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물들다]가족을 동물에 비유하기
오순도순 가까이 앉아 그림책을 읽어주는 건, 어쩌면 기약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림책을 읽어주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어쩐지 포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저런 핑계로 올해는 넘겨 버릴 수 있었겠지만, 온라인 수업이 익숙해지면서 학급운영도 온라인 속에서 운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소중하게 생각했던 글쓰기, 감정나누기가 익숙해질 때 쯤 성큼 그림책을 꺼내었습니다. 여유가 생기자 주안과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수업들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6학년 1단원 실과 수업의 큰 주제는 ‘가족’입니다. 그래서 시작에 앞서 아이들의 가족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얼마 전 배운 국어 시간의 ‘비유적인 표현’을 써서 가족을 나타내면 꺼내는 데 훨씬 편안할 것 같았습니다.
로랑모로의 ‘근사한 우리가족’을 읽어주었습니다. ‘로랑모로’는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라 소장하고 있던 다른 책들도 함께 보여주면서 작가의 그림체를 자랑(?) 하였습니다. 마치 제가 아는 지인인 것처럼 말입니다.
그림이 좀 더 화려하고, 글은 간단합니다. 함께 사는 가족들을 동물의 특성을 잘 살려서 비유하는 책입니다. 아빠, 엄마, 할머니, 삼촌을 시작하여 사촌, 친구, 내 사랑까지 각종 동물에 비유하여 그들의 특징을 잘 보여줍니다. 그리고 질문을 던집니다. ‘너는?’ 이라고요.
독자는 이제 작가의 질문을 가슴에 품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는 어떤 동물에 비유할 수 있지?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은?’ 그렇게 의미 있게 가족들을 생각하는 기회가 됩니다.
온라인 수업의 과제물은 교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난 세계에서 행해지는 과업이기에 결과물도 매우 다양합니다. 공책이라는 한계를 넘어 아이들은 교사가 생각하지 못한 표현방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글보다 다른 기법이 더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학생들의 가족 이야기를 통해, 가족의 분위기를 살짝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저마다 공통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가족 구성원이 절대로 같이 함께 살 수 없는 동물들이라는 점입니다. ^^ 또 하나의 공통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다른 특성을 가진 가족을 사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생들의 특성이나 가족 환경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수업을 구상하신다면, '근사한 우리가족'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