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6부장 #1. 6학년 업무, 3월부터 들이셔야 합니다.
2016년.
어쩌다 보니 첫 부장을 6 부장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심지어 2015년에는 휴직을 했는데 말입니다.
멋모르고 시작했다 땅을 치고 후회했으면서도 올해까지 연속 4년째입니다.
왠지 베테랑 느낌이 폴폴 나지만
학교 일이라는 것이 1년에 한두 번 하는 터라
할 때마다 헷갈리고, 그래서 틀리고, 그래서 또 당황하게 됩니다.
6 부장 일 중에 가장 힘든 일은 수학여행입니다.
3월부터 2월 끝날 때까지 지겹도록 수학여행과 관련해 할 일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돈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섭니다.
작년에는 수납요구 파일에 십의 자리와 일의 자리 숫자를 바꿔써서
전체 아동에게 100원씩 반납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뻔하기도 했습니다.
수학여행은 정말 지긋지긋한 업무입니다.
수학여행을 갈 건지 말 건지,
어디로 어떻게 갈 건지,
몇 명이나 갈 건지,
간다고 한 아이들은 진짜 다 갈 건지,
가는 날 간다고 한 아이들은 다 왔는지,
우리가 쓰겠다고 한 돈은 다 썼는지,
교육청 지원금은 신청했는지,
그 돈을 다 쓰기는 했는지,
특수아동이 있어서 비행기 표 할인을 받은 건 아닌지….
그 외 가정통신문 발송, 답사, 학운위 심의, 열린 서울교육 홈페이지에 보고하는 일도 해야 합니다.
어쨌든 전국의 수학여행 가는 학교 6 부장님들께 위로와 격려를 보냅니다.
우리 학교는 올해부터 수학여행 대신 수련회를 가게 되었습니다.
6학년이 아홉 반인데, 수학여행을 가면 ‘100명 이내, 3학급 이하’라는 원칙때문에 세 팀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2016년에는 팀별로 금액이 차이나서 결산하다 토할 뻔했습니다.
작년에는 팀별 금액은 같은데 숙소가 어느 팀은 좋고 어느 팀은 나쁘다고 얘기가 나오는 바람에 또 한 번 곤욕을 치렀습니다.
수련회는 팀을 나눌 필요 없이 학년 전체가 한꺼번에 움직일 수 있으므로 수학여행보다는 훨씬 스트레스가 덜합니다.
6 부장이 3월에 당장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4가지 있습니다.
1. 학년 교육과정 완성
2. 졸업앨범 제작 선정 위원회 개최 및 앨범 업체 선정
3. 수학여행 실시 여부 가정통신문 수합 및 배부
4. 1학기 현장체험학습 실시 계획 및 답사
▶ 학년 교육과정 완성
작년까지는 기존 자료에서 날짜 수정하는 게 제일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5, 6학년 교육과정이 바뀌면서 모두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총론과 각론 PDF를 열어놓고,
과목별 목표, 성취기준을 우리 학교 파일에 옮긴 다음에,
글씨체, 줄 간, 글자 크기 등을 모두 통일해야 했습니다.
과목별 연간 지도계획도 우리 학교 파일에 맞게 옮겨 편집했습니다.
거기서 끝나면 참 좋았겠지만, 평가, 진도표도 모두 바꿔야 합니다.
지난 2월부터 작업했는데, 3월 첫 주가 된 지금까지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나마 교육과정 재구성을 강조하지 않는 학교라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교육과정이 바뀔 때는 학년 부장과 교육과정 담당 교사 둘이 매달리지 말고,
전체 학년 선생님이 과목을 나눠서 진행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 졸업앨범 제작 선정위원회 및 앨범 업체 선정
6학년 부장이 되자마자,
예전에 6학년 부장을 하셨던 선생님께서 제 손을 붙잡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장님, 가장 먼저 하셔야 하는 일은 졸업앨범 선정위원회예요.”
우리 학교 졸업앨범선정 위원회는
학부모 위원 2~3분과 6학년 교사, 교감 선생님이 참여합니다.
전년도 제작된 앨범과 그 전 앨범들을 보면서 의견을 나눕니다.
학부모님들께서 좋은 의견을 내주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년 우리 학교는 어머니들이 반 전체 사진을 수학여행 사진 대신 실내 촬영 사진으로 하자 하셔서 그렇게 했습니다.
양말은 안 신는 게 예쁘다는 의견도 주셨고,
가운 입고 찍은 사진이 통일감 있어서 좋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 앨범이니 교사 사진을 모두 뒤로 빼자고 하셔서 이런 의견을 모두 반영한 앨범을 완성했습니다.
▶ 수학여행 실시 여부 가정통신문 수합 및 배부
작년, 우리 학교는 수학여행 장소를 제주도로 잠정 결정하였습니다.
그런 경우, 비행기 표 확보를 위해 3월부터 서둘러야 합니다.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수학여행 실시 여부 가정통신문과 실시하게 되면 장소를 어디로 할 것인지 조사하는 가정통신문을 발송해야 합니다.
실시 장소별 대략적 금액은 학생 단체 행사를 취급하는 여행사에 문의하면 좋습니다.
작년 3월에 수학여행지가 제주도로 확정된 후, 바로 비행기 표를 알아보았습니다.
우리 학교 학생은 200명 정도, 교사까지 포함하면 210명이 조금 넘었습니다.
학기가 시작된 직후인데도 비행기 표 구하는 게 힘들었습니다.
결국 저가 항공 2대에 절반씩 나눠 타기로 하고, 임시예약에 성공했습니다.
수학여행 업무는 이제 시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또르르..)
▶ 1학기 현장체험학습 실시 계획 및 답사
저희는 4월 중순에 현장체험학습을 실시합니다.
그래서 3월 학운위 때 심의를 받아야 하고, 답사 계획까지 세워야 합니다.
작년에는 과천과학관과 서울랜드가 체험 장소여서
8반 중 5명 정도가 같이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답사에서는 아이들 이동 동선과 점심 식사 장소를 파악해야 합니다.
과천과학관의 경우,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더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점심 식사는 서울랜드에서 가능한데, 점심 식사까지 비용에 포함할 수 있습니다.
이 코스가 나쁘지 않지만, 봄철 미세먼지가 심해 늘 노심초사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장소를 롯데월드로 바꾸었습니다.
실내 체험학습 장소로 잡월드를 많이 추천받았습니다.
몇 년 전 5학년 아이들을 데려갔을 때 너무 할 것도 없고 심심해해서(제가 봐도 지루….)
거기는 처음부터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녀오신 분들이 청소년관을 추천하셨어요.
일찍 예약한다면 잡월드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부장을 하는 지난 3년 내내 동 학년 분위기가 좋아서
저희는 거의 다 답사에 함께 했습니다.
부장과 한두 명만 다녀오는 것보다는 같이 가서 바람도 쐬고,
아이들이 활동할 장소를 꼼꼼히 둘러보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 그 외
퇴촌 야영장, 저작권 교실, 찾아가는 해양교실 등
외부 체험 활동이나 학교에 직접 와서 해주는 교육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동 학년 선생님들과 의논해서 미리 일정을 잡아두면 좋습니다.
업무관리시스템 ‘체험’ 부분에 뜨기도 하고,
직접 전화 걸어서 문의해야 하는 예도 있습니다.
오늘부터 학년 끝나는 날까지 쉴 새 없이 일이 몰아치겠지만
우리 함께 힘내요, 6학년 부장님들!!
(제 글은 본교 기준입니다. 지역이나 학교마다 사정은 다를 수 있습니다. 2016년도 기준으로 작성된 기안문 제목 파일과 작년 수학여행 3월 가통 첨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