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 한 2020년을 보내며(2) - 이전처럼 할 수 없는 과학 수업
과학 수업에서는 무엇을 할까요?
교과목을 구분해 배우게 되어 과학 교과서를 처음 접하는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들에게, "<과학> 수업에서는 무엇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하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실험"이라고 답한다. 과학 교과는 일상의 경험과 관련이 있는 상황에서 자연현상과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갖고, 과학의 핵심 개념에 대한 이해와 탐구 능력의 함양을 통해 과학적 소양을 기르는 데 목표를 둔다. 다시 말하자면, 과학 수업은 탐구하는 방법을 익히고, 탐구를 통해 획득한 개념으로 일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과정이다. '자석에는 N극과 S극이 있다.', '지진은 지구 내부의 힘에 의해 땅이 흔들리거나 갈라지는 것이다.', '기체는 그릇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변한다.' 단 한 문장으로 정리해서 알려 주는 것은 간단하지만, 어떻게 접근해서 무엇을 남길 것인지 40분의 수업을 구상하고 펼쳐내고 평가하는 일련의 과정은 예술과 같다. 첫 시간부터 아이들은 "실험해요", "과학실에서 공부해요", "실험복 입어요", "실험 많이 해요" 로 과학 수업에 대한 기대감을 듬뿍 표한다.
하지만 모둠활동도, 실험도구 공유도, 과학실 이동 및 사용도 어려운 상황.
실험 자체를 학생들이 수행할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려웠지만, 수업 중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활동인 집단 토의나 발표를 통해 교사와 학생들이 소통하며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이전의 방식으로는 할 수 없었다. 무심코 하던대로 했다가, 혹시나 감염이 되면? 땀이 차서 마스크를 고쳐 쓰다가 설마? 우리 반에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학교가 문을 닫아야 한다면? 불안해지면 손소독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과학 실험보다, 상호 소통보다 안전이 우선이었다.
등교를 하기 위해서는 책상을 모두 떼어 놓고, 가림막까지 설치하여야 했다. 창문과 문을 모두 열어놓아야 하는지, 공기청정기나 에어컨 사용은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었다. 마스크를 쓴 채, 거리를 두고, 과연 어느 선까지 가능한지 누구도 명확하게 알려 주지 않았고, 그저 조심스러웠다.
무엇보다 우리는 교실이라는 시공간을 벗어나 수업이 이루어지는 데 대한 경험이 없었다. 교사와 학생뿐만 아니라 교과서 집필의 방향 역시 교실, 과학실에서 공동의 실험 도구를 사용하고 협동하는 상황을 전제로 하였기 때문에 재구성이 필요했다. 매 단원 1차시는 "재미있는 과학" - 놀이와 연극으로, 단원의 마지막 활동은 "과학과 생활" - 장난감 만들기 혹은 전체 참여 활동의 패턴이었는데, 도저히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3월의 학기 시작일이 늦어지면서 수업 시수 감축이 가능해졌다. 과학 교과 시간도 10여 시간 줄었는데, 가르칠 것이 줄어들지는 않았으니 정말 빡빡하게 운영했다. 이해 정도를 확인해 보충을 한다든가, 학생들의 활동에 시간을 쓰기가 어려웠다. 온라인 방식만 유지할 수는 없었고, 대면 수업이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모두 앞을 보고 앉아 있으며, 이동을 최소화했다. 사실 학교에서 모여 얼굴을 보는 것도 감지덕지였다.
어떻게든 해 보자, 우리의 과학 수업
이런 상황에서, 과학 수업-하기-는 과연 쉬웠을까?
(지난 글에 이어 코로나로 인한 학교 수업의 양상과 질에 대해 논하는 대신, 교사를 비난하던 그 기사와 댓글들이 다시 떠올라 심호흡을 해 본다.)
어떤 선생님은 실험을 촬영해 보여 주시거나, 프레젠테이션 자료로 잘 정리하여 화면을 녹화해 설명하시기도 했다. 목소리나 얼굴 노출을 원치 않을 때는 AI 목소리로 더빙을 하는 분도 계셨다. 대면 수업이 이루어지는 지역에서는 시범 실험으로 진행하기도 하였다.
우리 학교는 온라인 자료를 탑재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리고 교사 개인의 수업 촬영은 자제하도록 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1학기 온라인 수업 기간, 학년별로 온라인 수업 자료 탑재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물론 이것은 학기 초에 수업 방식을 결정할 때 (기온이 올라가면 정상적으로 대면 수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잠정적으로 마련하였기 때문이고, 2학기 후반에는 e학습터를 이용하였다.
3학년은 구글 사이트에 페이지를 만들어 하루 치 수업을 모두 올렸고, 교과 선생님은 수업 위치에 섬네일과 링크를 걸어 두었고, 4학년은 e학습터에 자료 공유방을 만들고, 담임 선생님께서 복사해 가는 방식이었다.
학급별로 30명 안팎이라 1학기 후반에는 2부제 수업을 했었다. 2학기 들어 담임선생님과 함께 하는 줌 수업이 하루 2시간씩 이루어졌는데, 1/3 출석 기간에도 교과 교사는 실시간 화상 원격수업은 하지 않고, 기존대로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병행했다. 전 교사에게 웹캠과 펜 타블렛이 제공되었지만 학생들이 교과 수업을 위해 컴퓨터에 재접속할 때 어려움이 예상되고, 교과 교사들이 수업을 진행할 공간을 확보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교과실 동료 선생님들과 물어물어 가며 수업 자료를 만들던 첫 날이 기억난다. 마침내 순차적으로 개학을 하게 되었을 때는 학생들이 있어야 학교가 학교답다는 말을 나누었다. 학생들에게 학습지를 나누어 줄 때 장갑을 챙겨 가고, 학생들이 해온 과제나 공책은 펼쳐놓게 해서 손은 대지 않고 도장만 찍어 주자고, 그러면 되겠다고 의견을 모았었다.
이런 조건에서, 과학 수업은 과연 어때야 했을까?
물건을 공유하지 않는다. 학생들을 돌아다니게 하거나, 책상을 이동하게 할 수는 없다.
어쨌든 수업에서 교사가 전체를 대상으로 강의하는 설명 비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나는 고민 끝에 세 가지 정도로 나의 수업의 방향을 정했던 것 같다.
첫 번째는 교실이나 가정에서 개인별로 실험이나 실제 탐구를 해볼 수 있도록 최대한 안내하는 것이었다. 먼저 교과서를 보며 특별한 준비물이 없거나 가정에 있는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는 주제를 분류했다.
두 번째 고민은 결과를 알기 전, 그리고 실험관찰에 답을 적기 전에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를 주고 싶었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교사가 학생들의 학습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대면 수업 상황이라면 생각할 시간을 잠시 주고, 예시를 통해 자극하고, 발표를 하며 다른 의견을 모을 수 있었겠지만, 온라인 수업에서는 학생들에게 답도 분명히 알려 주어야 한다.
세 번째 고민은 답만 알고 끝나는 대신, 더 알아보고 싶도록 어떻게 자극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온라인에 어차피 자료를 탑재하는 이상, 추가로 해볼 만한 활동이나 관련 있는 영상, 뉴스, 포스트 등을 제시하면 학생들마다 학습을 심화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 첫 인사 및 교과 소개 :: 그림과 함께 목소리를 녹음해 인사하기, 교과서 펴 보기
4월, 온라인으로 첫 만남을 해야 할 때, 일 년 동안 만나게 될 선생님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싶으면서도 얼굴을 드러내는 것은 우려가 되었다. 목소리는 녹음하고, 그림을 몇 장 그려서 짧게 영상으로 인사를 했다. 보통 오리엔테이션으로 과학 학습의 목표, 배울 내용 확인하기를 하지만, 온라인으로 하되 옆에 있는 것처럼 진행하였다.
♣ 첫 수업 :: 디지털교과서 사용 방법 안내, 수업 전 준비할 것 안내
교과서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이상 실험 수행 영상이나 온라인 조작활동, 관련 자료와 함께 형성평가 퀴즈를 맞출 수 있는 디지털 교과서를 사용하기로 하고 링크를 삽입하였으며 사용법을 안내했다. 2주 뒤 디지털 교과서 사용이 어땠는지 묻자 3, 4학년의 절반 이상은 혼자서, 도움을 받아서 링크만 타고 들어가면 활용할 수 있었다고 하였고, 나머지는 디지털 교과서에 접근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답했다.
♣ 전시학습 상기 :: 퀴즈 제시, '짚어보기'로 오개념 확인 및 학생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
지난 시간에 배운 핵심 개념은 퀴즈로 제시하고, 정답을 적었다. 오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거나, 수업에서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의 경우 "짚어보기"를 마련해 다시 알려주었다.
♣ 더 알아보기, 도전하기 ::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놀이활동, 추가 영상(EBS, YTN 사이언스, 환경부, 교육청 블로그 등 신뢰할 만한 출처)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떠올려 순서대로 안내하거나, 지도서에 소개된 활동을 정리해서 자료 가장 아래쪽에 추가했다. 유튜브는 데이터도 사용되지만, 연관 영상이 연속해서 뜨고, 광고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어서 되도록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도 동영상을 공유하는 경우 유튜브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이 일상화된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방송사의 경우에도 누리집에서는 회원가입을 해야 하거나 광고가 많이 붙어 동영상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 조사 학습 :: 기상청, 구글어스 등 사용법 캡처, 다양한 자료 제시, 출처 제공 및 원 자료 링크
♣ 축소 기능 활용 :: 질문을 써 놓고, 클릭해야 답을 볼 수 있게 함. 때로는 초성 힌트 제시.
♣ 수업 자료 :: 디지털 교과서의 영상 다운받아 구글 드라이브로 올리기, 이미지 캐러셀로 사진 여러 장 추가하기
♣ 형성평가 :: 구글 설문지, 퀴즈앤 활용
초반에는 수업 자료를 구글 사이트에 올리고 e학습터에 링크하는 것으로 그쳤으나, 나중에는 구글 설문지로 차시마다 형성평가도 하고, 질문을 받았다. 가정학습을 택한 학생의 경우 수행평가도 구글 설문지로 진행했다.
♣ 발표 :: 패들렛
협력학습을 촉진하고자 온라인 수업의 발표는 주로 패들렛을 이용했다. 패들렛은 작년에도 썼지만 구글 설문지, 멘티미터, 퀴즈앤은 이번에 제대로 배워서 썼다.
♣ 수행평가 피드백 :: E학습터 쪽지 이용
교사가 학생의 눈을 보며 수업하고, 학생들은 선생님이 가르치는 전체를 감각하며 배우는 대면 수업이 가장 효과적이며 익숙하다. 교사들은 집단을 대상으로 교실에서 가장 효과적인 수업 방법을 사용해 왔고,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올해는 "교실", "대면", "동일한 학습환경"이라는 전제를 지운 채 수업이 이루어져야만 했다.
이전과 달라야 하지만, 이전처럼 학습 효과를 낳기 위해 고심했던 2020년이 이제 끝났다.
아마 2021년에는 경험이 쌓인 만큼 교사와 학교에 더 많은 기대를 할 것이며, 상황이 순조로울지는 알 수 없다.
난 온라인 자료 탑재로 수업을 했지만, 각 지역의 각 학교에서 교사들은 최선의 방법을 찾아, 시행착오를 통해 가르치고 적응해 나갔다.
그리고 분명, 그 안에서 배움이 일어나고, 교감이 있었으며, 성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올 2월, 모든 교사들이 한창 온라인 수업과 비동시적 등교 상황에 필요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책임을 누구에게 있느냐며 방향 없는 분노를 터트리는 대신
문제에 대한 지원 방안을 찾고, 학생-교사-보호자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선택함으로써
여전히 지속되는 위기를 헤쳐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