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의 학교문제집]6.학부모가 찾아오다.
교사가 된 이후로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 일들은 종류도 다양하다. 학교폭력일 수도 있고 그저 내게 버거운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하여 이번 시리즈 제목은 [딩크의 학교문제집]이다. 내 교직경력은 <56655-6652-전담56> 이다. 10여년을 하면서 기억나는 일들, 그당시 적어놨던 것들(안적었던 것도 많겠지만...)과 떠오르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정리해서 시리즈로 적어보려 한다. 이렇게 작성하다 보면 혹자는 내 경험을 공감하거나 혹자는 내가 실수하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 비판도 할 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만한 부분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 믿는다. 수많은 간접경험을 통해서 나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거나 혹은 위안을 얻기를 바라며 시작해보련다. ps. 연도의 순서는 왔다갔다 할 수도 있을 듯 하다. |
prologue.
며칠전 일이다. 아이들과 점심을 먹으려고 급식실로 내려가는 데 학부모로 추정되는 분을 2층에서 보고는 내려갔다.
점심을 먹고 있는데 동료 선생님이 오시더니
"선생님반 대현이가 어제 방과후 시간에 3학년 애를 때려서 학부모가 애 보고 싶다고 교감선생님을 찾아왔는데 교감선생님이 출장이시라 안계시다 하고 담임선생님께 말씀드리겠다고 하고 내려온거야. 한번 가봐."
라고 말씀하셨다.
대현이(가명)는 보육원 아이인데 부모가 찾아왔다는 건 혹여 좋지 않은 일이 생길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1. 무슨 일이었는지 알아보다.
점심을 먹다 때렸다는 아이가 옆에 있어서 데리고 나와서 무슨 일인지 물어봤다.
그 아이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 방과후 클레이를 하는데 3학년 아이가 클레이를 동그랗게 말아서(지우개똥처럼) 제 책상에 올려놨어요. 그래서 저는 그걸 던졌는데 걔가 피해서 몇번 더 던졌어요. 그리고 나서 제가 또 클레이로 만드는데 걔가 또 던져서 제가 맞은거에요. 그때 정말 화가나서 제가 때렸어요."
" 그래도 니가 6학년이고 그 아이가 3학년인데 그렇게 하면 되겠냐. 다음에 화나면 니가 화풀이를 직접 하지 말고 선생님들한테 이야기해야지."
라며 혼내기도 하고 다짐을 받기도 하고 했다.
그러면서 방과후 선생님은 뭘 했는지 어떻게 대처했는지 물어봤다.
#2. 3학년 담임선생님이 찾아왔다.
아이에게 대충 상황은 들었고 학부모가 애를 만나고 싶어 한다 해서 데리고 갈까 고민하던 찰나 3학년 담임선생님이 찾아왔다. 지금 학부모가 왔는데 이 학부모는 좀 까다로운 분이라는 거다. 그래서 순간
'혹여라도 대현이(가명)가 보육원 아이라 그렇다는 식으로 이야기만 해봐라!'
'부모교육을 어떻게 받았냐 라는 이야기만 해봐라.'
'부모 이야기만 나와봐라.'
라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3. 학부모를 만났다.
아버지
"제 아들이 클레이수업시간에 대현이에게 클레이로 장난을 친 모양입니다. 아마 똥모양으로 만들어서 대현이 책상위에 올려놓았나봐요. 그래서 대현이가 제 아들에게 여러번 클레이를 던졌어요. 제 아들은 그걸 다 피했구요. . 제 딸도 같은 클레이반에서 수업을 하고 있었는데 대현이가 자기 동생에게 클레이를 던지는 걸 보고 화가 났나 봅니다. 그래서 클레이를 대현이에게 던지고선 자신은 자기는 고개를 숙였답니다. 그 클레이가 대현이에게 맞았는데 대현이는 그게 제 아들이 한 것이라 생각해서 화가 나서 제 아들 목을 밀쳤는데 아이가 넘어지면서 벽에 부딪혀서 혹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 일을 보니 아이가 폭력적인 행동이 문제가 되지 싶어서 아이와 조용히 이야기하고 이런 일이 두번 다시 없도록 다짐을 받고 싶어서 왔습니다. "
나
"아버지. 아이가 맞고 와서 그 속상한 마음은 저도 알겠어요. 저희애가 아직 어린데 이 아이가 누구랑 놀다 밀려서 넘어져도 속상한데 어떤 마음인지 정말 이해되요.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 아까 제가 점심시간에 혼내기도 했어요. 아이도 반성 많이 했구요. 그런데 아버지가 또 보고 가시겠다고 하면 이 아이는 두번 혼나는게 되요. 그리고 어른이 만나고 가면 절대로 일이 작게 해결되지 않아요. 그래도 또 보시겠어요?"
아버지
"선생님께서 이미 벌써 이야기 하셨다니 전 안봐도 될 거 같습니다."
나
"그럼 그건 그렇게 알겠습니다. 그러면 또 원하시는게 있을까요?"
아버지
"사실 이번 뿐이 아니라 작년에도 지나가다가 제 아들이 대현이를 이름 가지고 놀렸는데 대현이가 머리를 한대 때렸습니다. 두번이나 이런 폭력적인 사건이 일어나니 세번째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어서 자신이 조용히 아이와 이야기하고 다시 이런 일 없도록 하겠다는 확답을 받고 가고 싶었습니다."
나
"(뭐야 이건? 이건 본인 자식이 먼저 잘못한 것임을 자신도 아는데 왜 대현이에게 확답을 받으려는거지? 이분 무슨 생각인거야?) 아버지. 이미 이건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고 학교에서 지도하고 있으니 그건 안하시는게 맞을 거 같아요"
아버지
"두번이나 이런 일이 있었고 세번째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리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아이가 폭력적인 행동을 한 것은 좋은게 아니잖습니까."
나
"물론 때린 건 대현이가 잘못한거에요. 하지만 지금 아버지가 말씀하신 내용을 제가 들어보니 아드님이랑 그 누나가 잘못한 것도 있는 거잖아요. 그것도 같이 지도가 되어야 할 거 같아요."
아버지
"아. 물론 그건 집에서 제가 이야기 했습니다. 하지만 대현이가 보인 폭력행동은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지나가다가 혹시라도 이런 일이 또 있으면 어떻게 합니까? 우리애가 맞거나 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물론 저도 아이에게 형들에게 까불지 마라라고 이야기하지만요. 그리고 저는 아이들이 싸우면서 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일은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기에... "
나
"아버지, 지금 그 이야기는 대현이가 아드님이 지나가면 아무 이유 없이 때릴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버지
"............"
나
" 지금 아버지의 두가지 사례를 보면 먼저 시작한 건 저희반 아이가 아니라 아버지 아들이 먼저 시작했잖아요. 물론 대현이가 때린 건 잘못이지만 대현이가 설마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지나가는 애들을 때리는 아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시죠?"
아버지
"............."
나
"그러면 이 문제는요. 제가 생각할 때는 둘다 잘못하고 한 부분이 있고 저희 아이는 지금 그것에 대해 반성도 하고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학교에서 일어난 문제이니 학교에서 담임선생님들 지도하에 해결할 문제인거 같아요. 아닐까요?
그리고 아이들이 싸우면서 크는 거다라는 아버지 말에 동의는 해요. 하지만 더 좋은 건 싸우지 않는 거고 혹여라도 싸우게 되면 아이들이 뒷처리를 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그런 게 없었잖아요? 그건 저희가 지도할게요."
아버지
"네, 맞습니다. 그러면 선생님들을 믿겠습니다."
나
"네 감사합니다. 혹시 더 필요하시거나 하신게 있을까요?"
아버지
"아니요."
그렇게 헤어졌다.
#4. 학부모를 보내고 난 뒤..
헤어지고 나서 교무형에게 물었다.
"형 혹시 나 실수 한거 있어?"
"아냐 잘했어."
"아. 나 진짜 중간부터 정말 욱했는데 참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자기 자식이 먼저 잘못하고 일어난 일인데 자기 자식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안하고 우리애보고 다짐 받으러 왔다는 건 정말 아니잖아!"
"그래. 잘 참았어. 너 중간에 욱하려고 하는 거 보이더라. 그래도 잘했어. 우선 찾아오는 학부모는 공감해주는 게 우선이잖아. 그리고 니가 보육원 아이라서 더 그런 것도 있는거 같아."
교무형 옆자리에 앉아서 분이 넘치고 아이의 사정을 생각하니 눈물이 살짝 고였다.
#Epilogue
그런거 같았다. 보육원 아이라 내가 더 그랬다는 생각이 있다. 보육원 아이가 무작정 불쌍한 것은 아니다. 왠만한 일에서는 아이가 불쌍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쪽은 부모가 와서 아이에게 뭐라 할 것을 상상했더니 아이가 너무 불쌍했다. 만약 정말로 그 학부모가 보육원 어쩌고 저쩌고 했으면 내가 폭발했을 수도 있었을거 같다. 물론 대현이는 잘못했다. 두번세번 생각해도 잘못했다.
하지만 나이가 먹어가면서 우리반 아이들이 단순한 우리반 아이가 아닌 내 아이로 점점 여겨진다. 나는 내 아이가 불필요한 불편한 상황에 놓이기를 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