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일대의 프로젝트 - 공간혁신교실
1. 시작은 입이 방정이다.
시작은 그러했다. 2019년 4번째 학교로 전근을 왔는데 첫 인상은 복도에서 아이들이 소떼처럼 뛰어간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아이들이 뛰는 걸 보면서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이 학교는 복도도 좁고 아이들이 쉴 공간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가운데 계단이나 화장실에서 주로 친구들과 이야기를 했고 화장실도 복도 한가운데에 하나만 있다 보니 아이들은 전력질주를 항상 했다. 뛰지 말라고 해도 뛰고 있는 자신조차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를 생각조차 못하고 있더랬다.
이런 상황에서 부장회의때마다 몇번 이야기를 했다
말하는 자 일을 얻는다고 했던가. 입이 방정이었다. 학년 말. 교무부장님을 통해서 일이 하나 넘어왔다.
"부장님~애들 쉴 공간이 없어서 엄청 고민한다면서~ 그래서 이거 생각해보고 신청해보래~"
그렇게 공간혁신은 내게 와버렸다. 계획서를 쓰면서 엄청 힘들었다. 사실 이런 계획서를 써본 적이 별로 없어서 계획설을 쓰는 건 항상 긴장이 함께 한다. 며칠을 고민하다가 '설마 이게 통과가 되겠어?'' 라며 주제도 대충 <3주체가 함께하는~~> 이라며 계획서를 써냈다. 고민은 며칠동안 하고 대충 열심히 써서 낸 그 계획서는 통과가 되었다..
이때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아... 이걸 해야 하는 건가?'
'어떻게 하지?'
'뭐부터 하지?'
2. 시작부터 큰 난관
자료를 찾는 것도 약한 나로서는 참 어려웠다. 그나마 장학사 공부를 하면서 혹시나 해서 읽었던 공간혁신 책이 있었고 그에 준해서 준비를 했다. 공간혁신의 일반적인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자... 딱 읽는 순간 무슨 생각이 드는가?
나는 이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어찌되었든 내가 신청했고 선정이 되었으니까 이 일은 내가...... 어?!
그렇게 새학기가 되고 준비를 해야 했는데.....
코로나사태로 인해서 1학기 학교는 거의 마비상태였다.
1학기 중순 정도에 교육청에서 나와서 처음 협의를 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꽤 큰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1학기 수업, 2학기 공사인데 코로나 때문에 2학기 수업, 1학기 공사가 되어 버린거다.
문제는 내가 6학년 담임이라는 거다. 그럼 우리반 아이들과 수업을 해도 이 결과를 볼 수 없다. 그래서 다른 학년에 수업을 넘기고 내가 프로젝트와 계획을 다 맡으려 했건만 쉽지 않았다. 다들 반대했고 결국 나는 괜히 말을 꺼냈고 결국 내가 다시 맡게 되었다.
3. 수업을 준비하다.
아무튼 수업을 준비하게 되었고 우리반을 메인으로 동학년 학생들은 서브로 활용을 하겠다고 생각을 했다. 수업울 준비함에 있어서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등교일이었다. 20년의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학교 1학기 등교일은 7일이었다. 2학기에는 38일 정도를 나왔고 아이들은 졸업을 했기에 아이들과 프로젝트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 또한 공사후면 아이들은 모두 중학생인 상태기에 걱정은 더욱 컸다. 이걸 고민하다가 나름 찾은 해답은 온라인으로 먼저 시작하자는 것이었다.
4. 수업을 시작하다.
처음 온라인으로 수업을 시작하기 위해서 영상을 만들었다.
온라인 수업을 이용해서 영상을 하나 올리고 이 영상에 대한 과제로 패들렛을 이용하여 과제로 학교에 있으면 하는 공간을 적게 했다. 또한 클래스팅에도 댓글을 통해서 올리게 했었다.
이때까지 아이들은 잘 참여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담임이라고 해봐야 얼굴을 볼까 말까 했으니 수업이 제대로 수업처럼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20년의 원격수업은 21년의 원격수업과 확실히 다른 것이 아이들의 참여는 그닥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수업을 진행하다 공간혁신 촉진자이신 교수님과 연락을 하게 되었고 교수님이 교실에 와서 수업을 한차시 진행하기로 하였다. 교수님이 오셔서 수업을 하셨는데 전문가의 손길은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위에서 제시한 순서로 보면 선진지 시찰은 꼭 필요한 단계지만 당시 다른 학교를 방문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때문에 아이들은 참고할 만한 학교도 없었고 자신들이 필요한 것을 구조화 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전문가가 한번 수업을 하니 아이들이 감을 잡았다. @@
5. 수업을 진행하다
교실은 위와 같은 형태였다. 일반 교실보다 1.5배 정도 크고 거기에 복도까지 포함이 되었다. 19년도부터 비어있던 교실이라서 치울 것은 별로 없었고 이를 아이들이 쉴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했고 아이들 또한 쉴 공간을 찾아 헤맨지 6년째인터라 그 공간을 만들고 싶어했다.
- 나의 하루 탐구하기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아이들은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자신들 스스로 학교에서 어떤 공간에서 제일 많이 보내고 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알아보게 하고 싶었다. 이 수업은 학생들 개별로 한명씩 다 하게 했다. 그러나..... 의도와는 상관없게 학생들의 결과물에서 제일 많이 나온 반응은 "모르겠다" 였다.
- 공간측정해보기
이 수업들은 수학과 연계한 수업이었다. 거리를 몸으로 측정하는 것 한차시, 자로 재어 보는 수업 한차시. 이렇게 나눴더랬다. 이는 공간혁신수업에서 많이 활용하는 것으로 아는데 공간감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 인 것으로 안다. 학생들은 발로 재어보기를 통해서 서로 재어보는 걸음수가 다름을 알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또한 자로 재어보면서 서로 가진 자들을 합해서 재어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 우리학교에 필요한 공간과 그 공간에 필요한 것 알아보기
이 수업은 학교 생활에서 필요한 공간을 생각하고 그 공간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보고자 했다. 필요한 공간은 사실 쉬는 공간으로 이미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정해졌다. 그렇다면 쉬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고민하게 해보고 싶었으며 액션러닝을 활용했다. 포스트잇을 개인별로 두장씩 주고 한장에는 필요한 공간. 다른 한장에는 무엇이 들어가야 하는지를 적게 한 후 모둠별로 모으고 반 전체로 모으는 단계를 거쳤다.
- 내가 상상하는 교실
이 수업에서 의도한 것은 필요한 공간과 공간에 들어갈 것들을 다 생각했으니 그것을 개개인은 어떻게 구현화하고 싶은지를 알아보고 싶었다. 이때 꽤 의미있는 그림들이 나왔었다. 이 수업은 6학년에서 다른 반도 참여하게 했었다.
- 우리가 상상하는 교실
내가 상상하는 교실에서 각자 생각했던 아이디어들을 모둠별로 생각하게 해봤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서로의 아이디어를 나누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합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잘그리는 아이들의 아이디어에 빠지지 말라고 이전차시에서 했던 개별로 만든 아이디어는 제공하지 않았다. 총5모둠이 서로 아이디어를 모았고 꽤 의미있는 도안들이 나왔다.
- 실물 디자인하기
아이들은 모둠별로 만들어서 제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미술시간을 이용하여 실물로 공간을 제작해 보았다. 이 수업에서 중요한 것은 실현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실현이 가능한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것인데 여느 미술시간처럼 미술을 잘하는 아이가 하드캐리하는 문제도 생겼다..... 또한 바닥공사에 신경써서 도안대로 만들지도 못하는 아이들도 존재......
6. 아이디어가 디자인되다.
위의 수업들은 다 촉진자에게 차곡차곡 보내졌고 촉진자인 교수님은 이를 바탕으로 아이들의 의도를 정리하고 그것을 반영한 디자인을 보여주셨다.
교수님이 이 그림을 보여줬을 때 아이들 몇명은 즐거워했다. 그리고 다음 디자인들을 보여줬을 때는 감탄했다.
이 디자인들과 여기에 담긴 의미를 듣고는 아이들은 모두 감탄을 했다. (물론 아이디어도 추가한 아이들도 있었다.) 이렇게 교실이 꾸며진다면 어떨까? 라고 다들 상상을 했다.
7. 남은 일정들을 치루다.
남은 일정들은 위와 같다. 중간중간 진행자의 힘듦은 좀 있었다. 교사대상 보고회에서는 그동안 별로 반응이 없던 분들이 한두마디씩 첨언을 해주시는 상황들도 있었다. 고맙기도 하지만 이미 진행이 다 되어 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었으나 촉진자가 중간에서 잘 정리를 해주셨다.
- 공사과정
공사가 더 늦어져서 21년도 여름방학에서야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기간동안 매일매일 아침에 와서 사진을 찍고 집에 가곤 했다.(집과 학교는 차로 40분 거리)
-최종 모습
최종결과물이다. 방학동안 공사하는 모습을 매일매일 가서 보고 사진찍고 최종결과물을 본 순간 꽤 만족스러웠다.
- 공간혁신 명칭 공모겸 홍보영상
나름 "러브하우스" 스타일로 만들어 봤는데 아이들은 잘 모르는 거 같다.
8. 제언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교사로서 이제 시작하려는 교사들에게 하고 싶은 제언은 다음과 같다
성공하는 공간혁신에 대해 보충 설명을 좀 하자면 이 공간혁신 사업은 누구하나의 하드캐리로 잘 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아직까지는 홍보의 문제인지 인식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학교가 인테리어 사업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학교의 몇명의 의도대로 되기 싶다.
이 사업을 교육청에서는 학교시설과가 아닌 민주시민교육과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의도는 이 수업은 학생들과 함께 프로젝트 수업을 통하여 학교의 공간을 직접 구상하여 구현화 함으로써 자신들의 고민과 생각이 학교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수업의 결과물로서 공간이 꾸며지는 것이기에 시작하는 개념자체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난관은 상당히 많다. 부디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시는 분들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길 빌어본다.
아.. 나에게도 아직 한가지 과제가 더 남아있다. 저 교실이 잘 쓰일 수 있게 하는 것...
ps. 공간혁신수업과 관련된 자료집 하나 올립니다. 최종본인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주로 수업하실 때 활용할 수 있는 활동지라 보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