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하는 교실을 만들기 위한 '재밌는 발표방법'
요즘 아이들, 참 발표를 안 한다. 저학년은 사정이 그나마 나은데 고학년으로 갈수록 손을 드는 아이가 점점 줄어든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자. 교사인 우리는 교원 연수에 참여해서 열심히 발표하던가? 강사가 "자, 선생님들의 생각을 발표해 주실 분?" 하면, 일순간 싸~해지는 연수장 분위기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교사인 우리가 선뜻 발표를 하지 못하는 이유와 아이들이 교실에서 선뜻 발표를 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거지발'. 거수-지명-발표로 이어지는 발표 방식과 남들과 다르게 일어서야 한다는 압박감이 발표를 머뭇거리게 만드는 것이다. 게다가 평균적으로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기다리기까지 교사가 기다리는 시간은 단 2초에 불과하다. 아주 참을성 있는 교사도 10초를 넘지 못한다. 그러니 당연히 발표가 어려울 수 밖에.
발표 습관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꾸준한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듣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교사가 아이의 발표를 주의 깊게 듣고, 발표 내용을 적어가면서 체크하기 시작하면 아이들 역시 교사를 본 받게 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 바로 교사가 발표내용을 다시 '복창' 해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교사가 아이가 더듬더듬 발표를 하면 이 내용을 아주 '유려하고, 산뜻하며, 간결하고, 세련되게' 바꿔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교사가 계속 아이의 발표내용을 이런 식으로 복창해주면 아이들은 더이상 친구의 발표를 듣지 않는다. 어차피 선생님이 훨씬 알아듣기 쉽게 정리해 주니까.
이 때에는 교사가 '연결하는 발문'을 던져주며 발표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예컨대 한 친구가 발표를 하면 다른 친구에게 "철수야, 너는 영희의 발표에 어떤 생각이 들었니?"라고 묻는다든지 또는 "영희가 참 좋은 이야기를 해줬어요. 영희의 발표 내용은 교과서 몇 쪽에서 찾아볼 수 있을까?" 등으로 연결지어 후속 활동과 작업이 꾸준히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충분히 기다려 주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이 생각을 충분하게 하고 대답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하며 먼저 생각한 친구는 정답을 칠판에 적는다든지 해서 나머지 친구들이 힌트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글똥누기, 아침 2분 말하기, 주제 발표로 이어지는 생각하고 말하는 습관 들이기도 매우 좋다.
말하기 훈련에는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다. 그림책 <틀려도 괜찮아>를 읽어주고 '도전 빵점놀이' 를 하면 아이들이 매우 신나게 발표를 한다. 이 외에도 연극놀이를 활용한 '지브리쉬어로 말하기'(서준호 선생님 블로그에서 찾아볼 수 있다), 허승환 선생님과 옥상헌 선생님께서 소개하시는 여러가지 감정놀이, 또는 보드게임을 활용한 질문하고 답하기 활동 등이 있다.
도전 빵점놀이 방법(이미지 클릭)
얼음땡 발표
1. 선생님이 문제를 주면, 정답을 생각한다.
2. 정답을 다 생각한 친구는 '얼음'이라고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얼음 동작을 취한다.
3. 대부분의 아이들이 일어나면 선생님이 발표시킬 친구를 '땡' 해준다.
4. 아이가 답을 말하고 자리에 앉는다.
5.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은 함께 자리에 앉는다.
발표 화살표
1. 술자리에서 많이 했던 '더 게임 오브 데스'와 비슷한 형식이다.
2. 선생님이 "발표 화살표를 쏘세요!" 라고 하면 손가락으로 친구 아무나 가리킨다.
3. 선생님이 첫 번째 시작할 친구를 고르고 숫자를 외친다.
예) "오늘은 상준이부터 시작할거예요. 발표 숫자는 8!"
4. 선생님이 부른 숫자만큼 손가락을 따라간다.
5. 마지막 숫자에 걸린 친구가 대답한다.
텔레파시 가위바위보
1. 선생님과 가위바위보를 해서 똑같이 낸 친구들만 발표를 한다.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발표
1.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의 변형이다.
2. 선생님이 먼저 시작한다. "자,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발표를 할거예요. 선생님은 안경 낀 친구를 사랑합니다." 하면 안경 낀 친구들이 일어나서 발표를 한다.
3. "선생님을 사랑하는 친구" "오늘 나머지 청소를 안 하고 싶은 친구" 등 전체가 일어나고 싶도록 폭 넓은 질문을 던져도 좋다.
두더지 발표
1. 얼음땡 발표의 변형
2. 문제에 대한 답을 생각했으면 전체가 모두 일어난다. 한 사람이 먼저 발표했는데, 그 사람과 생각이 같다면 자리에 앉는다.
3. 발표에 대한 부담이 있는 친구들에게 활용하기 좋은 방법이다.
앵무새 발표
1. 앞서 이야기 한 친구의 발표를 다시 따라하면서 정리하는 발표
2. 듣기 훈련에 좋다.
번개발표
1. 돌아가면서 빠르게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다.
2. 생각이 안 나면 우선 '패스'
3. 친구들의 이야기를 쭉 듣고나서 '패스'한 친구들도 이야기 할 수 있게 한다.
이렇듯 모두가 부담 없는 발표 형식을 활용해서 모두가 즐겁게 발표하고, 꾸준히 연습한다면 '발표 안 하는 우리 반'도 학년 말이 되면 어느색 쑥~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