시켜줘야 하고, 오줌 똥 치우는 것도 일이고, 무엇보다 돈도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 나에게 아기 손님이 찾아왔다. 태어난 지 두 달밖에 안 된 비숑 ‘쪼끄미’. 노르웨이로 입양 보낼 예정인데, 6개월 이상은 커야 하고, 접종도 다 해야 해서 지금 갈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주인이 새벽에 나갔다 한밤 중에 오니, 초딩이 있는 우리 집에서 맡아줬으면 했다. 딸 아이가 너무 원하기도 하고, 나도 강아지랑 같이 지내는 게 어떤 기분인지 느껴보고 싶어 몇 달 데리고 있기로 했다.
그야말로 똥오줌 못 가리는 아기였다. 쉬는 웬만하면 배변시트에 했지만 거실에 깔아놓은 이불에다 하기도 하고, 그냥 바닥에 싸 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 그렇지.’ 역시 반려동물 키우는 건 못 하겠다 생각했다. 쪼끄미가 온 게 겨울이라 냄새가 안 나지, 여름이면 온 집안에 냄새가 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몇 달이면 되니까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주기로 했다. 갈 날이 정해진 아이니까.
역시 반려동물 키우는 건 나랑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석 달이 흘렀고, 나는 개엄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