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이 되었다.
회장
[명사] 1. 모임을 대표하고 모임의 일을 총괄하는 사람.
굳이 이런 뜻을 모르더라도 회장은 조직에서 높은 사람이다.
그래서 우리는 회장이 되었다고 하면 모두 박수를 받거나 거수를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 이상한 회장이 있다. 회장이 되면 주변은 좋아하지만 당사자는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1. 선거운동
다들 바쁘다. 대체로 2월 초 즈음이면 후보 중 몇명들은 당선 여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다.
"DDD 회장하면 좋을거 같은데?"
"니가 좀 해줘~"
이런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은밀히 돌기 마련이다.
#2. 후보 등록
보통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회장은 단독출마다. 이건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후보로 한명이 옹립되면 다른 후보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출마를 포기한다. 물론 그 후보는 자신이 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회장이니 당연히 주변에서 추천한다.
#3. 선출 및 취임식
선거니 당연히 민주주의의 형식을 띈다. 모두 1인 1표. 민주주의의 꽃은 투표다. 후보가 자신이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순간 만장일치가 성립이 되고 모두 박수를 쳐준다. 민주주의에서 만장일치가 나오기 쉽지 않다고 하는데 우리는 1년에 한번은 경험하기 마련이다. 전임회장은 환희와 안도의 눈물을 흘리며 다음 회장을 축하해준다.
#4. 당선인사.
입후보 한지 3초만에 당선이 된 회장은 마음이 급해진다. 주변에서는 (내가 아니어서) 고마워 하는 눈빛과 (미안해서) 안쓰러워 하는 눈빛이 동시에 보인다. 당선인사를 하라는 주변의 분위기에 "열심히 하겠습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라는 멘트를 하기 마련이다. 얼굴은 웃고 있기 마련이다.
#5. 당선인사 후
다음 회의를 진행하느라 회장에 대한 축하는 금방 끝난다. 회장은 다음 회의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저 지금을 느끼고 있을 뿐.
#6. 회의 후
회장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환영회를 준비하는 일이다. 모든 권한을 부여 받았으나 회장이 마음대로 하기는 어렵다. 회장위에 관리자들이 있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혹은 누군가 탈퇴하겠다고 이야기하면 그것 또한 난감하다. 회장의 부덕의 소치이니 어쩌랴.
#7.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장들은 회장의 책무를 다 할 것이다. 회장의 책무는 보통 다음과 같다.
1. 환영회를 준비한다.
2. 회원의 경조사를 챙긴다.
3. 학기가 끝날 즈음 마무리 회식도 준비한다.
4. 연말 환송회를 준비한다.
5. 다음 회장이 선발되기를 기다린다. (연임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때는 눈은 웃으나 입은 울고 있다,)
#8. 무슨 회장이냐고?
학교 교사들이면 다 알 친목회장이다. 회장이긴 한데 회장이 아니다.
#9. 친목회장의 소원은
의전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똑같은 영향력의 1표를 가지는 것.
1년동안 아무도 불만을 가지지 않기를.
회원들의 가족들이 모두 모두 무병장수하시길.
회원들이 멀리서 결혼하지 않기를 .
#. 마치면서
전국 어디선가는 자신의 환영회를 자신이 준비하는, 누군가의 입맛에 맞는 회식을 준비하는, 학교 전직원이 다 들어갈 식당을 찾는, 친목회 회원도 아닌 분들도 오시라고 독려하는 회장님들도 많겠죠? 1년동안 화이팅입니다. 기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