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담임일기]-7월편
7월은 날이 더워서 기네요
#7월 2일
비가 온다...
얘들아...
#7월 3일
7월 3일 글이 꼼지락꼼지락
오늘은 무슨일이생길지모르겠다.
‘음.....일을 만들어 줘야 하나?’
#7월 3일
#신기하지?
"얘들아... 다 보이고 다 들려! 귓속말해도 들리고 책상 속에 손넣고 그거 만지는 것도 다 보여.“
#7월 4일
학교 1,2,3학년 아이들과 뮤지컬을 관람하러 왔다.
옆학교도 왔다.
문화회관 옆학교도 왔다.
근처 학교도 왔다............
아이들이 모이니 강당은 이미 자체 뮤지컬중이다. 배우들이 공연이나 할 수 있으려나..........
선생님들의 표정은 모두 비슷하다............
#7월 5일
아이들이 꼼꼼히 칠하는게 잘 안된다. 아이들에게 엄청 어려운 일이다.
2학년에게 필요한 것들은
1. 꼼꼼히 색칠할 수 있는 능력
2.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는 능력
3. 두자리수 + 두자리수, 두자리수 - 두자리수를 할 수 있는 능력
4. 곱셈을 할 수 있는 능력
5. 말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능력
6. 글자를 바르게 쓸 수 있는 능력
이정도면 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정도면 꽤 훌륭할 거다. 잘 해서 올려보내면 말이다.
얼마전 3학년인가 4학년 선생님이랑 이야기 하는데 곱셈은 꼭 많이 연습시켜서 보내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사실 참 어려운 일이긴 하다
#7월 5일
2학년은 하루 종일 자신이 관심있는 걸 하는 나이인가보다.
“얘야. 수업시간에 딱지는 그만 접어도 되지 않겠니?”
“넌....( 코 좀 그만파고... 가려도 보여....)”
“선생님은 앞에 있지요?”
“테이프는 지금 안쓰지 않니?”
“그만 그리렴!”
#7월 6일
"자, 연민아 여기서 2씩 3묶음인데 이건 2의 몇배인지 물어보지? 2의 3배인거야. 그러니까 2씩 3묶음이면 2의 3배이고 이건 2X3인거야. 알겠지?"
"네`"
"그럼 4씩 5묶음은 4의 몇배게?"
"4의 3배요~"
"....................."
Ps 연민이 하나 붙잡고 한시간 동안 지도했습니다..
#7월 9일
월요일 아침은 아이들도 나도 유독 힘들다.
비오는 날은 아이들이 유독 소란스럽다.
비오는 월요일 아침은.....
#7월 10일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면 아이들에게 중간중간 비어있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면 현무암 같은 느낌. 그런데 그 빈 공간을 채우는 건 참 어렵다.
#7월 10일
2학년 국어에는 남의 감정을 상하지 않고 이야기를 하는 차시가 있다. 상황을 골라서 역할극을 해보게 했는데 아이들이 대충하는 거 같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얘들아 우리는 엄청 중요한 걸 배우는거야~"
"네?"
"선생님이 초등학교때 화를 많이 냈거든~ 갑자기 욱하고 그랬는데 말야~"
"욱?"
"어 욱~"
"욱이요?"
"어 갑자기 화내는 걸 욱한다고 그래~"
"웅?"
"아니 욱!"
결국 김교사는 칠판에 단어를 적어준다.
"이렇게 쓰고 이 욱이라는 말은 다른 사람이 크게 잘못을 안했는데 내가 화를 내는 걸 말하는 거야. 선생님이 학교 다닐 때 선생님 담임 선생님이 욱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거든."
"선생님이요?"
"응 갑자기 화내고 그랬었어~ 근데 어느날부터 친구들이 없어서 화 안내는 연습을 엄청 했거든 이거 엄청 중요한거야~"
"아.. 선생님이 그래서 화를 잘내는구나."
"어?!"
#7월 11일
요즘 수업의 주적은
얼음물
#7월 11일
우리반은 받아쓰기를 세번 본다. 한 번만 보면 다 틀리는 아이들이 몇명 있어서다. 연민이도 그런데 저번 단원까지는 연민이가 그래도 시험전까지 열심히 받아쓰기 연습을 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설렁설렁 한다. 이녀석이 왜 이러나 싶었다. 시험을 봤는데 8개를 맞았다. 9개도 맞을 수 있었다.(당연하지 3일동안 보는데..) 시험을 보고 나서 기분이 좋아라 하고 있는 연민이다.
"연민아~ "
"네?"
"받아쓰기 못쓴거 두번 마저 써야지~"
"에?"
"얼른 써~"
"왜요? 시험 끝났는데~"
(아하!! 그동안 밍기적 대던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었군.)
"그래도 써야지. 세번 쓰는 거였잖아 쉬는 시간이든 점심시간이든 써~"
결국 남아서 쓴다. 일찍 보내달라며 나에게 딜을 걸기도 하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조금 전 째려보길래 윙크해줬다.
#7월 11일
2학기 교과서가 몇개 왔다. 아이들에게 나눠주었는데 조금 있다 한명이 씩씩대며 온다.
"선생님, 선생님!!!"
"왜?"
"이거 이상해요!!!"
"응? 뭐가?"
"수학 말이에요~ 우리는 2학년 3반인데 왜 이건 2학년 2반이에요?"
"어?!“
#7월 12일
아이들에게 교과서를 나눠주고 나면 교과서에 내가 이름을 써주는 편이다. (희망자만.) 그러다 문득 아이들에게
"싸인해줄까?"
라고 물으니 아이들이 우르르 나오고 잠시 연예인 기분을 낼 수 있었다.
#7월 12일
어제 아이들을 보고 문득 느꼈다.
'그래, 이제 방학해야 될 때가 왔어! 안그럼 안될 때가 왔어~‘
#7월 13일
또 시작이다. 수행평가를 하는데 연민이가 안하고 있다.
"연민아 수행평가 해야지~"
"...."
슬쩍 본다. 그러고는 조금 있다 다시 보니 또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연필장난을 하고 있다.
"연민아!?"
수행평가지를 다 걷었는데 스을쩍 나온다.
"저저전.... 모르는데요`"
"몰라도 열심히 해야지?"
"열심히 했는데요!"
"어?"
"열심히 했다고요!!!"
"연필장난만 했잖아~"
"그전에 열심히 했는데요~"
"그전에는 뒤집어 놓고 그림만 그렸었잖아~"
"...."
"열심히 해야지~ 선생님이 열심히 하라는 건 계속 읽어보고 찾아보라는 건데~"
"근데 왜 내가 열심히 안했는데 화내요?"
"화 아직 안냈는데~ 화내야 하나?"
"....."
"연민이가 할 수 있는게 많거든~ 근데 구경만 하는 건 열심히 하는 건 아냐~"
"전 못해요."
"아냐~"
"전 못해요."
"아냐~"
"전 못해요."
"아냐~"
"전 못해요."
"아냐~"
"전 못한다니까요~ 어차피 바보라구요~"
"좋아 그럼 증거를 보여주지."
그동안 받아쓰기 시험을 모아놓은 종이를 보여줬다.
"여기봐. 점점 맞는게 많아지잖아."
"제가요?"
컴퓨터에 받아쓰기 점수를 기록해 놓은 걸 보여준다.
"그래. 이 점수들도 봐~"
"여기 빵점 있잖아요."
"이때는 니가 연습을 안했지. 쓰라고 해도 도망갔잖아."
"...."
"여기 100점도 있고 이때부터 니가 연습하니까 점수가 막 올라가잖아. 80점도 있고 90점도 있고 "
"제가요?"
"어~"
"전 그런 기억이 없는데요~"
"넌 기억이 없지만 증거는 여기 있는데?"
"......."
"연민아, 넌 잘하고 있어~"
"아니에요~"
"이제 글이 꼼지락꼼지락도 아침에 쓰고 일기도 가져와서 쓰고 다 하고 있잖아."
"그래도 애들이 저보고 바보래요."
"왜?"
"못하니까요. 그리고 형도 나보고 바보래요."
"왜?"
"바보니까요. 남들보다 못하니깐요."
"니가 남들보다 못하는 건 그동안 안해서 그래"
"했는데요~"
"구경은 했지. 하지만 연필장난이 더 많았잖아."
"............":
"연민아."
"네."
"공부가르쳐 주는 사람은 누구지?"
"선생님이요."
"니 형이나 친구들이 아니지?"
"네. 그럼 공부에 대해서 누구 말이 더 중요해?"
"선생님이요."
"내가 너보고 바보라고 하든?"
"아뇨."
"그럼 내 말을 믿어야지? 넌 조금만 더 노력하면 돼~"
"............"
"너 잘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는 애야."
".............."
20여분간을 수업도 못하고 아이를 붙잡고 이야기를 했다. 연민이는 실제로 전보다 수업에 더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본인의 머릿속에는 자신은 못하는 아이라는 고정관념? 신념? 이 박혀있다. 그러면서 자존감은 떨어지고 자존심은 높다고 보인다. 잘하다가도 가끔 몇 번씩 나는 못한다. 나는 바보다 이럴 때마다 그 누구에 대해 화가 난다. 이런 대우를 받을 아이는 아니다
#7월 13일
얘들아, 뛰는 것 까지는 뭐.. 그런데..
블로킹하며 뛰는 건 좀 그렇지 않니....
#7월 19일
"얘들아 그동안 봤던 단원평가 두개 나눠줄거야~"
"네~~"
"연민아~"
"네~"
"준수야~"
"네~~"
"보람아~"
"네~~"
이렇게 한 사이클을 돈 후 다음 시험지를 나눠주는 데 애들이 안나온다.
"준수야. 시험지 받아가야지?"
"저 있는데요?"
"두개 나눠 준다 했잖아."
"아..."
"은진아 시험지 받아가야지~"
"네? 왜요?"
"..........."
#7월 23일
요즘 연민이가 땡깡이 많이 줄었다. 아침활동도 곧 잘한지 좀 되었다. 이제 곧 이사를 간다고 한다. 내일이 방학이니 내일까지 사물함을 싹 비우라 했다. 연민이가 궁금한 표정으로 나온다.
“서..선생님!”
“응?”
“저.. 저는 이사 가는데 사물함 다 비워요?”
“그럼 혹시 연민이가 전학갈지도 모르니 다 비워야지. 전학갈 때 다 가져가야지!”
눈이 땡그랗게 변한다.
“네?”
“왜?”
“전학가면 저 다시 일학년부터 하는 거 아니에요 ?”
“응. 2학년 2학기부터 해야지”
세상 잃은 표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