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크의 학교 문제집 7. 있어도 문제 없어지면 더 문제 핸드폰.
교사가 된 이후로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 일들은 종류도 다양하다. 학교폭력일 수도 있고 그저 내게 버거운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하여 이번 시리즈 제목은 [딩크의 학교문제집]이다. 내 교직경력은 <56655-6652-전담56> 이다. 10년을 하면서 기억나는 일들, 그당시 적어놨던 것들(안적었던 것도 많겠지만...)과 떠오르는 수많은 에피소드들을 정리해서 시리즈로 적어보려 한다. 이렇게 작성하다 보면 혹자는 내 경험을 공감하거나 혹자는 내가 실수하고 잘못한 부분에 대해 비판도 할 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만한 부분들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 믿는다. 수많은 간접경험을 통해서 나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거나 혹은 위안을 얻기를 바라며 시작해보련다. ps. 연도의 순서는 왔다갔다 할 수도 있을 듯 하다. |
#Prolougue
우리나라에서 핸드폰이 전국적으로 보급이 된건 아마도 99년 이후이다.
00학번인 내가 대학에 갔을 때는 핸드폰이 없는 친구는 한두명 정도였을 뿐 대부분의 친구들은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다.
발령을 받았을 당시는 아직 핸드폰이 많은 시기는 아니었지만 이 핸드폰이 문제가 항상 있었다.
#1. 분실
사람인 이상 분명 급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암암리에 자신의 급을 만든다. 초창기 핸드폰이 그랬다. 교실에서 핸드폰이 있는 학생들은 소위 잘나가는 학생이었고 그래야 했다.
핸드폰을 가진다는 의미는 잘나가는 학생이라는 의미기도 했다.
남과는 다른 어떤 자부심이랄까?
그래서 몇몇 부모들은 자식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방법으로 핸드폰을 사주기도 했다. 사실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핸드폰은 그닥 싸지 않았을 때였다.
때문에 핸드폰은 귀한 존재였고 핸드폰을 가지고 온 학생 또한 귀한 존재였다.
이 핸드폰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들이 많았는데 이런 문제들이었다.
핸드폰을 내 친구가 가져온다. -> 나는 없다. -> 샘이 난다 -> 친구의 핸드폰을 숨긴다.
07년 복직했을 때가 그랬다.
우리반에 조용조용한 학생이 있었고 그 친구의 어머님이 큰 마음을 먹고 학생에게 핸드폰을 사주셨다.
그 아이는 다음날 핸드폰을 들고 와서 아이들에게 보여주었고 아이들은 부러워 하기도 했다. (07년도니 교실의 반 정도는 핸드폰을 가지고 있었고 어느 핸드폰이냐도 꽤 중요했던 시기가 되고 있었다.)
다음날이던가 그 아이는 핸드폰이 없어졌다.
아이들과 한참을 찾아보았지만 작정하고 숨긴 핸드폰은 쉽게 찾아지지 못했다.
그 당시 아마 70만원 정도 했던 핸드폰이었고 나는 어머님과 전화통화를 하면서도
꽤 비겁하게
핸드폰을 잃어버린 그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는 것 보다는
잃어버린 그 아이를 위로해준답시고 힐난하며 니가 잘 못챙겨서 그런 거라 이야기를 했다.
또한 그 아이의 부모님과 통화하면서는 내가 잘못한 것이 없음을 참으로 강조했던 듯 하다.
그렇게 나는 핸드폰은 너희가 잘 챙겨라 라고 이야기 하며 나를 묻었다.
#2. 보관
핸드폰이 어느 순간 갑자기 확 늘었고 아이들과 핸드폰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냥 내라고 하자니 도난이 걱정이 되었고 어떻게 할 까 하다가 나름 해법을 찾았다.
바로 이 타파통이다.
이 타파통에 핸드폰을 걷기로 했다.
처음에는 반에 10여명이 핸드폰이 있었고 피처폰이라 조그만 타파통에도 잘 들어갔다.
학교를 옮기니 옮긴 학교는 교칙으로 배터리만 걷었다.
그래서 조그만 타파통으로도 핸드폰 배터리를 잘 보관했었는데
문제는 다른데 있었다.
핸드폰 배터리들이 모두 똑같다!!!
초창기 배터리들은 핸드폰 외부에 있었다.
이런 형태일 때는 남의 배터리와 섞일 일이 많지 않았는데
이런 형태로 바뀐 이후로는 배터리에 자신만의 표시를 하지 않으면 뒤섞일 일이 많았다. 모양이 미묘하게 달라서 기종이 다르면 아예 맞지도 않는 상황이 되는 거다.
이때 몇몇 녀석은 배터리를 두개 가지고 와서 배터리 하나는 내고 다른 하나는 주머니에 넣어 두고 있다가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사용하기도 했더랬다.
(나중에 다른 녀석이 와서 말해주었고 나는 알고 있었다는 듯이 행동했다.)
지금은 일체형의 스마트폰들도 많아져서 아이들과 이야기 하다 큰 타파통을 샀다.
보관은 그냥 교사 책상에 올려둔다.
교실 한가운데 있으면 오히려 없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여지껏 좋은 학생들을 만나서일것이다.)
자신의 목숨과도 같이 생가하는 핸드폰들이니 아마 그럴지도.
#3. 따돌림
예전 알과 별이 중요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는 보통 음성과 문자만 정액제에 포함이 되었고 문자는 귀했다.
그래서 그 때는 주로 따돌림이 핸드폰을 빼앗아서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는 형태였던 거로 기억한다.
스마트폰이란 것이 등장하고 카카오톡이라는 것이 등장하고서부터는
카톡을 이용한 따돌림이 많았다.
즉, 이전에는 음성통화나 문자 통화를 다 써서 괴롭히는 형태였다면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부터는 카카오톡을 이용한 따돌림이 등장한 것이다.
이건 사실 이전의 버디버디와 연결이 되기도 한다.
컴퓨터 메신저로 따돌리던 형태가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면서 컴퓨터+전화기의 형태가 된 것이다.
카카오톡으로 괴롭히던 방법들은 여러개가 있던 거로 기억한다.
카톡감옥과 반대로 초대후 다 나가기
이런 형태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의 다툼의 문제가 오프라인 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많이 번지게 된다.
#4. 교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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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교사도 참 힘들다. 카카오톡이 처음 등장했던 시절
어느 여선생님은 남자친구와 껴앉고 있던 사진을 프로필로 지정했다가 학부모로부터 왜 이렇게 선정적인 사진을 올리냐는 항의를 듣고 프로필을 바꿔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한 카카오톡 등의 스마트폰 메신저가 등장하면서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의 연락도 전보다 훨씬 빈번해졌다.
이건 또 교사들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새학년이 되면 카톡은 바쁘다. 학부모들의 카톡방이 생기고 학생들의 카톡방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 카톡방에서는 상황에 따라 교사에 대한 비난이 많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비난이 교사의 귀에 안들어오면 차라리 괜찮은데
누군가는 꼭 전해서 교사의 마음이 더 힘들어지게 한다.
#. epilogue
이 핸드폰이 교실에 들어오면서 사실 신경써야 할 것이 더 많아졌다. 핸드폰이 분실되기라도 하면 거의 100만원에 육박하는 돈이 사라지는 것이다.
사실 핸드폰에 대한 문제들은 더 많을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쉽게 해결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법이 아닌 사람들의 양심에 대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