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잡설 #2. 필통
필통.
단순히 필기구를 넣는 물건.
90년대의 학용품들은 대부분 거기서 거기였고 문구점에서 파는 것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필통도 그랬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의 필통이 비슷비슷했다.
천이 아니면 플라스틱 필통... 혹은 쇠필통
그 플라스틱 필통 중에서도
뭇 남학생들의 마음을 훔친 것이 있었다.
이걸 가지고 학교에 오는 녀석들은 다가오는 친구들을 보면서 다들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7단변신필통(왜 7단변신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때 이렇게 불렀던거 같다.)
지금 검색해보면 이름이 다양하다. 3단변신, 6단변신....(변신도 안하는데...)
바로 이런 식으로 생긴 필통이었는데 재질은 플라스틱과 비닐이었다.
나는 저 자석으로 된 필통 뚜껑이 참 마음에 들었었는데 '탁'하고 달라붙는 게 참 신기했다.
(하지만 오래되면 가운데에서 자석이 빠지거나 저 비닐 뚜껑이 찢어지거나....)
저렇게 모든 기능들을 오픈할 수 있었는데 사실 수업시간에 써봤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친구들의 필통을 보며 제일 부러웠던 건 저 연필깎이가 붙어있는 거였다.
여섯개의 버튼들의 기능이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1. 연필트레이를 들어올리는 기능
2. 돋보기를 꺼내는 기능
3. 지우개 보관함 뚜껑
4. 필통 옆부분 열기(이건 확실히 기억이 안난다.)
5. 연필깎이 꺼내기
하나는 뭐였을까....
이 필통은 뒷면도 열렸었는데 저렇게 시간표와 달력과 주별 계획을 다 적을 수 있었다.
(근데 저 당시에는 저게 뭔지 잘 몰랐던거 같다.)
그것보다 내가 더 좋았던 것은 필통 앞뒷면의 뚜껑에 비닐이 달려 있어서 거기에 이것저것 사진들을 넣을 수 있었다는 거다.
지금 생각해보니 새거는 아니고 누가 쓰던 걸 얻은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는 너무 힘들었다.
90년대의 물건들은 조잡한 것들이 많아서 잘 고장이 났고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지맘대로 튀어나오는 녀석들 때문에 고생이 많았다.
지우개는 지우개 함에 맞아야 해서 보통 점보 지우개들은 들어가지도 않았고 네모기둥 같은 지우개를 찾아야 했다.
(톰보우 지우개는 사실 중학교때 많이 쓴거 같은데)
(그래서 그냥 연필 많이 써서 작아지면 연필트레이에 점보지우개를 넣었고)
더불어 지우개 하나는 보통 글씨를 지우기 보다는 지우개 똥을 만들어서 별을 만들거나 장난감으로 많이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근데... 찾아보니 장인들이 엄청 많다.
(이야기가 옆으로 새버렸다....)
그 당시 우리에게 필통은 지금 학생들에게 스마트폰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ps. 글을 마무리 하면서 기억에 뭐가 남나 떠올려 보니 필통으로 칼싸움 하고 했던 것도 기억이 난다. 그럴 때 마다 변신필통을 가진 친구들은 참 힘들어 했다. 난 쇠필통이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