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살림] 6월의 평화교육
6월은 평화를 주제로 아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6월 민주항쟁, 6.25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있는 시기로, 호국 보훈의 달이자 통일교육주간이 배치되는 기간이다. 근현대사를 학습하는 6학년 사회 교과를 맡았을 때, 역사적 사건이 있던 날은 짧게라도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흐름을 짚어보았었다. 당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좋아서, 역사 계기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6월은 '평화로운 교실, 갈등의 해결과 화해'에 대해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갈 시점이기도 하다. 3, 4월 새학기를 맞아 좋은 친구가 되겠다는 다짐을 분명히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날도 더워지고 슬슬 갈등이 불거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평화와 화해의 달인
먼저, 6월 첫날, 이달의 달인은 "평화, 화해"를 실천하는 어린이로 하겠다고 안내한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지내야 할 때, 갈등은 필연적이다. 아이들에게는 갈등과 그로 인한 격한 감정은 자연스러운 일이며,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선택함으로써 우리가 마주할 결과는 달라짐을 강조한다. 나의 뜻을 관철할 것인가, 상대와 잘 지내고 싶으니 무조건 맞춰 주어야 할 것인가, 이미 여러 번 부딪쳤던 경험이 있던 친구와 대화를 포기할 것인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은 아이들이 다 알고 있다. 다만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 상대에게 어떻게 반응하여야 하는지는 어렵다. 사실 어른들도 쉽지 않다. 평화로운 방법을 선택하고, 친구들이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고 했다. 화해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일단 들어 주려는 마음을 먹는 것이라고.
<이달의 달인>은 월별로 중점을 두어 실천할 주제를 제시하고, 월말에 가장 잘 실천한 어린이에게 투표를 한 다음,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리는 활동이다. 내가 첫 담임을 맡았을 때 학년부장님께서 꾸준히 진행하시던 학급 프로그램인데, 어느덧 우리 밤톨이반에서도 네 해째 운영하고 있다. 칠판 오른쪽 위에 한 달 동안 [평화, 화해]가 게시되어 있다. 나도 칠판에 눈길이 갈 때마다 평화를 실천하고 화해를 돕는 어린이를 발견하였는지 물어보게 된다.
처음에는 투표만 하였는데, 비밀투표인지라 왜 그 친구를 정하였는지 궁금해도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름과 함께 선택한 이유(내가 본 친구의 말이나 행동)를 적게 하고 있다. 개표요원이 이름을 부르고 표를 담임선생님에게 넘겨 주면, 이유는 선생님이 읽는다. 일단 투표, 개표 자체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전체 학생들이 이유도 들어 보고, 교사 또한 학생들이 어떤 행동을 보여주었는지, 그리고 어떤 행동을 인지하였는지 알 수 있어 좋다. 잘 모아두었다가 행동특성에 적어 주기도 한다.
금요일엔 투표만 하고, 개표는 월요일에 하기로 했다. 과연 아이들은 친구들의 어떤 말이나 행동을 평화, 화해를 위한 실천으로 기억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한국전쟁으로 남북한 인구의 1/5이 피해를 입었다고?
6월항쟁은 3학년 어린이들과 어떻게 이야기할지를 고민해 보다 결국 시간을 마련하지 못했다. 5.18 때 민주주의와 시민으로서의 참여에 대해 잠시 이야기한 적이 있었지만 우리 반 아이들과 소화해내기는 쉽지 않았다. 꼭 올해가 아니어도, 꼭 그날이 아니어도 아이들이 언젠가는 접하고 배우게 될 것이니 이번에는 평화와 전쟁에 대한 방향을 가다듬어 보기로 한다.
6월 25일은 학부모 명예교사께서 수업을 하셔서 당일에 진행하지는 못하고, 7월이 오기 직전에 함께 그림책을 읽었다.
먼저 김정선의 <숨바꼭질> 그림책을 읽어주고, 한국전쟁(6.25전쟁)의 시작과 휴전, 남침과 피난, 탈환과 후퇴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잠시 짚는다.
코로나 전에는 교실에 아침부터 마스킹테이프로 38도선을 긋고 2시간 동안 오가지 못하면서 지내보았었다. 지금 우리 반은 입구가 한 군데 밖에 없어, 올해는 체험은 하지 않고 그림책을 읽기로 한다.
한국전쟁에 대해 수업을 할 때는 전쟁으로 인한 삶의 파괴와 전면전 후 분단된 상황이 낳는 비극에 대해 짚어보는 시간을 꼭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남북한 전체 인구의 1/5, 한 집 당 한 명 꼴로 사망하였다는 통계를 알고 나면 전쟁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절실히 떠올려 보게 된다. 청년세대가 참전함으로써 일어나는 직접적인 피해에 더해 수많은 민간인의 사상을 불러오며 특히 어린이와 여성, 노인들의 생존에 더욱 위협적이다. 전쟁의 직접 피해가 어느 정도 복구된다 할지라도, 10만 명의 전쟁고아, 1000만 명의 이산가족들, 삶의 터전이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국민들은 전쟁으로 인한 깊은 정신적 외상을 경험하게 된다. 근대 전쟁 역사상 일곱 번째로 많은 군인 사망자, 그리고 민간인 사망이 군인보다 더 많았던 참혹한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냉전 시기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인해 정부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 탄압받던 시대를 헤쳐나가야만 했다. 전면전이 아니었다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분단이 이토록 오래 지속되었을까?
한국전쟁에서의 군인 전사자, 민간인의 인명피해 규모가 연구기관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나, 최근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남한 군인의 사망, 부상, 실종만 98만여 명, 민간인은 학살 및 피랍을 포함해 140만여 명의 피해가 있었다고 추정된다. 북한의 경우 피해가 더욱 커 군인 사망자 50만여 명, 민간인을 합하면 200만 명의 피해가 있었다고 한다. 남한의 피난민과 이산가족은 100만에서 300만, 월북한 경우도 100만 가량으로 추정된다. 해방 이후에 비해 생산성이 60~90% 감소했던 물적 피해를 고려하면 3년이 넘는 전쟁은 큰 피해를 입혔다. 우리 반 아이들은 6.25 전쟁에 대해 들어는 보았다고 하였지만, 실제 피해 규모를 듣고는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 그림으로 읽는 한국 근대의 풍경 - 민족 최대의 비극, 한국전쟁
3학년 어린이들과 읽는 한국전쟁 관련 그림책, <숨바꼭질>과 <엄마에게>
가장 아끼는 그림책, 따라 그려보고 싶은 그림책으로 나는 첫손에 김정선 작가의 <숨바꼭질>을 꼽게 된다. 처음 <숨바꼭질>을 읽었을 때는, 친구를 만날 생각에 싱긋 웃음이 나는 아이, 순득이의 눈으로 바라본 전쟁이 깊은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다가왔었다. 이번에 다시 읽을 때는 순득이의 간절한 기다림이, 전쟁이 끝나고 다시 친구 순득이와 고향에서 만나 서로 위로하는 순간을 떠올리며 버텨내는 마음이 느껴졌다.
그림책 <숨바꼭질>을 읽고 나서는 패들렛으로 질문을 하기로 했다. 몇 아이들은 '왜 순득이는 이런 긴박한 상황에 숨바꼭질을 하는지', '왜 숨어서 피난을 가고 있는데 순득이 표정이 밝은지'를 궁금해한다. 안전해질 때까지 숨어야 하고, 술래가 된 마음으로 보이지 않는 이들을 기다리며 찾아야 하는 것이 전쟁이며, 전쟁이 끝났으니 이제는 만나야만 하는 친구를 기다리는 상황이 꼭 숨바꼭질 같지 않은가 답해보았다.
"숨바꼭질을 아직도 하는 줄 아나봐요." 하면서 답답해하는 아이들은 과연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느낄까.
숨바꼭질에서는 전쟁의 실제 모습이 잘 드러난 것 같지 않아 급히 그림책 두 권을 더 구입했다.
전쟁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다비드 칼리의 <적(L'ennemi)>을 주문했는데, 전쟁에서 대치 상태에 놓인 상황에 집중할 수 있지만 3학년 학생들과 깊이 있게 나누기엔 나의 내공이 부족해 일단 소장만 해둘 생각이다. 대신 한국전쟁의 구체적 상황이 더 많이 드러난 장기려 박사 가족의 이야기인 <엄마에게>를 읽어 주려고 한다.
나에게 있어 한국전쟁 시기 피난에 대한 익숙한 서사는 "전쟁이 일어나 피난을 간다" 그리고 "고향에 돌아와 파괴된 현장을 본다" 혹은 "새로운 터전에서 피난민 생활을 한다"이다. 내가 선택한 두 권의 그림책에서 "급히 피난을 간다"는 것은 휴전선 이남에 살다 남침 이후 피난을 가거나, 1.4후퇴 시기 남쪽으로 피난하여 이동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통일이 된다면, 한국전쟁에 대한 남북의 서사를 확장하여 다시 정립하게 될 텐데, 그 과정 또한 지난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한국전쟁의 비극과 복구 과정을 놓고 내전과 박해를 피해, 생명을 위협받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을 떠나는 난민 문제와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전쟁에 대해 수업을 할 때, 가르치게 될 개념은 학년에 따라, 수준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 다만 앞으로도 6월이 되면 우리 반 수업에서 나는 평화에 대해, 각자의 평화로움에 대해, 그리고 평화를 포기하고 이에 반대되는 행위에 대해 한 번씩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전쟁을 경험하고, 71년이 지나도록 휴전 상태를 경험하고, 전쟁 위협이 일상을 흔드는 것을 경험한 이상, 다음 세대에게 전쟁을 도발하는 이들 때문에 부랴부랴 음식을 사재기하고, 적에 동조하는가 아닌가를 추궁당하며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경험을 대물림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