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담임일기] - 6월편
2학년 담임일기 6월편입니다.
#6월 1일
아이들과 빌딩북을 만들었고 남자아이들은 울버린이 되었다.
#6월 5일
모든 게 완벽했다.
집에 오기 바로 직전에 아이 둘을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오늘 2학년을 데리고 가는 수족관은 참으로 긴장되었다. 움직일 때마다 아이들을 세고 어딜 가도 세고... 옆반 아이들이 길을 잃어서 같이 줄 세우고... 집에 가려고 마지막 으로 확인을 하는데 둘이 없다. 수족관을 다 뒤져도 없다..
카운터에 가서
“여기 혹시 cctv로 아이들을 찾을 수 없을까요?”
“그건 안되구요 인상착의를 좀 알려주세요”
“아..네 걔네들은요...”
라고 하고 출구를 보는데 둘이 지나간다
“쟤네처럼 생겼어요! 야!”
"야 니네 어디 갔었어!"
"선생님이 안보여서..."
"그래서 뭐?"
"저기 뛰어갔는데....."
"내가 어!"
라고 하다가 아이들의 눈을 보고는... 그냥 멈췄다.
돌아오다가
"그래서 어디 갔었냐?"
"가방앞에 가있었어요."
녀석들.. 그래도 잘했네.
#6월 14일
급식시간.
연민이는 맛있는 요구르트는 두고 밥을 더 받으러 다녀왔는데 자기 요구르트가 빈통이다. 슬퍼서 영양선생님에게 말했으나 못준다는 답변만 받았다. 점심시간 내내 교실 밖에서 빈 요구르트통을 만지며 눈물을 그렁그렁.
하교시간..
그제 받았던 독서퀴즈 상품을 들고 가다가 다시 와서
"누가 내 거에서 하나를 빼먹었어요~"라며 세상 억울한 표정이다.
2학년. 요구르트와 사탕이 없어지니 세상이 무너진다.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위해 영양교사랑 통화하니 영양교사가 자리를 잠깐 옮긴 사이 연민이가 요구르트가 없다고 배식원 1에게 왔음. 배식원 1은 우리는 똑같이 하나씩 줬다. 라고 하고 보냄.(평소에 요구르트가 나오면 다 먹고 지 안받았다고 하는 애들이 있어서..) 연민이는 우울함. 허나 포기하지 않고 배식원2에게 가서 받음. 받고나서 요구르트를 마심. 그런데 분이 안풀림. 배식원 3에게 가서 왜 나를 의심하냐고 따짐. 배식원1,2,3은 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음.
차후에 영양교사가 연민이 슬펐냐고 물어보니 고개만 끄덕끄덕..)
결론은 요구르트는 받았음.
#6월 14일
얘들아 내 귀가 두개긴 한데....
한번에 여러 이야기는 듣지 못한단다.
그러니.... 물어본 사람만 대답해주렴..
#6월 15일
"선생님 공부도 많이 안했는데 땀이 나요."
어.... 안했으니까.....
#6월 18일
얘들아! 선생님은 앞에 있어~
아니아니.
거기 말고.
앞에!
#6월 20일
얘들아..
손씻고 오라라니까?
아니아니~
코파지 말고!
#6월 21일
교실에 있을 때는
우리반은 왜 이러지 하다가
같이 모이니
우리반만 이런게 아니구나 싶다.
#6월 21일
오늘은 과학축제.
아이들을 데리고 코너를 인솔하다가 코드앤 고라는 코너에 왔다. 학부모선생님들이 준비를 하고 계시고 아이들에게 설명을 하는데 우리반 하중이가 계속 쥐돌이를 만진다. 버튼을 누르면 명령어를 입력하는 거라 아마 혼자서 계속 만지고 있는 거 같다. 학부모 선생님이 설명을 하면서 하중이의 손을 잡았다. (만지지 말라는 의미로.)
그런데 하중이가 학부모 손을 밀쳐낸다.
학부모가 하중이 손을 잡는다.
하중이가 밀쳐낸다.
학부모가 하중이 손을 잡는다.
하중이가 밀쳐낸다.
학부모가 하중이 손을 잡는다.
하중이가 밀쳐낸다.
학부모가 하중이 손을 잡는다.
하중이가 밀쳐낸다.
이 모습을 계속 보고 있노라니 웃음이 난다. 마지막에 그 모둠을 지도하는 학부모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얘들아.. 내 말은 듣고 있는거지?ㅠㅠ“
#6월 21일
어느날 대영이가 말했다.
“아. 허리아파...”
그러자 보람이가 대답했다.
“아프면 병원가~”
“야. 병원가면 뭐하냐? 병원가봐야 치료받으라고 하지.”
“치료 받으면 되잖아?”
“치료 받아봐야 빨리 안나~ ”
“그래?”
“빨리 안나면 뭐라 할지 알아? 그럼 수술하라고 할거야. 수술하면 나을거 같지? 재활치료하는데 시간이 엄청 걸려. 시간이 오래 걸리면 다 낫나? 그렇지도 않아~ 그러면 계속 아프지? 결국 의사들이 하는 말은 다 똑같아.. 거기서 거기야~ 시간은 시간대로 들고 몸은 몸대로 아프고 돈은 돈대로 들고..”
#6월 21일
때는 바야흐로 여름시간. 가족에 대해 배운다. 다양한 가족을 배우고 그 가족이 어느 가족이라도 의미가 있음을 배우는 시간이다. 모든 가족은 다양하며 그 다양함이 좋은거다 라는 걸 가르치다가
"전 세계 인구가 60억명이잖아. 그 사람들 중 같은 사람은 거의 없다구. "
"네?"
"왜?"
"60억명밖에 안되요?"
"60억명이면 많은거지."
"에이~~"
"왜?"
"그것 밖에 안되요?"
"많은 거라니까? 숫자로 써줄게. 너네는 100까지 배우지? 6000000000 이야. 엄천 큰 숫자잖아~"
"에이~~~ 저기 아파트 봐봐요. 한집에 4명씩 산다고 해도 얼만데.."
"야. 우리학교 전교생이 400명이야."
"그래도 지구 전체에 60억명밖에 안 산다고요?"
"아.. 아파트로 설명해줄게. 저기 보이는 아파트가 15층 정도라고 하자~"
"아니에요~ 17층이에요"
"아니야. 18층이야"
"우리는 15층인데?"
"아 됐어. 그냥 15층이야!"
"왜요? 정확히 해야죠~"
"내 마음이야!!!"
"네..."
"15층이야. 근데 엘레베이터가 한 동에 몇개씩 있지?"
"세개요."
"그래. 세개씩 있는데..."
"아닌데? 우리동은 두갠대...."
"아냐~ 네개야~~"
"아니거든 세개야~~"
"됐고... 그냥 세개로 할거야. 세개인데 그럼 한 층에 집이 6개 있는거야.그치?"
"네."
"그럼 15층까지 있는 거니까 90집이 있지. 여기에 4명씩 산다고 하면 360명이야."
"네."
"그럼 지구 60억명이 적어?"
"아니요."
"네 적어요. 지구가 얼마나 큰데요~"
"야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이야."
"뭐 그거 밖에 안돼요~"
이때 김교사는 기운이 다 빠져가고 있었던 찰나..저쪽에서 질문이 하나 들어온다.
"선생님 근데 지구 전체 인구가 몇명이에요?"
야! 내가 조금 전에...
#6월 22일
오늘은 오이김치를 담그는 날. 아이들을 실과실로 보내고 교실을 뒷정리 했다. 강사 두분이 와계셨는데 보는 순간 직감을 했고 그 느낌은 그대로였다. 책상위에는 오이가 올려져 있고 스뎅보울들이 있다. 이런저런 양념들이 컵에 하나씩 올라와있었고 아이들은 광분하기 시작했다.
사실... 오전부터 광분했다. 오자마자 다들 김치 언제 담그냐고 1,2교시 내내 물어본다.
"선생님 김치 언제 담가요?"
"오늘 3,4교시에요."
"선생님 김치 언제 담가요?"
"오늘 3,4교시에요."
"선생님 김치 언제 담가요?"
"오늘 3,4교시에요."
"선생님 김치 언제 담가요?"
"오늘 3,4교시에요."
"선생님 김치 언제 담가요?"
"오늘 3,4교시에요."
"선생님 김치 언제 담가요?"
"(쟤한테 물어봐......) "
2교시를 조금 빨리 끝내고 손씻고 오라는데 함흥차사...
"야!! 가야해~~ 빨리 오라 해~~`"
아이들을 줄세워서 올려보냈더랬다... 자. 이제 다시 실과실... 가니 난리다. 아이들을 6모둠으로 만들어 놨는데 강사분들이 4모둠으로 앉으라 하니 애들이 서로 싸우고.... 정리하고 앞에 있는 케잌칼(실제칼이 위험해서..)을 들고 휘두르고.. 혼나고 소리지르고.... (중간중간에는 나도 얽혀있...)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앞에 보게 하고.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앞에 보게 하고.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앞에 보게 하고.
아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앞에 보게 하고.
.....................
이제 내가 할 일을 얼추 한 거 같아서 옆의 과학준비실에 가서 과학보조쌤과 잠시 업무 이야기를 하고 다시 실과실로 오니...강사분이 당황스러워 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다시 애들을 앉히고 앞에 보게 하고.....
다시 애들을 앉히고 앞에 보게 하고.....
다시 애들을 앉히고 앞에 보게 하고.....
다시 애들을 앉히고 앞에 보게 하고.....
다시 애들을 앉히고 앞에 보게 하고.....
다시 애들을 앉히고 앞에 보게 하고.....
강사분이 화를 내진 않으시고 정말 잘 지도하셨으나 제일 많이 하신 말은
"얘들아. 말이 다 끝나면 해야지!"
"얘들아. 말이 다 끝나면 해야지!"
"얘들아. 말이 다 끝나면 해야지!"
"얘들아. 말이 다 끝나면 해야지!"
"아니 지금 말고!"
"아니 지금 말고!"
"아니 지금 말고!"
"아니 지금 말고!"
"어유 얘들아~"
"어유 얘들아~"
"어유 얘들아~"
"어유 얘들아~"
"와.. 너네 정말 활동적이구나!"
"와.. 너네 정말 활동적이구나! 근데 니네 선생님 안무서우신가보다~"
"아닌데요~ 진짜 무서워요~ 소리도 막..."
"(야...)"
아이들이 김치를 담그자마자
"먹어도되요?"
"얘 먹었어요!!!!"
"먹어도되요?"
"얘 먹었어요!!!!"
"먹어도되요?"
"얘 먹었어요!!!!"
"먹어도되요?"
"얘 먹었어요!!!!"
나중에는 아예 강사님이 접시에 담아주시며
"선생님 얘들 하나씩 먹여주세요~"
아이들은 하나먹고 두개먹고 세 개먹고..... 끝나는 시간이 급식실 가는 시간이라 아이들을 하나씩 세워서 김치통들고 사진찍고 줄세우고 하다가 김교사는 마지막에 왜인지 강사분들께 인사했다.
"고생많으셨어요. 죄송합니다... "
"아유 애들이 엄청 활동적이네요."
그리고 그분들에게 '이제 엔딩을 봤어' 라는 안도감이 보인다.
급식실에 오니 아이들이 김치통을 꺼내고 오이김치를 손으로 집어먹는다.
역시 자신들이 만든게 제일 맛난 법인가 보다.
웃으니.. 좋긴 하네.
#6월 26일
범인은 이 안에 있다.
"야! 누구야? 비닐을 종이모으는데 버린 사람이! 이러면 안된다 했잖아"
후다다닥 나와서 받아가는 너... 그냥 말한거야..... 안나와도 됐는데 말여..
#6월 26일
"선생님 이거 내 우산이 아니에요!"
"선생님 이거 내 우산이 아니에요!"
"선생님 이거 내 우산이 아니에요!"
저기 말야~~ 벌써 3분 동안 저기 밖에 지금 내 우산이 아니네? 라고 말하는 애들 들리지? 얼른 나가봐..
#6월 29일
짝을 바꿨다. 올해 짝은 랜덤 뽑기로 한다.
1. 분명 보람이와 성영이는 앞뒤에 앉아서 죽어라 싸웠더랬는데. 헤어지니 둘이 붙잡고 펑펑우는 시늉을 한다.
2. 자기 짝이 되는 아이들은 겁나 짜증낸다. 근데..... 자기 모둠에 되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