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하게:보다] 양세찬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요리를 잘했나? #미운오리새끼
올해는 제 교실 살림뿐만 아니라 리뷰도 본격적으로 작성해 볼 계획입니다. [느긋하게 보다] 꼭지에서는 여러 매체를 접하고 난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6학년 담임을 맡게 되어 수업과 관련된 주제를 살펴보거나, 사춘기 청소년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될 실마리들을 펼쳐낼 생각입니다.
이렇게 정성들여 예술을 하는 녀석들과 함께 해야 할 올 해
TV 프로그램 리뷰는 가장 빠르게! 가 아니라 가장 느긋하게~ 올리게 될 것 같습니다.
저는 TV를 보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만, 본방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TV채널이 네 개, 다섯 개인 시절도 아니고, 시간 맞춰 퇴근해 TV 앞에 앉기도 어렵고 퇴근하고 나면 육아출근 시간을 맞춘다 해도 띄엄띄엄 보기 일쑤지요. 재미난 프로그램은 보통 저녁식사 시간대 이후에 편성되고 오늘을 넘기는 경우도 많아서요. 어릴 때 11시에 만납시다를 하면 급 흥미가 떨어지고 그냥 잠들었는데 어린이들은 9시에 잠을 잡니다 방송으로 압박 예능 프로그램은 다음 날 인터넷 기사로 보고 확인하게 됩니다.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고 찾아보거나 결제를 하는 부지런함도 없이, 그저 기억해 두었다가 우연히 재방송으로 만나면 감사히 보게 되지요. 주말에 연속으로 다큐멘터리 방송을 하거나, 특별히 드라마 전편이 편성되면 챙겨 볼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여명의 눈동자☆ ♡도깨비♡하얀거탑은 또 놓쳤지만ㅠ
오늘 느긋하게 본 내용은 SBS <미운오리새끼> 72회(1월 28일 방송) 양세형, 양세찬 형제의 이야기입니다.
[양세형·양세찬, 소소한 찰떡 케미 ‘형제의 식사’] ☞https://tv.kakao.com/channel/2653951/cliplink/382024703
처음 방송을 볼 때는 대체 동생이 어쩜 저렇게 싹싹하게 할까 관심이 갔고, 형은 언제 엉덩이를 떼고 도울 것인가 궁금했고, 솔직히 둘은 과연 언제 싸울 것인가 기다리면서 보았지요. 끝내 싸우지 않고 아름답게 카레와 계란국을 만들어 나누어 먹더군요.
저는 형이 동생에게 하는 말과 행동에 관심이 갔습니다. 형이 돕지 않고 말로만 시키고, 같이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동생이 “혼자 잘해내는 것”에 목적을 둔다면 형은 괜찮은 코치였다고 봅니다. 형과 동생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겹쳐 보였습니다.
1. 형은 관찰을 한다.
양세형씨는 동생이 계란국을 새우젓으로 간을 한 것을 알아챕니다. 한 눈에 상황을 척 파악하려면 본인의 경험, 내공이 어느 수준에 올라 있어야겠지요. 말 그대로 보통 아닙니다.
2. 칭찬을 먼저 한다.
“양파 국에 조금 넣으면 달달하니 맛있는데.” “그런데 카레가 이렇게 훌륭한데 뭘.”
“양송이 넣었어?” “응” “좋아.”
“확실히 돼지고기 안 넣으니까 깨끗한 맛 난다, 그지?” “그런데 돼지고기가 있으면 맛있긴 하지.”
“음~ 좋은데. 실력 많이 늘었네.” “아이구 그냥 뭐 레시피대로 한 거지.”(으쓱)
명확한 메시지, 리듬감있는 타이밍, 과하지 않으면서도 기분 좋은 인정, 무심한 듯 하면서도 세심한 목소리에 감탄했습니다. 양세형씨는 대화의 기술을 배운 것일까요, 익힌 것일까요, 타고난 것일까요. 「당근과 채찍의 달인」, 「동생 다루기 뭘 좀 아는 형」 이라는 자막은 오히려 부족할 정도입니다.
3.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 때 조언/방향을 제시한다.
충분히 대화를 하고, 특히 긍정적인 피드백이 이어진 다음, 형은 “다음에는 육수팩을 준비해 놓고 써 봐.”, “음식을 할 때는 정리를 하면서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아.”라고 슬쩍 조언을 합니다. 만일 타박을 늘어놓다가 잔뜩 위축되었을 때 “이렇게 했어야지, 다음에는 이렇게 해.”하면 과연 그 말이 어떻게 들릴까요. 모르는 것은 아닐 테고, 잠깐 놓친 것일 수도 있는데 그마저 지적한다고 느껴지겠죠. 험악한 분위기와 함께 숟가락을 던지거나 자리를 떠 버릴지도 모르죠.
4. 동생이 마음을 열어 받아들인다.
나를 알아주고, 칭찬해 주고, 조언해 주는데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겠죠. 나는 훌륭히 미션을 달성했고, 나를 알아 주는 형의 도움을 받아 더 나아지려는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요.
영상에서 양세찬씨는 묵묵히 일을 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 외에는 거의 말이 없었죠.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 형의 말을 잘 듣는-복종하는- 동생이 아니라 형과 잘 소통하고 형을 인정하며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동생들과, 혹은 남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하면 좋을지에 대해 통찰을 얻었습니다.
양세형, 양세찬 형제의 소통과 찰떡 케미, 부럽고 배우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