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책을 만나다] 결혼식 전날
2015.10.06 글입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의 반정도는
결혼을 하신 분이겠죠?
다른 선생님들과는 달리 제가 추천하고픈 책은
만화입니다.
바로 이름하여
결혼식 전날.
만화자체는 옴니버스식 구성이라 에피소드별 내용이 있으므로 큰 줄거리는 없습니다.
각 에피소드 또한 등장인물이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각 에피소드 마다 주인공 두명과 몇몇 조연들이 나오지요.
읽고 나면 마치 이 영화와 비슷한 느낌이 든달까요?
다만 그 사랑이 부부가 될 두명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형제를 바라 보는 마음으로서의 사랑, 부녀간의 사랑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랑이란 건 사실 정말 다양하지요.
(뭐 더 이야기하면 스포가 될테니..)
만화는 자극적이지 않습니다. 대부분 잔잔한 분위기로 흐르며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데요.
결혼하신 분들은 결혼식 전날 무슨 생각을 하셨었나요?
사실 저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왜냐구요?
결혼식 전날 2학년 담임을 하던 저는
학생들을 데리고 소풍을 갔거든요.....
소풍날 아침에 버스가 고장나서
아홉시에 도착해야할 소풍장소에는 열한시에 도착했습니다.
2학년이라 애들이 뭐 잃어버리고
울고 불고 힘들었습니다.
소풍이 끝나고 추리닝에 야구모자를 쓰고 호루라기를 맨채로
사회를 볼 친구와 함께 KTX를 타고
결혼식을 하러 내려갔습니다.
부모님이랑 장인장모님이랑 와이프가 같이 있던음식점에서는
저와 제 친구 모습을 보고 방으로 들여보내주지 않았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신랑이란 말이다!!! 이X들아!!!)
그런 일을 겪고 겨우 호텔에 들어서서 야경을 바라보고서야
내일 결혼하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 무언가 이제는 변한다는 것.
그런 마음이 많이 들더군요.
이 만화를 보시면 아마도 무언가 여운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림체와 연출 모두 훌륭한 만화인데 대사 또한 좋습니다.
주변 책방에 혹은 서점에 있다면 이분들에게 강추 합니다.
1. 결혼이 얼마 안남은 분
2. 결혼한지 오래 되신 분
3. 결혼이 어떤 건지 주변인으로서 느껴보고 싶으신 분
마음에 드는 대사들
"뉴욕에 온 놈들 태반이 그런 녀석이야.
여기에 있는 것 만으로 뭔가 달라진다거나 그렇지는 않아.
오히려 시간이 흘러 냉정을 찾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게 오히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단 사실을 깨닫게 되지.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는거 아닐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말이야
누군가에게 사랑받으려고 하지 않아도 돼
그보다 먼저 당신이 누군가를 사랑하면돼."
마음에 들었던 장면
이건 밑의 만화랑 저는 연상이 되더라구요
(꼭두각시 서커스라는 만화인데 이것도 정말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