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제국 운영법] 7. 매달설문지 - 당신의 다음 달을 위하여
[진영제국 운영법] 7. 매달설문지 - 당신의 다음 달을 위하여
대부분의 교사들은 자신의 학급을 운영한다. 진영제국 운영법은 본인의 학급운영방법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학급운영법은 본 교실에서는 효과가 있던 것들이다. |
#prologue
우리는 항상 듣는다. 3월 한달은 정말 소중하다고 말이다. 이 한달동안 일년농사가 정해진다고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래서 3월 첫날은 교사들이 1년동안 가장 많이 준비하는 기간이다. (교실 환경부터 첫날 6교시까지 할 것 전부 준비하니 말이다.)
그런데 이 3월이 사실은 눈을 감았다가 뜨면 후루룩 사라지는 달이기도 하다.
#1. 3월 한달이 실패한다면 끝인가?
"첫날 아이들을 꽉 잡아야 한다."
"3월 첫 2주는 황금의 주간이다."
"1년을 성공하고 싶다면 3월이 답이다."
나를 포함해서 당신들도 2월 말 혹은 신규때부터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3월 한달은 쉽지 않은 한달이다. 학급운영을 위해 이것저것 정해야 하지만 3월 한달은 의외로 업무도 많은 달이다. 또한 한달동안 아이들을 파악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규칙을 인지시키고 습득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면... 우리는 이 3월이 지나가는 동안 교사가 원하는 수준까지 학생들을 도달시키지 못했다면 끝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배우 박중훈씨가 한 말이 있다.
3월이 후루룩 지나가도 내 목표가 어디 있는가를 잘 정해놓는다면 분명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2. 매순간은 돌아오고 나는 미남이 아니다.
교직의 큰 장점 중 하나는 1년이 도돌이표라는 것이다.(완벽히 똑같지는 않지만.. 그리고 매년 같은 달에 같은 이유로 허덕이는 건 비밀로 하자.)
동료교사들과 흔히 하는 이야기 중 미남미녀면 학급경영을 따로 할 필요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얼굴로 학급경영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교사의 얼굴을 보며 힐링을 하고 교사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마음을 녹인다. 이것이 얼굴경영이다.
#3. 미남이 아니니 매순간 돌아본다
내가 미남이었으면 매일매일 앉아서 가만히 있었을 거다. 하지만 곧미남인터라 무언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매년을 조금씩 수정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한해를 마무리 지으며 '내년에는 이건 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던 것 들 중에는 비슷한 것들이 많이 있었으나 새학기가 시작하면 항상 까먹는다. 해서 결심하는 주기를 매해가 아닌 매달로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
매달 나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다면 나는 좀 더 나은 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 방법은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봤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아이들에게 묻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물어볼지를 생각해 봤을 때 꽤 고민이 되었다. 직접적으로 아이들을 모아놓고 물어 본다면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을 듯 하여 설문지를 사용해보고자 했다.
#4. 이름하여 매달 설문지
설문지를 해서 나 스스로를 피드백하겠다고 하자 친구가 말렸다.
"너 상처입어. 내 친구 했다가 애들이 비판이 장난 아니어서 두 번 다시 안했대."
그래서 문구를 잘 생각해보기로 했다. 피드백을 할 때 장단점을 물어보려 했는데 다음과 같이 문구를 바꿨다.
<선생님의 장점은?> - <선생님의 좋은 점은? >
<선생님의 단점은?> - <선생님에게 아쉬운 점은? >
변화의 폭은 크지 않지만 나름 상처를 받지 않으려는 자구책이었다.
설문지는 되도록 매달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부족하면 최소 1학기에 2번 정도는 진행했다.
위의 설문지는 초창기 버전이고 이걸 기준으로 수정해서 조금씩 쓰고 있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받아봤는데 아이들이 시험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자신들의 이름을 그냥 쓰는 아이들도 있었고 불성실한 답변도 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현재는 기명으로 하고 있다.
저 질문들은 몇가지 기준으로 만든 것이다..
첫번째. 학생에게 변화가 있는 달이었는가?
두번째. 교사로서 반성할 부분이 있거나 더 많이 해줄 것이 있는가?
세번째. 교사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학생들이 교실안에서 보는 부분이 있는가?
#5. 의도한 효과
( 교원평가는 반대한다. 그 문항들은 교사를 평가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평점은 보지 않고 서술식만 보는 편이다..)
효과1. 학생들의 반응.
학생들은 대부분 성실하게 질문에 답하지만 자신이 생각하기 어려운 질문들은 넘어가는 학생들도 있다. 다음은 여학생이 쓴 답변이다.
우리반 학생들은 꽤 적극적인 편인 아이들이 많다. 부장반이라 아무래도 아이들이 심부름을 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데 학교도 작아서 힘쓰는 일을 많이 해야 한다. 그런데 그때마다 주로 남학생들을 보냈더니 이 여학생이 이것을 편애한다고 보는 것이다.(더군다나 이 여학생은 체격이 작아서 힘쓰는 일에는 잘 안보낸다.) 물론 내 기준에서는 이 학생은 오해를 하고 있지만 이 학생에게는 심각한 이야기일 수 있다. 이런 것은 조금 바쁘다 보면 쉽게쉽게 지나갈 수 있는 일이기에 설문에서 나온 것은 좋은 현상이다 .
효과2. 학생들의 자기 돌아보기
다음 사진은 학생이 스스로 자신을 돌아본 내용이다.
이번에 한 설문조사에서는 스스로 칭찬하고 반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위와 같은 질문을 했는데 이 학생은 그에 맞게 잘 걸려들었다. 사실 스스로를 반성하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솔직한 모습이 참 고마웠다.
#6. 의도하지 않은 효과
저 설문지를 학생들에게 주면서 의외로 놀랐던 것은 <선생님은 ( )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 이것이다.
이 질문에서 학생들은 정말 다양한 대답을 주었다.
이 설문방식을 사용해보려는 분들께는 이 질문을 꼭 넣을 것을 추천한다. 학생들의 이 대답들을 잘 보면 학생들의 창의력, 어휘력 등이 보인다. (물론 내 기분도 좋다.) 물론 모든 학생이 창의적인 답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X라고 표시하는 학생들도 많다. 하지만 여러번 하다 보면 수업시간에는 보지 못했던 학생들의 재능을 볼 수 있다.
#Epilogue
설문지를 처음 시작할 때는 두려움이 있었다 .
'여기에 내 욕을 써놓으면 어쩌지?'
'수업이고 뭐고 완전 재미없다고 생각하면 어쩌지?'
하지만 그런 내용이 들어온다고 해도 나를 반성하고 발전시켜보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이 몇달동안 쌓이다 보니 내 스스로에 대한 피드백도 되고 학생들에 대해 파악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다.
또한 학급운영을 하면서 학생들이 불편해 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내가 납득할 수 있다면 그 다음달 설문지 내용을 토대로 학생들이 불편해 하는 것을 고칠 수 있었다.
3월은 분명 학급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달이다. 하지만 당신이 매달 혹은 일정기간 동안의 설문을 하고 자신의 운영방법에서 문제점을 찾고 고칠 수 있다면 실패한 3월보다는 점점 행복해지는 매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