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수업 전문성에 대한 이야기
발령 초기에 수업이 알고 싶어 꽤 열심히 연수를 들었다.
원격연수는 별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아서,
출석연수 위주로 들었는데 발령 초부터 4~5년 동안 매년 200시간 넘게 출석연수를 들었던 것 같다.
발령 초에 수학과 관련된 보드게임 연수를 듣고, 술자리에 참석할 기회가 잇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수학 분야에 많은 연구업적을 남기시고 임용문제 출제까지 하신 교감선생님이 계셨다. 자신이 공부를 하다보니 중,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초등학교 선생님이 수학에 대한 전문성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냐고 무시하는 말이 싫어서 박사학위까지 받으셨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그래....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은 그 과목만 공부하니까,
우리보다 더 많이 자세하게 지식을 알고 있으니까,
아이들이 모르는 문제나 그와 비슷한 많은 문제들을 가르쳐줄 수 있으니까,
당연히 초등교사보다는 전문성이 더 높을 수 있는 것이겠지.... 라고 생각이 얼핏 들었다.
뭐... 체육 국가대표 선수보면 밥먹고 운동만 했으니, 당연히 잘할 수 밖에 없지. 라는 말로 우리를 자위하는 것처럼, 나 또한 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은 그 과목만 공부하니까. 라고 생각하며
내가 그 분들보다는 교과에 대한 수업 전문성이 더 낮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된 것 같다.
수업에 대해 공부를 꾸준히 하다보니, 그 전에 가지고 있는 '중, 고등학교 선생님들이 초등학교 선생님보다 수업에 대한 전문성이 뛰어나다.' 라는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에듀콜라에서 처음으로 쓴 글에서 본 바와 같이 배움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과 대화와 상호작용을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주관적인 지식이 객관화되고, 자신의 역량을 기르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전에 부모님들이 예전에 우리는 선생님한테 맞으면서 배웠어요. 라고 자신의 기준으로 말하는 것처럼 나 또한 중, 고등학교 떄 내 기준으로 말하자면 의자에 앉아서 필기하고 정리하고 외우기 바빴다.
아이들이 많은 지식을 효과적으로 암기할 수 있도록 잘 설명하는 것이 배움을 이끌어 내는데 효과적일까?
교사의 설명이 아이들의 대화와 상호작용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아닐 것이다.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은 지식이 아니라 성취기준이다. 성취기준과 배움이라는 두가지를 아이들이 함께 잡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대화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성취기준에 맞는 주제를 교사들이 선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교과에 대한 지식이 많다면, 그러한 주제를 잡는데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교과에 대한 지식이 많다고 해서, 교사가 설명에 그치거나 대화와 상호작용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수업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다. 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교사의 교과에 대한 많은 지식=수업의 전문성 의 등가가 성립되지 않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중, 고등학교 선생님이라고 해서, 또는 초등학교 교사라고 해서 교과에 대해 무조건적인 더 전문가, 덜 전문가 평가하지 않는다.
'교과에 대해 바라볼 수 있는 교육과정과 배움을 일으킬 수 있는 주제 선정과 수업 디자인을 접목시킬 수 있는가'가 진정한 교사의 수업 전문성이 아닐까 생각된다.
교과의 지식이 있는지 없는지 평가하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이제는 변화하는 사회에 맞춰서 역량을(창의적 사고역량, 협업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배움을 디자인하는 사람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