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궁금해 한 승진제도의 모든 것(2): 소리 없는 전쟁, '승진 가산점'
저번 글에서 승진을 위한 ‘기본점수’를 알아보았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남들이 다 하는 ‘기본’ 말고, 나만이 가지고 있는 점수가 있어야 승진을 할 수 있다!!!!
바로 ‘승진가산점’이라는 괴물이 그것이다.
승진가산점은 ‘공통가산점’과 ‘선택가산점’으로 나눌 수 있다.
공통가산점은 모든 지역이 동일한 반면, 선택가산점은 지역의 특성에 따라 다르다.
이번 글은 내가 근무하고 있는 충북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니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
우선 공통가산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교육부장관이 지정하는 연구학교 점수.
그야말로 악명 높은 점수지만, 승진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포기할 수 없는 점수다.
연구학교에서 일하면 승진가산점을 매 월 0.018점씩 주는데, 1년을 모으면 0.216점이 된다.(2022년 개정안 기준)
이렇게 5년만 연구학교에서 ‘버티면’, 드디어 상한점인 1.0점을 받게 된다.
이 점수만 있어도 승진이 코 앞에 왔다고 할 정도로 막강한 점수가 생기는 셈이다.
승진하려는 사람들이 기를 쓰고 연구학교로 가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두 번째는 재외국민교육기관 파견 근무 경력.
굉장히 ‘유니크’한 점수다. 아무나 못 따는 점수이니 당연히 가지고 있으면 승진에 유리하다.
월 평정점은 0.015점, 상한점은 0.5점이다. 3년 파견을 갔다 오면 꽉 채울 수 있는 점수다.
세 번째는 연수이수실적.
연 0.08점으로 상한점은 1.0점이다. 이건 쉬우니까 패스.
마지막으로 연구학교만큼이나 악명 높은, 선생님들끼리 빈정 상하게 만드는 점수가 하나 더 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응 실적 가산점.
이 점수 때문에 5학년과 6학년이 얼굴을 붉히고, 저학년과 고학년으로 나뉘어 말싸움을 하는 학교도 허다하다.
연 0.1점씩 꼬박 10년을 받아야 만점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승진을 코앞에 둔 사람들은 0.01점이 아쉬운터라 목청껏 싸울 수 밖에 없게 된다.
결국은 공적과 관계없이 연공서열 순으로 점수를 배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번엔 얘 주고, 다음에 너 줄게. 좋은게 좋은거지~”라는 말과 함께.
그나마 공통가산점은 간단하다.
자, 이제 선택가산점이 남았다. 너무 다양해서 말하기도 힘들 정도.
이건 다시 말하지만 내가 근무하고 있는 충북을 기준으로 한다.
가장 먼저 꼽는 점수는 역시 교육감 지정 ‘연구학교’ 점수.
운 좋게 교육부 지정 연구학교에서 유예 1년까지 써서 5년을 꽉꽉 채웠다 해도,
연구학교 점수 만점(1.25점)에는 0.25점이 부족하다.
이 때! 교육감 지정 연구학교나 실습학교로 가면 무난히 0.25점을 채울 수 있다.
물론 연구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점수 관리’가 필요하다.
이 점수 관리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조금 더 자세히 얘기하도록 하고...
여기에 1정 보직교사, 장학사 경력이 월 평정점 0.015점에 상한점 1.25점이다.
승진을 위해서는 승진 시점 10년 전부터 교무, 연구, 방과후 등 다양한 보직을 두루 거쳐야 1.25점을 안전하게 채울 수 있는 시스템인 셈.
이제 진짜 피 터지는 점수가 나온다.
도서벽지, 농진 점수다.
승진을 위해서는 도서벽지, 농진 학교를 빙빙 돌아야 한다.
전문직을 통해 승진을 할 생각이 아니라면 농진 점수는 필수, 벽지 점수도 웬만하면 받아 놔야 하는 것이다.
15년 정도는 뺑뺑 농진, 벽지를 돌다보면 상한점인 2.0점을 채울 수 있다.
하지만 농진, 벽지도 다 같은 점수가 아니라 가~라 급지로 나눠져 있다.
최대한 점수를 많이 받으려면 가급지, 그게 힘들면 울며 겨자먹기 나급지라도 가야한다. 와우!
한센병환장 자녀 학교 담당, 특수학교 및 학급 가산점은 특수한 경우니 논외로 하고.
승진을 하려면 국가 기술 자격증 하나는 있어야 한다.
누구나 갖고 있는 워드 프로세스 1급! 이거 있으면 만점이다. 0.5점.
여기에 ‘전담근무경력’이 추가된다.
도교육청을 비롯해 직속기관에서 근무하는 경우는 월평정점 0.015, 상한점 0.65점이다.
4년 정도 파견교사로 근무하면 꽉 차는 점수다.
물론 파견 기회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에 학교 과학관이나 발명교실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면 점수를 준다.
마찬가지로 월평정점 0.015, 상한점 0.65점!
이런 점수들을 다 합쳐서 상한점 1.2점을 채우면 만점이다.
마지막으로 교육력 제고 가산점이 있다.
청소년단체활동지도.....월 평정점 0.0027점이다. 상한점은 0.16점. 얘기하기도 싫다.
국정교과서, 교육감 인정도서 집필실적이 있어도 점수를 준다.
연 0.132점, 상한점은 0.264점.
여기에 학력신장 유공 교사, 생활지도 유공교사, 특기적성지도 유공교사 점수도 연 0.1점, 상한점 0.5점씩이다.
이 점수를 다 모아서 1.5점을 만들면 만점!
이렇게 되면 선택가산점 총계가 9.383점이다. 이 점수를 꽉 채우면 승진은 당연한거다.
물론 이 점수를 실제로 다 채우는 건 불가능하고, 일부만 채우게 된다.
공통가산점은 당연히 놓치면 안 되고
농진, 벽지는 기본으로 채운 뒤에 연구학교 점수나 직속기관 파견 점수 정도가 있으면
승진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고들 한다.
물론 승진하기 전까지 0.01점을 계산하면서 살아야 되겠지만.
남은 이야기는 글이 길어지니 다음에 하고자 한다.
다시 한 번 느낀다.
승진하기 더럽게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