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심장이 뛴다] #2. 직장에 임신 소식을 알립니다.
임신이 확실해질 때까지는 우리 둘만 알고 있기로 한다.
임신을 확인했다.
학교에 알린다. 당연히 환영받을 것이다.
처음에는 영 입에 붙지 않는 낯선 말. 엄마? 아빠? 내가? 우리가?
임신 6주가 되면 산부인과에서 초음파로 아기집을 확인할 수 있다. 임신 주수는 마지막 생리일 기준으로 계산하므로, 보통 생리예정일 이후로 테스트를 한다면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도 기다리게 되니, 2주 정도 넉넉히 기다려 본다. 물론 마음은 넉넉하지 못하다. 생리가 늦어지는 것, 체온이 약간 오르는 것 외에 뚜렷한 신호나 특별한 신체적인 변화가 없다. 경험이 없다면 긴가민가, 임신 경험이 있다 해도 모르는 일이니 설레면서도 불안하여 공부하는 마음으로 스마트폰으로 계속 검색을 한다. 첫째 때는 생각날 때마다 각종 키워드로 임신 관련 정보, 뉴스, 블로그를 찾아 정독을 했다.
산부인과는 어디로 가야 할까. 2~4주에 한 번씩 검진을 받고, 혹시 긴급한 일이 생기면 바로 갈 수 있어야 해서 나는 직장 근처에 있는 분만실이 있는 병원으로 결정했다.
산부인과는 목요일에 갑니다. 다음 날 바로 알리려고요.
목요일 정도에, 산부인과에 가서, 임신인지 확인하러 왔다고 접수를 한다. 아기 아빠와 함께 가는 것을 추천. 어떤 결과가 나오든 함께 확인하고 같이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아기집이 보이고, 심장 박동 소리도 들려주신다. 어리둥절하다가 “축하합니다, 심장 소리도 좋네요.” 하는 의사선생님의 밝은 목소리에 아하하, 겨우 웃음이 나온다.
초음파 사진을 받아 들고 나와서 수납을 하면, 임신확인서를 발급해 준다. 정식 명칭은 “건강보험 임신・출산 진료비 지급 신청서”다. 임신 출산 바우처 50만원을 국민행복카드 신청할 때 제출해야 하고, 한 번 밖에 발급해 주지 않는다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다음 날 금요일, 스캔을 하고, 사본을 프린트해서 떨리는 마음으로 교무실로 간다. 교감선생님께 조용히 말씀을 드린다. “제가, 어제, 산부인과에 갔는데요. 임신이라고 합니다. 예정일은 언제입니다.” 교감선생님께 임신확인서 제출을 하고 나면 일단 학교에 알리는 것은 끝.
이제부터는 특별휴가 중 모성보호 시간과 임신검진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0조 4항에 보장된 모성보호시간은 2013년 제정 시에는 임신 12주 이내 및 임신 36주 이후 사용 가능하였으나 2018년 7월 이후 임신 전 기간으로 확대되었다. 또 2019년 12월 31일에 신설된 15항은 임신기간 중 검진을 위해 10일의 범위에서 임신검진휴가를 받을 수 있다. 기존 임신 기간 10개월 중 매월 1일씩 사용할 수 있었던데 반해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첫째 때는 5학년 담임일 때라 마음이 바빠 초기 모성보호시간을 쓰지 못했고, 막달에도 눈치가 보였는데, 이제는 교사들에게 모성보호시간, 육아시간 사용은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몇 년 만에 일-가정 양립 정책이 자리잡은 것 같다.
교사의 임신 그리고 직장인의 임신
산부인과에 다녀온 다음 날 즉시 학교에 알리는 이유는 바로, 임신 사실을 일찍 밝혀 보호와 지원을 받기 위함이다.
체력도 달라지고, 호르몬 작용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뿐만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심적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건강하게 자신의 몸과 태아를 돌보아야 하는데, 다음 검진을 받기 직전까지 걱정되고, 불안한 것이 사실이다.
어린이들이 불쑥 품에 뛰어들거나, 체육 수업을 할 때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무엇보다, 지난 글에도 썼지만, 사안이 발생해서 생활지도를 할 때 사실 교사의 사정과 무관하게 해결해 내야 하고, 학년 초에 결정된 업무도 조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임신을 했다는 사실은 숨길 이유도 없고, 축하받을 일이다.
3~4개월이 지나 안정기가 될 때까지 알리지 않는 것은 아기가 안정될 때까지 조심스럽게 지내려는 마음일 따름이다.
당연히 임신 소식을 전한 교감, 교장선생님은 환한 표정으로 따뜻하게 말씀해 주신다. 건너건너 소식을 듣게 되신 교직원분들도 반겨 주신다. 특별휴가를 사용하게 되면, 복무 신청 기록이 남게 되므로 알게 되시는 분들이 늘어나 어느새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화제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된다. 임신 기간 동안 배려와 응원을 받는 것은 아주 당연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임신과 출산에 대한 환영은 모든 직장여성들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이야기를 잠깐 들어도,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를 임신하는 것, 출산하고 회복하는 것, 아이를 돌보는 것 모두 '노동능력의 저하'나 '커리어 손해'라는 입장에서 다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법적으로 보장된 검진휴가도 마음 놓고 사용하기 어려우니, 혹여 몸이 약하거나 난임 치료를 받는 경우는 얼마나 마음을 졸이겠는가. 임신 순번을 정했다거나, 배가 점점 불러 오니 대놓고 짐을 싸라고 했다는 흉흉한 이야기도 들린다.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 출산 휴가도 깎고 깎아서 사용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따뜻한 말투지만 듣는 사람을 긴장하게 하는 "출산휴가 3개월 잘 쉬다가 와. 자기 아니면 누가 하겠어. 돌아 올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 볼게.", "봐줄 사람이 없어?" 하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듣게 되거나, 들을까봐 이를 악물고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많다. 씁쓸한 최근 뉴스처럼.
☞ [경향신문] 경찰 간부가 여경에 "임신하면 죄인"... 감찰 조사
☞ [한겨레] 여성 10명 중 6명, 육아휴직 후 직장복귀 못했다
육아휴직도 마음 놓고 쓰고, 얼마나 좋아? 그러려고 교사를 선택하는 거지. 역시 여자는 교사가 최고야. 다른 직장이면 둘째를 엄두나 내겠니.
이 말에는 돌봄이 (어떤 일에 종사하건) 부와 모의 몫이라는 점, 돌봄이 사회적 과제임을 간과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교사인 나는 "뭐, 그렇지" 하면서 맞장구를 쳐주면서도 '그래도 특정 직업의 특별한 권리처럼 여겨져서는 안되는데.' 하며 꼭 덧붙인다.
"다른 직장에서도 그래야 맞는데 말이야. 애는 여자만 키우나? 부모가 같이 돌보고 어느 정도 키우고 나면 복귀해서 일할 수 있게 해줘야지."
직장에 임신 소식을 알리는 것이,
누구에게나 축복할 수 있는 일이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