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살림] #2. 그림으로 소개하고 놀이로 마음 열기
그림으로 첫만남하기 :: 이름으로 선생님 소개
첫날은 <그림 이름으로 선생님 소개>를 합니다. 좋아하는 것들로 내 이름을 만들어 소개를 하는 것인데요, 작년에 김차명 선생님의 비주얼 씽킹 1일 연수에서 추천받은 활동입니다. 좋아하는 것들로 내 이름을 만들어 소개를 한다면 소개하기 활동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또한 이미지가 제시되기 때문에 소개받는 사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게 됩니다.
이름에 들어있는 자음과 모음의 수에 따라 소개할 아이템이 생기는 것인데요, 선생님의 교육관과 자연스레 연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자음과 모음을 합하면 9가지나 되는 데다, ㅇ이 3개나 들어가서 계속 고민이 되었습니다. 이름을 크게 적어놓고, 그림으로 변형시켜 보니 일단 아기-지구-밥 순서로 떠오르더라구요. 이름을 그림으로 나타내다 보니, 지금 내 관심사가 반영되어 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정리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비주얼씽킹, 동화 일러스트, 학급평화회의, 영화 촬영 등 학급 활동에서 시도하고자 하는 것도 담아 보았습니다.
제 이름을 적는 동안 아이들이 그림을 맞추어 봅니다.
"선생님은 노래방을 좋아하나봐." "저거 지구 아니야? 지구 맞네~" "우와~ 아기가 앉아있어!" "갑자기 배고프다~"
저는 구상해 온 그림을 그리는 것 뿐인데, 오~~ 하는 감탄을 듣는 것도 뿌듯합니다.
그림으로 첫만남하기 :: 티셔츠로 자기소개
아이들도 저처럼 자기 이름을 그림으로 그려 소개한다면 좋겠지만, 아직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지 않으면 첫날부터 고통의 시간이 될 수도 있겠지요. 나승빈 선생님의 3월을 부탁해 연수에서 배워온 아이디어인 <티셔츠 자기소개하기>를 합니다. 자신이 즐겨 입는 상의를 그리고, 왼팔에는 ‘4학년이 되어 나는 ~할 거야’, 오른팔에는 ‘나는 ~을 좋아해’, 아래 부분에는 ‘친구들에게 듣고 싶은 말’을 씁니다.
미리 학습준비물실에서 6세트의 사인펜, 색연필을 준비했는데 몇몇 아이들은 자기 색연필, 크레파스 등을 챙겨와 열심히 색칠을 했습니다. 활동 시간에 평온하고 밝은 노래를 틀어두면 좋습니다. 저는 학기 초에는 "꽃은 참 예쁘다" 음악을 계속 틀어주는데요, 이쯤 되면 벌써 아이들이 따라 부르고 있습니다. 4학년을 그려보는 시간, 처음 선생님이 제시한 활동이라 꼼꼼히 잘해내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보입니다. 시간을 충분히 주면 좋아하는 그림도 그리고, 단추나 지퍼도 넣고, 좋아하는 색으로 꾸미며 기다립니다.
완성하면 옷에 붙이고 앞에 나와서 소개한 다음, 친구들이 큰 소리로 듣고 싶어하는 말을 읽어줍니다.
아이들은 "넌 참 잘하는구나", "같이 하자", "넌 뭐든지 잘해!", "나눠 먹자", "친하게 지내자" 라는 말들이 듣고 싶다고 합니다.
어떻게 발표하는지 알아보고 싶어 실물화상기를 활용하였는데, 듣고 싶은 말을 친구들이 말해 주고 싶지만 잘 안보여서 읽기가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서로 돌아다니며 소개하기를 하는 것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주침의 두근거림 :: 놀이로 마음 열기
어색함이 가득한 첫날은 눈을 마주치고, 몸을 움직이고, 서로 가볍게 닿을 수 있는 놀이를 하면 좋겠지요. 가위바위보왕, 차례대로(이름순으로 앉기, 생일순으로 앉기),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를 하였습니다.
가위바위보 왕
작은 하트 스티커를 나누어 주고, ①가위바위보를 하고, ②진 사람의 얼굴에 하트를 붙이는데, 정말 재미있어 합니다. 계속 이겨서 빨리 마치고 온 아이는 스티커를 몇 장 더 줍니다. 우리 반에 한 아이는 얼굴에 스티커를 붙이면 빨갛게 일어난다고 하는군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손등에 붙이겠다고 하였습니다. 다 끝나면 한 번도 안 진 친구부터 확인을 하고, 사진도 찍어 주면 아이들의 얼굴이 환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차례대로
놀이교사 모임 가위바위보 연수에서 배워왔는데 정말 추천합니다. 처음에 둥그렇게 앉고, 시작점을 정합니다. 서로 느낌만으로 자리를 잡습니다. 다 앉으면 이름을 이야기하는데 ㅐ와 ㅔ, ㅢ와ㅣ의 순서를 자기들끼리 막 맞춰봅니다. 이름을 모를 때 하는 것이 좋은데, 눈치빠른 녀석들은 출석을 부르고 자기 번호를 알게 되니 정말 쉽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래서 얼른 “남녀 통틀어서 합니다.”했더니 그제서야 눈빛이 흔들리는군요. 4학년 아이들과 저까지 25명이 차례대로 앉는데 8번쯤 걸렸습니다. 한 번 하면 아쉬우니 생일로 다시 합니다. 생일이 같은 아이가 둘, 둘, 셋이 나와서 또 신기했습니다.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아이들이 참 좋아하는 놀이지요. 놀이 방법을 파워포인트로 소개하는 것도 좋지만, 직접 선생님의 시범을 보이면서 해도 금방 이해합니다.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는 아이들이 스스로 친구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어 계속 하고 싶어합니다. 다음 날, 짬이 잠깐 났는데 또 하자는 아이들의 의견에 따라 다시 한 번 하였습니다.
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
전날 문구점에서 아이들에게 줄 L자 파일, 공책, 중봉투, 색 A4한지 등을 사왔습니다.
학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는 흰 A4용지보다 조금 특별한 느낌을 드리고 싶어, 색 A4 한지에 프린트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3단으로 접을 수 있도록 편집을 하였습니다. 알밤 그림을 인터넷에서 찾았는데, 출처는 적혀 있지만 저작권 문제가 마음에 걸립니다. 내년에는 알밤 그림을 직접 그려봐야겠습니다.
중봉투는 A4 용지를 반으로 접으면 딱 들어갈 크기입니다. 개인정보를 전달할 때 넣어 달라고 말했습니다. 다음 날 기초상담자료를 제출할 때 보니 대부분 L자 파일에 그대로 가져오기는 했지만, 민감한 내용이 있을 경우 주의하겠다는 제 마음은 전달되었을 것이라 믿습니다.
아이들의 소감
첫날에는 주로 선생님 소개를 듣고 자기 소개를 한 다음, 새 학년에서 알아야 할 점 등을 듣고 학교에서 전달하는 통신문을 잔뜩 들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첫날 아이들은 입은 꾹 닫고 여러 정보들을 담아야만 하는 시간으로 보내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새학년, 새 반, 새 선생님을 맞은 나의 느낌이 어떤지 말해보는 시간을 가진다면 떨리고 두근거리면서 동시에 잘해내고 싶은 기대감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붙임딱지를 나누어 주고, 첫날 나의 느낌을 적은 다음 칠판에 붙이게 하였습니다. 친구들의 느낌을 읽어보고 집에 갑니다. 모두 떨리는 하루였지만, 서로를 의식하며 앞으로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