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물들다]중요한 사실
온라인 개학을 했습니다. 다들 저만치 앞서 나가는데 허둥대는 내 모습에 불안감만 가득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프로그램과 방식들 속에서 어디서 어디까지 배워야 할지 무엇이 맞는건지 판단하기에 시간은 너무 부족합니다. 차라리 얼굴이라도 본 아이들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누군지도 잘 모르는 아이들과 관계를 잘 맺고 싶은 마음은 주어진 여건에서는 욕심이 되어버렸습니다.
쏟아지는 '온라인 수업'정보의 홍수속에서 점점 개학날이 다가왔습니다. 이제 어떤 것을 결정하고 해 나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방법이 아니라 내용을 고민해 보았습니다. (컴맹인 저에게 방법은 한정적입니다.)
1. 온라인 학습을 통해 그 시간 만큼은 규칙적인 학습 습관을 주고 싶다.
2. 책도 읽어주고 싶다.
3. 아이들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
1번을 위해서 동학년 선생님들과 과목을 나누어서 교과서 내용을 선정하였고, 정해진 내용을 시간별로 아이들에게 제공하였습니다. 클***이 접속이 안 될것을 대비해서 단톡방을 만들었는데 그 곳에서 수업의 내용들은 전해졌습니다. 단톡방에서 수업이라니, 스스로도 문화적 충격입니다.
2번은 잠시 학교 개학으로 미뤄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교과서에 나오면 맛보기라도 해볼까? 하던 찰나에 도덕 1단원 첫시간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중요한 사실>이 갈기갈기 찢어져 2연의 시로 등장하는 것을 보는 순간. 생각보다 일찍 시행하게 되었습니다. 교실에서 눈빛교환하며 읽어주지는 못해도 영상으로라도 읽어주고 싶은 마음에 시도했습니다. 줌의 작은 화면으로 거기가 와이파이가 이상해서 자꾸만 밖으로 튕기는 상황에 우여곡절 끝에 읽어주긴 했습니다.
3번은 아무래도 대면하지 않은 아이들이라 한계도 있지만, 수업시간에 쓴 작은 글들. 그리고 매일 남기는 일기를 통해 조금씩 관심이 생기는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어쩌면 얼굴을 보지 않은 상태라 마치 '맞아 언니 상담소'의 언니가 된 것 처럼 댓글 상담하는 기분도 듭니다.
이벤트성으로 하루 이틀 신기해하며 따라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얼른 학교에서 수업하고 싶다고 합니다. 이 시기가 길어진다면 제 노안의 시기는 앞당겨질 것 같습니다. 이 시기의 고민은 고민에 꼬리를 물고 기분이 롤러코스터 타듯 올라갔다 내려갔다 합니다.
이런 내 마음을 아이들은 모르겠지요? 온라인상으로 함께 책을 읽고, 자신을 보여주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중요한 사실>의 표지처럼, 선물입니다. 또 풀어보지 않은 선물 상자 그 속에 우리 반 아이들이 있습니다.
나에 대한 중요한 사실은 온라인 개학이 미치도록 두렵다는거야. 컴퓨터로 하는 모든 것이 서툴다는거야. 줌을 할 때는 긴장이 되어 채팅창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유튜브로 하려면 더 부담스러워. 수업자료 ppt녹음하는것도 무진장 오래 걸린다는 거야.
하지만 나에 관한 중요한 사실은 나도 수업을 위해 노력 하고 있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