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에 물들다]어버이날을 보내며
5월 초, 어버이날을 맞아 대부분의 교실에서는 부모님 감사편지를 쓴다.
편지를 쓰기 전, 무작정 쓰는것이 아니라 '엄마, 아빠'에 대해 떠올려보고 쓰게 하고 싶었다.
어버이날이 아니어도 일년에 꼭 한번은 읽어주는 그림책 '나의 엄마'
아이들에게는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보라고, 나에게는 우리반 아이들의 부모님은 어떤분이실까 보이지 않는 관계를 보여 주는 책이다.
1. 책을 읽기 전에 2년전, 우리반 학생의 서평을 먼저 읽어주었다.
https://www.educolla.kr/bbs/board.php?bo_table=Author_KimJihye&wr_id=1&page=22. 책을 읽는 동안 '엄마' 두 단어를 그림서사에 맞게 연기하듯 읽어주었다.
3. 다 읽고 아무 말 하지 않고, '우리엄마'(선생님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 이야기는 다른 반 친구들은 몰랐으면 좋겠어. 선생님의 사생활이니 너희랑 나랑 둘만의 비밀이야. 하면서 말이다."
4. 얘들아, 너희 부모님은 어떤 사람이니?
'부모님에 대하여 써보세요. 가족 소개 해보세요.' 했다면 나올 수 없는 마음의 이야기가 술술 펼쳐진다.
그리고 나는 3월에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행동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가정에서 자라고 있구나.' '아, 이래서 이 아이가 이렇게 행동하고 말하고 있었구나.' 이해하지 못해서 쌓였던 오해가 한풀 꺾이는 순간이었다.
신기하다. 그림책의 힘인가? 아니면 솔직한 내 이야기의 힘인가?
00이는 대부분의 행동이 부정적이고 말투가 툭툭 거리며, 자리정돈도 되지 않는다. 공부는 무척 잘한다. 엄마 상담때 '불안한 듯한 행동이 수업시간에 나온다'고 했더니, 가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계속 지난 학년에 관한 이야기들만 했다. 잘 살펴보겠다고 하고 지켜보아도 00이를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00이가 불안으로 인해 다른이를 건드리는 일은 있어도..
'우리 가족 그리고 집'
우리 가족 엄마, 아빠, 나, 동생
엄마는 나 그리고 가족을 위해 요리도 해 주시고, 빨래도 해 주시고 설거지도 해주신다.
그래서 자주 생각이 나고 시간이 멈추어 그냥 이대로 살면 좋겠다. 하지만 아빠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해 준게 얼마 없기 때문이다. 가족여행을 갈때도 혼자 골프치러가고.. 근데 서운하다고 한다. 내동생은 용돈 때문에 아빠를 많이 기억한다. 그랬더니 아빠가 동생에게 그런거라도 생각해주어 고맙다고 얘기하실 때 무언가 짠하다.
**이는 세자매의 맏이로 반듯한 모범생이다. 글 써내려가면서 혼자 울컥거리는게 보인다. 가족을 많이 사랑하는구나. 이 책은 이런 힘이 있었다. 무의식에 존재하는 감정을 보이는 형태로 설명하게 하는 어떤 힘.
우리가족
엄마, 우리 엄마는 나를 가장 아끼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때로는 내 기분에 따라 엄마를 대한다. 그럴 때 마다 죄송하고 부끄러웠던 생각이 많이 나지만 아직도 이것을 고치지 못한다.
기분이 안좋을 때가 많다. 하지만 엄마의 위로는 나의 약이다. 따로 약을 안 먹어도 된다.
그 따뜻한 목소리를 들으며 화를 푼다. 가끔 엄마랑 통화하며 집으로 간다.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싶기 때문이다. 목소리를 들을 때, 위로 받을 때, 그럴 때 가장 행복하다. 우리 엄마는 나의 보약이다.
삐딱삐딱선을 타는 우리반 @@이. 벽을 쌓고 경계하는 눈빛이라, 몇달이 지나도 관계가 진전되지 않았던 이 친구.
솔직하게 써 줘서 고맙다고 말해주었다.
우리엄마
나는, 초등학교 3학년 이후론 엄마를 잘 보지 못한다. 물론 아빠도. 그래서인지 요즘은 잘 대화를 하지 않는다. 엄마가 와도 방에 들어가 문을 꼭 잠그고 있곤 한다. 간섭과 잔소리를 피하고 싶어서.. 공부도 그림도 끊임없이 허들이 있어, 결승점에 다가가는건 한발짝도 어려운데.. 집안일하는것은 몹시 불평스러운 일이다. 적성을 빨리 찾으면 좋다고 하는데 빨리 찾을 수록 더 빨리 찾은 아이들과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한다.
그런데 엄마는 나의 수고를 원하시고, 나 역시 싫어하여 짜증을 낸다. 나는 더 이야기 할바엔 아예 이야기를 안하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하여 요즘은 통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한다. 빨리 커서 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가 집안에서의 내 수고를 줄이려고 생각했다. 대학도 서울이나 일본쪽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내가 원하는 대로라면 엄마랑 초등학교 중학교에서만 볼 수 있다. 나는 미술도 입시학원을 다니려고 하는데 이렇게 나는 욕심부리면서 엄마가 댄스나 탁구를 배우는 것엔 불만이 많다.
이렇듯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건 아니지만, 엄마라는 이름의 카테고리에 희생이 들어간 것 같다. 나도 확실치 않지만 누군가의 엄마가 될 수 있는데 이렇게 행동하는 건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조금더 받는 만큼 되돌려 드려야겠다.
##이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아이다. 친구들은 '말없는 아이', '혼자있기를 좋아하는 아이'라 이야기한다.
일기를 쓸 때도 아주 객관적인 사실만을 나열하고, 상담을 해도 내 이야기만 하다 끝나는 편이라 .. 이 친구가 참 궁금했었다.
우리엄마
우리엄마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다. 요즘은 별것도 아닌일에 짜증을 낸다. 언제쯤 화를 안 낼지 생각한다.
유치원때 쯤 엄마가 배가 아프다고 했는데 내가 괜찮다고 했다. 나중에 수술을 했다. 그 이후로 일하는 시간이 줄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에 가봤더니 엄마 얼굴이 부어서 붓기가 빠지지 않았다. 사촌들과 놀고 할머니집에 와서야 같이 울었다.
엄마의 많았던 일이 줄어들고 엄마를 많이 본다. 엄마는 힘들었겠다. 나는 화를 안내고, 스트레스를 풀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스물여섯의 각기 다른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그 아이들을 좀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네가 학교에서 보여주는 모습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구나.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어준 이유를 설명했다.
"부모님을 존경하고 사랑해야하는데, 그렇지 않은 너는 나쁜거야!가 아니라, 어떤 감정이든 괜찮아. 다만 우리 모두가 그리고 우리 가족이 행복의 방향으로 흘러가자."
학생들이 학교에서 보여지는 모습 이외의 삶이 궁금하시다면 .. 그리고 저처럼 불쑥 물어보는 것이 쉽지 않다면 강경수 작가의 <나의 엄마>, <나의 아버지>책을 추천합니다.