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한 교사 책을 읽다. 1. 선생하기 싫은 날 part1.
2015.10.12 글입니다
선생하기 싫은 날 part 1.첫사랑 첫눈 그리고....
독후감을 가장한 내 첫 교직 이야기.
그 전까지는 복직한 후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데 사실 이건 매일매일이 비슷비슷하다.
그래서 복직교사의 이야기는 쓰기가 쉽지 않다. 쉽지 않아서 복직한 교사는 이것저것 고민하다 계속 책을 읽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많은 책들이 자기계발서다. 사실 이런 글들은 부담스럽다. 다 자신이 대단하다는 내용의 글들이라서;;;;;
나에게는 경험담이 더 입맛에 맞아서 그런 책들을 보고 공감하며 웃고 울고 하고 싶었다.
그러다 찾은 책이 바로 이거다.
이 책에 대한 평을 하자면 교사를 하고 있는 혹은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용에 대해 공감하게 될 거다. 그렇기에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았고 서평이라 칭하고 내 경험담들을 말하고 싶었다. (우려먹을 수 있을때까지 우려먹어 볼테다.) 또한 앞으로 이어질 파트들의 부제목은 책의 소제목이 되겠다.
다들 그렇긴 하겠지만 내 교직 인생은 편하지 않았다.(사실 내 삶 자체가 참 다이나믹 했던 듯 하다. 이것도 다들 그렇겠지만....)
2004년 처음 기간제를 했다. 3월 한달 2학년 담임. 매일매일 에듀넷을 뒤져가며 ppt를 다운 받고 공부하며 다음날 수업을 준비하고 퇴근했었다. 그 당시 내가 제일 힘들었던 여자아이가 있었다. 수업하던 첫날부터 당황했는데 1,2교시에는 정말 손도 많이 들고 열심히 공부하던 아이다. 3교시가 되면 잠바를 뒤집어 쓰고 엎드려 있었다. 뭐하나 잠바를 들쳐봤더니 샤프지우개로 코를 파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잠바를 뒤집어 줬다. 4교시. 갑자기 아이가 손을 번쩍 든다. 그리고는 밝게 외친다.
“선생님 저 집에 가고 싶어요!!!”
라고 외치며 헤맑게 웃는 그 아이.... 그 순간 누가 망치로 내 머리를 세게 때리는 듯 한 느낌이었다. (크로캅에게 하이킥 맞으면 이런 느낌이려나...) 또한 머릿속에서는 순간 많은 생각이 맴돌았다.
‘(내 어릴 적부터 며칠전 기간제 계약할 때 까지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이래서 직장인들이 로또를 하는구나’
‘나한테 왜 이래?’
일단 아이를 달래서 앉혀놓고 수업을 진행하고 나서 애들을 보내놓고 난 후 한시간 넘게 멍하니 있다가 엄청 고민을 했다.
‘교감선생님에게 가서 못한다고 이야기할까?’
‘첫날부터 이러면 나는 이제 교사 어떻게 하지?’
그러다 결심했다.
‘오늘만 더 해보자. 하루하고 그만두는 건 그렇잖아?’
다음날. 2교시까지 열심히 잘하던 그 아이가 3교시에는 그냥 책상에 엎어지고 4교시에는 집에 가고 싶다고 한다. 이제 남은 건 사표쓰는 거구나 할 때 뒤에서 여자 아이 한명이 말한다.
“ 선생님 쟤 1학년때도 그랬어요.”
그 말이 엄청 감동이었다. 마치 천사의 말 같았다. 그리고나서 보니 그 아이는 뭔가 달랐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랬고 수업에서도 그랬고 모든게 그랬다. 1학년때 담임선생님이 같은 학교에 계셔서 가서 여쭈어 보니 1학년때는 더우면 덥다고 하면서 옷도 벗으려고 했다고 한다. 보름 정도 한참 아이를 보고 고민을 하다가 집에 전화를 했다.
“어머니, 이 아이가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전화를 드린 건 집에서 쓰시는 교육방법이 있으시면 저도 그 방법을 써보고 싶어서요.”
어머니는 당황해하시긴 하셨으나 아이의 행동들을 묵묵히 들으시고 집에서 딱히 하는 방법은 없지만 이리저리 지도한다고 이야기하셨다.
“ 그러면 저도 교실에서 조금 더 많은 방법을 찾아볼게요.” 라고 말씀드리고 통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서는 그 아이 주변에 나를 좋아하고 친구들을 잘 챙기던 학생 두명을 붙여놓았는데 그 아이는 자신의 도우미 두명과 참 많이 다퉜다. 그래서 도우미들을 한참 달래주기도 하고 달래주다 늦게 보내서 아이들 부모님한테 혼나기도 하고.....
그러다 일주일이 더 지났다. 그랬는데 아이가 편지를 가지고 왔다. 어머니가 보내셨던 거였다. 통화가 끝나고 한참을 우셨단다. 1학년때도 괴로우셨는데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 했는데 2학년이 되어서도 그대로라고 하니 너무 슬프셨단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는데 결과를 받는게 1주일이 걸린단다. 그 편지를 읽고 너무 충격이었다. 하루 종일 우울했다. 그리고 무서웠다. 그 아이는 정상일지 모른다. 다만 조금 느릴 수 있는 아이를 내가 전화 한통화로 장애인으로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 후 나는 그 반의 담임 기간제가 끝났다. 그래서 더 그 집에 미안했다. 진짜 담임선생님은 경험이 풍부하신 분이다. 그 분이 오셨을 때 그 아이에 대한 판단도 더 잘하실 수 있으실거고 더 많은 지도를 해주실 수 있었을 거다.
나는 성급했던게 아닐까?
이 경험은 작년에 2학년 담임을 할 때 많은 도움을 주었다. 시간내에 해야 하는 게 아니면 아이들을 강제로 끌어당기지 않으려 했다. 천천히 아이들을 있는대로 받아주고 토닥여 주었다. 처음하는 저학년은 정말 쉽지 않았다. 다만 아이들이 참 귀여웠다. 집에 보내고 나면 혼자 미소짓는 경우가 매일매일이었다. 그리고 10년전이 생각나서
아이들을 기다려주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급한 성격에 인내라는게 정말...) 오히려 엄마들이 자기 자식 때문에 걱정하시는 걸 기다리고 천천히 하자고 달래드리는 경우가 많았던 듯 하다.
그래서일까? 작년 교원평가에서 학부모 평가에 쓰여진 서술형과 내가 학년말에 개인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나온 어머님들의 평가다.
내가 신규때 2학년 담임으로 교직에 첫 발을 디뎠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2014년 2학년 담임을 또 했다. 그 사이의 나는... 많은 발전이 있었을까? 그때 그 경험은 나를 많이 발전시킨 듯 하다.
아직... 개인적으로는 손톱만큼은 성장한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